지난달 23일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Busan looks to a Ubiquitous future”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부산의 ‘유비쿼터스(Ubiquitous) 도시’로 변신 노력이 국내외에 공인받는 순간이었다.
기사에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이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T와 공동으로 오는 201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400만명이 어느 곳에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든다(The country’s second city is teaming up with KT, Korea’s largest telecommunications company, to spend Won1,000bn ($1bn) by 2010 to make every corner of Busan, home to 4m people, web-accessible - an idea)”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FT는 특히 부산이 유비쿼터스 개념의 항만을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산시의 계획대로라면 올해 11월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PDA를 이용해 어디서든 스케줄을 체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이 프로젝트가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부산시의 최우선 과제는 항만과 교통 시스템의 발전”이라는 허남식 시장의 언급도 소개했다.
이처럼 부산이 개항 이래 130여년 만에 또 다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세계 최초로 유비쿼터스 도시를 추진한다는데 있다.
부산시는 지난 3월 KT 측과 ‘유비쿼터스 도시(u시티)’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1단계로 오는 8월까지 30억원을 공동 투자해 종합추진전략을 마련키로 합의한 바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 가능한 세계 최초의 u시티로 탈바꿈하기로 한 것이다. 일부 지역이나 국가에서 유비쿼터스 개념을 접목한 사례는 있었지만 부산시처럼 항만·교통·산업·관광·컨벤션·전자정부·시민생활 등 도시 전체에 종합 적용해 상용화하려는 시도는 세계 최초나 마찬가지다.
부산시는 KT외에도 IBM·HP·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적인 IT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한편 세계 유수의 파이낸싱 회사들을 통해 추가 자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특히 부산항에는 전자태그(RFID/USN) 등 첨단기술을 적용해 화물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u포트’와 휴대인터넷 단말기로 국제회의·관광·통역서비스까지 가능한 ‘u컨벤션’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이 기술은 APEC 정상회담 때 휴대인터넷 기술을 중심으로 시연될 예정이다. 이밖에 지능형 교통정보 시스템 ‘u트래픽’과 생산개발 및 공급관리를 통한 ‘u오토모티브’ 등도 마련된다.
부산시가 이같이 결정한 이유는 ‘u시티’ 사업이 시민편의는 물론 경제 전반에 걸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오는 2010년까지 부산지역 총생산이 8조∼21조원 증가하는 것을 비롯해 15만∼16만개의 새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관련산업 활성화 등 간접 효과까지 감안하면 지역 총생산 증가는 17조∼36조원에, 일자리 창출은 28만∼61만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부산시는 지난 2일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워크숍을 갖고 향후 부산 u시티의 추진단계와 접근방법, 세부추진과제들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세계 각국의 유비쿼터스화 사례들을 분석하고 부산의 미래모습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부산 발전전략과 국토종합발전계획에 부응하는, 지역 특성에 맞는 고유 모델이 선을 보여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어 12일에는 ‘부산 u시티 마스터플랜 및 실행계획 착수보고회’와 ‘부산 u시티 추진본부’ 개소식을 가졌다. 보고회에서는 부산시는 물론 부산해양수산청과 부산항만공사·부산발전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u시티 태스크포스팀’을 비롯해 KT의 ‘u시티 전담팀’, IBM컨설턴트 등 60여명으로 구성된 공동작업팀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재원조달 방안, 기술규격 등을 담은 마스터플랜과 2010년까지 이를 추진하기 위한 실행계획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이 완료되면 부산은 세계 최초의 u시티를 완성하고 ‘u코리아’를 선도하는 세계 일류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타 경남지역
경남지역 다른 도시들도 유비쿼터스화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선두에 선 도시는 김해. 장유신도시가 유비쿼터스 도시로 변모를 추진 중이다.
김해시는 최근 차세대 IT기반의 유비쿼터스 도시건설을 위한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올해 하반기중 시비 1억2000만원을 들여 이달 중 용역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추진기획단 및 자문단 구성하고 12월 공청회 등을 통한 여론을 수렴한 후 최종적으로 기본계획을 확정해 유비쿼터스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향후 5년간 연도별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우선 장유신도시를 시범지역으로 설정해 실시한 후 단계적으로 시 전역에 확대할 방침이다.
