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e마켓플레이스요? 미국에서는 이미 실패한 모델로 결론냈습니다!”
지난해 가을. 미국에서 방한한 모 교수가 뱉은 말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e마켓플레이스가 지난 2000년 전후 수천개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으로 인기를 누렸으나 현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미국에서 실패한 모델이라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미 e마켓플레이스를 주력 모델로 성공한 업체들이 여럿 있다. 지난 2000년 전후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다수개의 e마켓플레이스업체들이 최근 2∼3년 사이에 거래규모를 대폭 확대하며 당당히 ‘성공한 모델’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주요 업체로는 기업소모성자재(MRO) e마켓업체인 아이마켓코리아(http://www.imarketkorea.com), 서브원(http://www.serveone.co.kr), 엔투비(http://www.entob.com)가 대표적이다. 철강분야의 이상네트웍스(http://www.e-sang.net), IT분야의 빅빔(http://www.dob2b.co.kr), 의료분야의 이지메디컴(대표 최재훈 http://www.ezmedicom.com) 등도 당당히 승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아이마켓코리아와 이상네트웍스는 지난해 기준 연 거래규모 1조원을 넘어섰으며, 나머지 업체들도 거래규모가 수천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한 상황이다.
◇끊임없이 변신을 추구했다=이들 성공 e마켓업체들의 공통점은 초창기 e마켓 모델에서 대거 변신, 고객 곁으로 바싹 다가가는 전략을 취했다는 점이다.
MRO e마켓업체들의 경우 ‘구매대행’ 모델을 선택했다. 구매사와 공급사가 e마켓에 들어와 그들이 사고 파는 것을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e마켓 운영업체가 직접 구매사가 필요로 하는 상품을 골라 공급해 줬다. 일종의 구매 아웃소싱과 같은 형태다. 이를 통해 구매사들은 가격 인하 효과와 함께 구매 컨설팅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으며 결국 e마켓 이용을 촉진하는 배경이 됐다.
이상네트웍스와 빅빔 등은 신용보증기금과 손잡고 전자보증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 성공의 발판이 됐다. 이들 업체들은 e마켓 이용률 저하 이유가 비대면 거래로 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자보증을 선택한 것이다.
중계형에서 구매대행형 모델로 변신하고 또 고객사의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PC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인터넷구매(IP)서비스를 채택한 엔투비의 김봉관 사장은 “기존 모델로는 고객 확대에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새로운 모델을 부단히 찾게 됐다”고 소개했다.
◇가격보다는 서비스로 승부했다=지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e마켓플레이스업체들의 주 마케팅 수단은 ‘비용 절감’. 기업들이 e마켓을 이용할 경우 편리함뿐만 아니라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부각시켰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기업고객들에게 쉽게 먹혀들지 않았다. 기업 고객은 개인과 달리 비용절감 혜택에 큰 매력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옥션·인터파크 등 B2C 인터넷쇼핑몰 관계자들은 가격적인 이점이 개인 고객들에게는 충분히 먹혀들지만 기업 고객들의 경우 가격보다는 또다른 뭔가에 더 관심이 많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들고나온 것이 기업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였다. 가격보다는 서비스로 승부를 걸자는 것이었다.
양희동 이화여대 교수는 “대기업들이 구매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 맞춰 e마켓업체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로 공략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점진적 영역 확대 전략이 주효했다=이들 성공 e마켓업체들은 그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영역을 서서히 넓혀가고 있다. 축적된 인프라와 비즈니스 노하우를 십분 활용, 가능성 높은 부문을 우선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MRO e마켓업체들의 경우 고객사들이 희망하는 원부자재에 손을 대고 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산업자원부 B2B네트워크구축사업 주관사인 한국전자거래협회와 제휴를 맺고 공구·설비·제지 등의 물품 소싱을 통해 이 분야에 진출했다. 엔투비도 대구·경북 포털 전자조달시스템을 구축하고 MRO 이외에 유류·식자재·건축자재 부문에 뛰어들었다. 이상네트웍스 역시 철강과 유사한 유통구조를 갖고 있는 제지분야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송태의 전자상거래연구조합 상무는 “B2C와 마찬가지로 B2B도 고객의 요구에 따라 오픈마켓으로 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초대형 e마켓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마켓코리아
아이마켓코리아는 외국에서 시초한 e마켓플레이스 사업모델을 국내 실정에 맞게 바꾸었다. 이 회사가 자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고객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차별화된 서비스 △최고의 IT 인프라 구축 및 관리 △소싱경쟁력 확보 △고객사와 구매사와 파트너십 구축 △임직원의 전문성 강화 등이 주요인이다.
