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디지털라디오 방송 상용화 왜 앞당기나

일본 디지털 라디오 방송 상용화 조기 추진은 디지털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미디어시장에서 자칫 낙오할 수 있다는 절박감과 무관치 않다. 여기에 디지털 지상파TV방송 주도권을 한국에 빼앗긴 일본 정부가 디지털라디오로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의중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 일본이 디지털 라디오방송을 내년에 개시하면 디지털TV방송과 함께 디지털방송산업을 활성화해 관련 기기 등 후방산업계에 새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한국의 디지털라디오 상용화 계획에도 큰 자극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 상용화 배경=20개 라디오 방송국들은 인터넷은 물론 디지털TV방송과 위성DMB까지 미디어 디지털화가 급진전되자 아날로그 방송만으론 생존이 힘들다고 판단했다. 당초 일정보다 무려 5년이나 앞당기려는 것에서 이같은 절박함이 묻어나왔다.

지상파TV의 디지털화로 남은 아날로그TV채널이 7개나 남은 것도 조기 상용화를 가능케 했다. 디지털라디오에 새로 할당할 주파수 자원을 사실상 확보했기 때문이다.

위성DMB를 제외하곤 디지털방송 개시를 한국에 빼앗긴 일본 정부도 라디오만큼은 앞서가기를 바란다. 총무성은 최우선적으로 방송 면허를 라디오방송국들에게 부여한다는 방침을 세워 디지털 라디오 방송 조기 개시를 적극 지원할 태세다.

무엇보다 IT산업 파급 효과가 큰 디지털방송을 조기에 정착시켜 내수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일본 전자산업계의 요구도 작용했다. 일본 전자회사들이 디지털라디오방송 합작사에 적극 참여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향후 일정=우선 합작사 설립에 집중한다. 추진력도 확보하는 한편 현실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투자 비용도 줄이기 위해서다.

라디오방송국들은 합작사로부터 채널을 할당받아 서비스하게 된다. 이를 위해 각 방송국들은 디지털방송에 필요한 장비를 갖출 계획이며 비용 절감을 위해 공동 구매도 추진한다.

방송국간 지역 분할과 채널 특성화 협의도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도쿄 지역의 경우 FM도쿄, 니혼방송, 분카방송, J-WAVE, TBS라디오&커뮤니케이션스, NHK가 참여키로 했다. MBS라디오 및 FM 오사카 등 오사카 지구와 나고야의 주요 라디오방송국은 쉽지는 않지만, 연내 방송 개시도 검토중이다.

방송국들은 이미 지난 2003년 10월에 수도권인 칸토우(관동) 지방과 오사카 등 간사이지방에서 10월 200여대의 수신기를 갖고 실험방송을 벌였다. 또 지난해에는 일본 2위 이동통신사업자 KDDI와 함께 기존의 압축방식인 ‘MPEG4’ 대신 최신 기술인 ‘H.264’로 바꾼 휴대형 디지털라디오방송 실험도 진행해 준비는 순조롭다.

텔레매틱스는 물론 PC를 통한 서비스도 한창 개발중이다.

◇디지털라디오란=한마디로 ‘보는’ 라디오다. 전용 단말기를 통해 CD와 거의 같은 수준의 고음질을 즐기면서 동영상도 볼 수 있다. 교통정보나 화재정보도 화면으로 보여준다. 전용 단말기가 아니더라도 휴대폰, PC, 텔레매틱스 단말기 등에 수신기능을 넣어 이용할 수 있다. 전용 주파수대역이 필수적인데, 일본 정부는 기존 아날로그 지상파TV의 주파수 대역을 그대로 활용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방송위원회가 2005년 기본 방향 설정→2007년 AM 및 단파방송의 디지털화 실험방송 → 2008년 FM라디오 전환용 채널 확보 →2010년 FM라디오 디지털전환 →2015년 FM 아날로그방송 종료 등을 내용으로 한 디지털라디오 전환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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