단계별 실행방안으로는 지역의 현황을 분석한 후 김해지역의 특색적인 유비쿼터스 도시모델 방향성을 수립한다. 다음 단계에서 u서비스 모델과 u-Biz 모델을 수립한 후 종합적인 u시티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김해시는 이를 바탕으로 △편리한 홈네트워크 △효율적이고 참단화된 정보통신 도시 △친환경적인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나아가 이 계획을 시 전체의 도시계획과 신설 공공건축물 등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김해시는 개인의 삶과 사회생활 전체가 디지털환경으로 변화되는 최첨단 정보통신도시로 탈바꿈된다.
경남도청이 소재한 창원시 역시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만들기 위한 업그레이드 작업에 착수한다. 창원시는 올해 ‘제1차 지역정보화촉진기본계획’ 기간이 끝나는 데다 새로운 정보화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시대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향후 5년간의 제2차 지역정보화촉진기본계획을 수립해 오는 11월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 분야별 정보화 실태와 정보수요를 분석해 언제 어디서든 접근이 가능한 u행정과 u생활정보화를 추진하고 최첨단 지역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u산업과 u도시정보화 전략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보화 목표 및 추진 전략으로 새로운 정보화 패러다임에 부응하는 미래 창원의 정보화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10년까지 5년간의 ‘창원정보화 마스터플랜’을 연도별 추진 로드맵과 함께 수립키로 했다. 또 각각의 목표를 구체화할 수 있는 분야별 세부 실행계획을 도출하는 한편 추진과제는 상위계획과 연계해 실현 가능성과 파급효과를 판단해 선정하는 등 효율적인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인터뷰-정현민 부산시 혁신담당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IT 인프라와 기술을 활용해 부산을 세계 최초의 u시티로 만들어 갈 것입니다.”
정현민 부산광역시 혁신담당관(43)은 “u시티가 삶의 질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 담당관은 부산 u시티 계획의 ‘산파’인 동시에 ‘보모’라 할 수 있다. 향후 수 조원이 투자될 대규모 프로젝트의 입안자이며 현재는 부산시 안에서 총괄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부산 u시티에 있어서 산파와 보모는 그에 가장 걸맞는 표현인 셈이다.
지난 2003년 정보화담당관이었던 정 담당관은 직원들을 독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KT 등과 만나 u시티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부산을 바꾸기 위한 최선의 답안을 ‘유비쿼터스’로 파악했다. 활력을 잃어가는 도시, 삶의 질을 위협받는 도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는 도시 부산을 IT로 혁신시키기 위한 계획을 추진키로 했다.
정 담당관은 “유비쿼터스를 통해 지역 IT산업과 나아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출범 배경을 설명한다.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친 정 담당관의 노력은 지난 3월 꽃을 피웠다. 부산시가 KT와 세계 최초로 유비쿼터스 도시인 ‘u시티’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게 된 것이다. 그가 중심 역할을 한 것은 당연했다.
정 담당관은 “침체에 빠진 IT산업이지만 그나마 유비쿼터스에 관심을 갖는 업체가 많다는 것이 부산의 강점”이라며 “산학관이 모여 부산의 고유한 u시티 모델을 찾아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부산 u시티 모델은 그의 오랜 연구 결과에 바탕하고 있다. 정 담당관은 ‘PPP(Private Public Partnership)’ 연구에 천착해 왔다. PPP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기업·비영리단체·시민들이 자원을 분담하고 협력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PPP모델에 기반해 시민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것이 바로 현재 부산시가 KT와 손잡고 추진하는 u시티의 본질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근 인도 출신 컨설턴트인 바스카르 차크라보티의 “혁신의 느린 걸음(Slow Pace of Fast Change)”이라는 책에 빠져 있는 정 담당관은 “세상은 행정중심 사고에서 시장중심 사고로 전이하는 단계에 있다”며 “혹시 존재할지 모르는 관련 당사자간 입장 차이도 큰 흐름속에 녹아날 것”이라며 부산 u시티의 앞날을 낙관했다.
부산=허의원기자@전자신문, ew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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