이 가운데 철처한 고객중심의 사업운영 그리고 차별화된 서비스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 업체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위해 전담조직과 고객사 현장지원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고객서비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국적인 통합 배송망을 구축하면서 협력사에서 직접 물건을 전달하는 ‘픽업&배달시스템’이라는 모델을 구축해 서비스 만족도를 높였다.
IT 인프라 구축 및 지속적인 개선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기업들의 구매업무가 해외 기업과 달리 고객사별로 다양한 특성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에 적합한 솔루션을 자체 개발했다. 또 이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현재는 인공지능적 시스템으로 진화시켰다. 대표적으로 상품 검색에 어려움을 겪는 사용자들을 위해 카탈로그 검색엔진을 개발했고 최적의 협력사 선정 및 투명한 거래를 위한 인공지능을 통한 의사결정 지원시스템(Wise-I)을 구축했다.
매년 급증하는 공급사 관리의 일환으로 공급관계관리(SRM)를 도입한 것도 주목된다. 이 프로젝트는 공급사 및 품목을 합리화하고 경쟁력 있는 공급사들을 지원·육성해 고객사에 보다 질 높은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 이를 통해 아이마켓코리아·공급사·고객사 3자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3-윈(3-Win)’의 달성에 나섰다.
직원의 전문성 강화에도 등한시하지 않았다. 구매대행 사업은 기업에서 구매대행 업체에 구매를 위탁하는 것으로 이를 수탁 받은 업체는 전문적으로 구매업무를 해야하는 것은 물론 투명한 업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 이를 위해 사원들의 국제공인구매자격증(CPM)취득을 지원하기 위해 ‘구매 아카데미’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 회사 현만영 사장은 “e마켓플레이스는 과거에 전례가 없던 사업 분야이기 때문에 시작 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연구하며 개발한 만큼 세계 최고의 e마켓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게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기고-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zlee@yonsei.ac.kr
미국에서는 한때 2000여개의 e마켓플레이스가 존재했지만 현재 극소수의 업체만 살아남았다. 일본의 경우는 더욱 암담해 성공사례가 예외로 치부된다. 하지만 국내는 아이마켓코리아, 서브원, 엔투비 등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e비즈니스 모델이 나와 인터넷 B2B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독특한 성공요인이 있다. 첫째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배운 국내 대기업들의 혁신성이다. 현 구매관행을 깨고 타회사에 물품구매를 대행시킨 것은 다른 위험요소를 안고서도 기업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기업의 혁신성에 그 바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빠른 시간 내에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했는데 처음의 e마켓기업이 대기업위주로 설립돼 비교적 수월하게 초기 적정고객 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기업가적 마인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현재 성공적인 국내의 e마켓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나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닌 시장 상황에 맞추어진 자생적 비즈니스모델이다. 이것은 아직도 기업간의 전자 상거래를 e마켓플레이스란 개념에 맞추어 인위적 e마켓플레이스의 생성(업종별 B2B네트워크 구축사업) 및 연동 등에 지원을 집중하는 성공적이지 못한 정부의 정책과는 대조가 되는 대목이다.
앞으로는 구매 아웃소싱을 포함한 좀더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생성될 것이고 여기서는 구매상대자의 발견, 구매가 하락이라는 도움 이외에 구매자와 공급자 사이에서의 구매프로세스 통합에 의한 서비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핵심이 될 것이다. 이런 비즈니스 프로세스 통합을 위한 서비스모델로 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e마켓업체들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기본적으로 지금 갖고 있는 구매가 하락 분에 대해 이익을 나누는 모델은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서비스를 물류, 창고관리, 자재관리, 재고관리로 확대해나가고 구매프로세스를 공급업체, 구매업체의 전체 구매시스템의 회계와 재고관리로 연동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것은 공급자를 확보하고 공급자평가와 관리를 해나가는 현재의 기업능력에서 다른 분야로의 확대를 의미하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 가는 어려운 과정을 수반한다.
정부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구매에서의 서비스단계 계약(SLA)모델 창출을 위한 지원, e마켓과 기업·구매자(고객)시스템과의 연계시스템 개발 지원, 연계관련성이 높은 특정분야에서의 타업종간 시스템연계 지원 등 향후 발전모델의 정확한 이해에 바탕을 둔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평균별점
마케팅 ☆☆☆☆☆
기술 ☆☆☆☆
생산시스템 ☆☆☆
디자인 ☆☆☆☆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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