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마케팅이 갈수록 대형화, 전문화, 고도화하면서 마케팅이 ‘흥행’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고도 유저들의 입소문을 타고 만만찮은 실적을 올리는 게임도 적지 않다. 캐릭터 변신 온라인게임을 표방하는 ‘붉은보석(www.redgem.co.kr)’이 대표적인 게임이다.
개발사인 L&K로직코리아(대표 남택원)는 바로 마케팅보다는 게임성 자체로 승부하며 소리없이 강한 기업의 이미지를 굳혔다. 지난 2월엔 ‘붉은 보석’의 일본 상용화에 성공,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L&K로직코리아는 게임업계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5월에 창업한 업력 9년차의 중견(?) 개발사다. 특히 98년 개발에 착수해 2000년 9월에 발표된 PC용 전략시뮬레이션 게임(RTS) ‘거울전쟁-악령군’은 만만찮은 기획력과 창작성을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후 속편 ‘거울전쟁 어드벤스트-은의 여인’편을 제작했으며, 게임시장 판도가 PC에서 온라인게임으로 완전히 바뀌자 이젠 대표작이 된 ‘붉은보석’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남택원 사장은 “창업하자마자 IMF한파가 찾아와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했다”고 회고하며 L&K의 경쟁력은 바로 어떠한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는 생존력이라고 강조했다.
# 숨은 잠재력 보여준 ‘붉은보석’
PC게임에서 온라인게임 개발사로 변신하며 내놓은 첫 작품 ‘붉은 보석’은 여러면에서 L&K의 잠재력을 대외적으로 확인시켜준 작품이다. 오픈 초기에 캐릭터들이 변신하는 게임이라는 점을 내세운 것도 적중했지만, 짜릿한 ‘손맛’ 즉 타격감에 승부한 높은 액션성이 유저들에게 어필했다.
보통 온라인 게임들이 레벨업에 시간이 많이 드는 노가다성이 강한 반면 레벨업 중에 캐릭터가 커나가는 재미를 느끼게 한 것도 차별화 포인트였다. 특히 2D게임이어서 많은 유저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게한 것도 주효했다.
3D가 대세지만 대부분의 3D게임이 고사양을 요구해 많은 유저들이 접근하기 힘든 것에 착안한 것이다.
‘붉은보석’의 가능성은 삼성전자도 인정해 베타 테스트를 하기도 전에 프로젝트 투자를 유치했으며, 지금은 삼성을 통해 야후코리아와 일본 ‘게임온’에 론칭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 ‘붉은 보석’은 삼성이 투자한 게임 중 가장 잘 나가는 게임이다.
특히 국내보다도 해외서 인기가 많아 지난 2월 일본 유료화를 성공적으로 단행한데 이어 중국 FGOG란 포털을 통해 조만간 베타테스트에 나설 예정이다. 여세를 몰아 동남아쪽으로 남진을 계속한다는 전략이다. 남 사장은 “ ‘디아블로’의 액션을 벤치마킹해 주 타깃 유저들인 중·고생들이 선호하는 타격감과 밝은 그래픽톤에 승부한 것이 인기 비결 같다”고 설명했다.
# 차별화된 기회력과 시나리오 강점
‘붉은보석’에서 알 수 있듯이 L&K의 경쟁력은 독창적인 분위기와 차별화된 게임 시나리오다. 초대형 블록버스터 온라인 게임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틈새 시장을 겨냥한 창작성이 뛰어난 게임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 회사는 특히 게임성 자체로 승부한다.
마케팅은 철저히 퍼블리셔에 맡긴다. 남 사장은 “현재 마케팅직원이 단 한명도 없다”면서 “이는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고 말한다. 남 사장이 직접 쓰는 시나리오도 L&K만의 색깔을 잘 표현한다. 그는 실제 인터넷에 팬터지 소설을 기고한 적도 있으며, 자음과모음 출판사를 통해 소설 ‘거울전쟁- 악령군’을 집필했던 경험이 있는 ‘작가CEO’다.
L&K는 앞으로도 참신하면서도 적응하기 쉬운 게임 시스템,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는 보편적 게임성을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추진중인 펀딩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붉은보석’ 후속작 개발에 전력 투구할 생각이다. KTF 지팡을 통한 3D 모바일게임 서비스도 적극 추진 중이다.
남 사장은 “앞으로 여러개의 독립 제작체를 둔 스튜디오 집합사 같은 기업을 만들어갈 계획”이라며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그걸 바탕으로 유저들의 신뢰를 얻는 게임을 개발하는 L&K만의 기업이미지를 창조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게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벌판에 건물을 짓는 것과 비슷합니다.” 남택원 사장은 한양대 건축학과 출신으로 건설업체(동부건설)에서 근무하다 게임업체를 창업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있다.
그는 “프로젝트성이 강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낸다는 점에서 건축과 게임은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IMF직전에 창업해 스스로를 4세대 게임인이라 말하는 남 사장은 “게임 개발사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며 “IMF위기를 넘기며 같이 고생한 식구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창업 후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붉은보석’ 론칭 이전에 현금 유동성이 나빠져 고생이 많았다. 다행히 직원들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모두 일치 단결했기 때문에 위기를 잘 극복했던 것 같다.
-평소 직원들한테 자주 강조하는 것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되 서로를 맞춰가자는 것이다. 그래야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붉은보석’의 인기가 만만찮다고 하던데.
▲현재 회원 수가 80만 정도되는데 동접은 아주 많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자금은 조금씩 쌓이고 있어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반응이 괜찮아 기대가 크다.
-차기작은 어떤 작품을 구상중인가.
▲예전에 만들었던 ‘거울전쟁’의 연장선상이 될 것 같다. 물론 RTS는 아니지만, 스토리나 세계관 같은 것은 공유하게 될 것이며, 플랫폼은 온라인이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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