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통합센터 `그들만의 잔치`되나

IT 업계가 범정부통합전산센터(이하 통합센터) 시장을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올해 정부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기대했지만, 통합센터 프로젝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업체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그림의 떡’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단계 사업 당시 동맹을 체결한 삼성SDS와 LG CNS 등 두 회사와 개별적으로 컨소시엄을 추진하다 물먹은 꼴이 된 여타 SI 업체들은 2단계 사업부터는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사업에 참여한다는 의지를 밝히며 준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삼성과 LG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제법 형성되면서 일부에서는 사업 참여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솔루션 진영은 SI를 대상으로 한 영업을 진행하면서도, 내심 1단계 사업에서 채택돼 센터 관리에 필요한 핵심 시스템이 템플릿 형태로 개발되고 있어 나머지 기업들에는 사업 기회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2단계 RFP 공개 6월 기대=올해 통합센터 사업으로는 총 3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 중 실제 IT 업계의 기술력이 필요로 하는 사업은 2센터 건축 설계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제외한 ‘1센터 인프라 구축’ 사업과 ‘이전’ 사업 두 가지다. 지난해 말 삼성SDS와 LG CNS 컨소시엄이 수주한 1단계 사업에 이은 2단계 사업은 ‘1센터의 운영기반 확대 사업’이다. 즉 1센터의 통신망, 보안 및 관제, 시스템관리 등 센터 인프라 구축을 핵심으로 약 3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지는 3단계 사업은 이번 통합센터의 실질적인 핵심 사업인 부처 시스템 이전에 관한 내용이다. 정통부 우체국금융시스템을 옮기는 것을 시작으로 14개 부처 320여종의 업무용 서버 1400여대를 센터로 이전, 설치하는 것이다. 서버 구매 등 본격적인 장비 설치는 이때 이뤄진다. 추진단에서는 RFP 공개 시점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부처 이전에 관련된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만큼 6월 2단계 RFP가 공개되고, 3단계 RFP가 연달아 나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삼성SDS-LG CNS 연합’ 여전히 뜨거운 감자=역시 이번 프로젝트의 판세는 삼성SDS와 LG CNS가 쥐고 있다. 일부에서는 양사의 연합에 대해 ‘담합으로 인한 공정경쟁 저해’라고 주장하지만, 양사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중앙 부처의 핵심 업무 시스템 개발 경험과 현재 각 부처의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관계를 고려할 때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 삼성SDS와 LG CNS 둘 중 하나를 배제하고는 일이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LG CNS 한 관계자는 “우리가 단독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삼성SDS가 맡고 있는 많은 중앙 부처의 업무시스템을 이전하는 데 삼성SDS의 도움 없이 진행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며 “오히려 독자 노선을 할 수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다른 SI 업체들은 “그룹 전산실을 통합해 데이터센터를 만든 SI 업체들은 모두 관련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며 “어떤 업체가 수주해도 전 부처의 협력이 필요한 것이지, SI 업체와 부처 관계를 처음부터 연계해 일의 추진 정도를 미리 가늠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해석”이라고 꼬집는다.

 ◇SK C&C·현대정보기술 연합 가능성도 주목=일단 삼성SDS와 LG CNS의 연합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는 SI 업체들은 2, 3단계 프로젝트의 승산을 저울질하고 있다. RFP가 연달아 나올 경우 오히려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 삼성과 LG가 부담을 가질 수 있는만큼 경쟁할 만하지 않겠냐는 분위기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통합 경험을 가진 SK C&C와 현대정보기술은 최근 담당 임원들이 모여 양사 공조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삼성·LG 동맹에 맞대응할지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양사는 ‘분야별로 경쟁력을 갖춘 많은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달라’는 의견을 정부 측에 전달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어 이후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신혜선·류경동기자@전자신문, shinhs·ninan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