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IT정상회의`에 거는 기대

대나무는 씨앗이 흙 속에 심기면 4년 동안 땅 밖으로 죽순만 보여주며 숨 죽인 채로 살아간다. 실상은 이 기간 밖으로는 성장이 멈춘 듯해도 땅 속으로는 섬유질로 된 뿌리가 형성돼 땅속으로 깊고 넓게 확장해 간다. 그러다가 5년째 되는 해부터 하늘 높이 솟아나 자란다.

 이러한 대나무의 성장과정에 비춰 국내 IT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인 IT산업의 불황으로 국내 IT업계도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2005년 들어서면서 여러 전망이 있지만 낙관적인 의견이 많이 눈에 띄고 있다. 지난 세기말 IMF라는 혹독한 시련을 통해 우리 경제에 거품이 빠지면서 발생한 여러 어려움을 눈물겨운 노력 끝에 극복하고 생존한 기업들은 위기에 대한 학습효과와 내성이 어느 정도 갖춰졌으리라고 기대된다.

 올해에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오는 11월 13일부터 19일까지 7일간 부산에서 개최된다. 정부와 부산시는 APEC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번 APEC 정상 및 각료회의를 국내 IT산업의 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IT정상회의로 치르기로 하고 직접 시설예산 207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IT업계는 APEC 정상회의를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기대감에 한껏 고조돼 있다.

 APEC 정상회의 기간에 계획된 IT정상회의는 그동안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u코리아와 IT 839정책을 세계에 알리고 IT강국의 면모를 보여 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지금 추진되고 있다.

 이번 APEC 기간의 IT정상회의에서 국내 IT기술을 알리는 방식은 특정 장소와 시간에만 전시하고 보여주었던 기존의 방법과는 다르다. 간단히 말하자면 부산이라는 시 전체를 하나의 상설 IT전시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외국에서 온 손님들은 도착하는 공항에서부터 한국의 IT기술을 접하게 되는데 APEC 행사장과 숙소를 오가면서, 거리를 걸으면서,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온오프 기술이 융합된 그야말로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라는 유비쿼터스적인 사고를 실험적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다.

 주말농장이 농촌체험과 자연학습장으로 각광받은 것처럼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부산은 시 전체가 거대한 IT체험장이 되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대한민국의 선진 IT기술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이 IT체험장은 단순히 어느 특정지역의 산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IT강국임을 보여 주고 그 위상을 더 높이고자 하는만큼 특정지역, 특정기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하는 마음으로 직간접으로 전 국민이 참여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APEC의 IT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포스트(Post)APEC에 관한 것이다. IT정상회의에서 시연하고 보여줄 여러 첨단IT기술과 아이디어가 사장되거나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상황은 그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며, APEC 정상회의 후에 대한민국 하면 u코리아라는 새로운 브랜드가 회의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떠오를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와 사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급변하는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으며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기술의 발전 속도로부터 느끼는 현기증은, 향후 우리가 경험할 미래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주고 나아가서 새로운 문화의 중심에 설 수 있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 APEC IT정상회의를 통해 4년 동안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5년차에 하늘 높이 자라나는 대나무처럼,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여러 정책의 결실로서 기대되는 IT화한 커뮤니티의 다양한 모습과 희망의 미래를 이번 기회에 아낌없이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 김규철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 kckim@busani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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