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심각한 IT벤처의 기술유출

기술유출은 대기업과 벤처기업 모두에 심각한 위협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과거 7년여간 기술유출에 따른 피해금액은 약 4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이 국내기업의 기술유출사건을 적발한 건수도 2000년 10건에서 지난해 25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대기업과는 상대적으로 보안에 취약한 벤처기업에서의 기술유출은 기업의 생존에 결정적인 위협이다. 일반적으로 기술유출의 유형은 내부직원, 이직직원, 협력기업, 투자유치, 특허 등의 등록에 의한 유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해킹 등 외부에 의한 기술유출 위험도 크지만 내부직원에 의한 기술유출도 심각하다.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요구된다. 물리적인 대책과 기술적인 대책 모두 동원되어야 한다. 물리적인 대책으로는 출입자에 대한 X선 투시기 검색과 지능형 CCTV 비디오감시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또한 사내에서 USB포트 및 CD를 이용해 정보를 복사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해야 한다. 기술적인 대책으로는 직원들의 e메일 내용을 감시하고 필요시 자동 차단하는 보안시스템을 구축·운용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솔루션 채택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벤처기업 인력의 기술능력이 향상되면 근무환경과 급여가 높은 대기업으로의 이직현상이 빠르게 일어난다. 핵심기술을 보유한 인력이 다른 기업에서 같은 기술을 이용해 다른 모양의 기술을 개발했을 경우 교육훈련과 연구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한 벤처기업보다는 훨씬 우월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기술인력의 이직에 의한 기술유출 문제는 국가사회가 적극적으로 보호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벤처기업에서 기술유출은 대기업과의 협력 과정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다. 모든 면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대기업이 모든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 이를 거절할 방법이 없다. 쉽게 복사할 수 있는 기술은 벤처기업의 생존기술이 될 수 없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돈이 되는 기술에는 어려운 기술이 아닌 모방할 수 있는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의 기술도 많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협력시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벤처기업이 정부 등의 입찰에 참여함으로써 발생하는 기술유출도 심각하다. 벤처기업이 작성한 제안서는 기술문서다. 이 기술문서의 지적소유권은 발주자나 주사업자인 대기업에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사업수주에 실패한 벤처기업의 제안서는 되돌려 주어야 하고, 이를 모방 또는 재사용해서는 안 되며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

 이와 같은 기술정보를 경쟁사가 확보해 이용한다면 기술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해온 벤처기업은 존립에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정부기관, 기술신용보증기금, 벤처캐피털업체 등이 자금지원 및 투자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벤처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기술을 철저하게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도덕성은 인정하지만 기술유출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보아야 한다. 정부 책임자는 국가기술평가전문기관을 설립·운영하여 기술 평가와 거래에 따른 벤처기업의 기술유출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 밖에 특허·소프트웨어·프로그램 등의 등록과정에서 벤처기업의 기술유출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이 같은 과정이 벤처기업의 지적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기술유출의 수단으로 전락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벤처기업의 핵심기술 유출은 벤처기업의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이다. 개별 기업은 나름대로 철저한 물리적·기술적 대책 강구가 필요하다. 또한 벤처기업의 기술유출을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적극 강구해 주어야 한다. 벤처기업의 핵심기술을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해 정책적으로 관리·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 벤처기업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대기업과 IT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남용 (숭실대 컴퓨터학부 교수·한국정보통신기술사협회장)

 nylee@computing.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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