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가 LCD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국 LCD업체 간 합병을 주문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전세계 LCD업체들의 시선이 대만에 쏠리고 있다. 대만 LCD업체 간 M&A가 LCD산업 전체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PDP,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다른 디스플레이 분야로도 파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만 정부의 노림수는=지난해 4분기 본격적으로 가격폭락이 시작되자 대만 업체들은 마치 폭격을 맞은 분위기였다. 삼성전자나 LG필립스LCD 역시 가격 폭락 여파를 피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흑자를 유지한 반면, 대만 업체들은 AU옵트로닉스를 제외하고는 5개 LCD업체가 모두 두 자릿수 적자를 기록했다. 대만 LCD업체 가운데 AUO는 매출액이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2분의 1 정도까지 따라와 규모의 경제에서 유리한 반면 CMO, 콴타, CPT, QDI, 한스타 등은 적게는 4분의 1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불황기에는 대형 업체에 비해 더욱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대만정부는 보고 있다. 대만 정부의 이번 발언에는 AU옵트로닉스의 성공 사례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1년 극심한 공급과잉 시절 에이서와 유니팩의 합병으로 탄생한 AU옵트로닉스는 삼성전자, LG필립스LCD, 샤프와 함께 명실상부한 세계 LCD 4강으로 부상했다. 대만 정부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업체 간 M&A가 이루어져야 상당 기간 지속될 공급 과잉시기에서 대만 LCD산업이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M&A는 어떤 방향으로=업계에서는 대만 업체들의 합병이 이루어질 경우 우선 중소규모 업체 간 합병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한스타나 콴타, 지난해 양산에 들어간 이노룩스, OLED 전문기업 톱폴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비교적 대형 업체인 AU옵트로닉스나 CMO가 업체 간 M&A에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 않는 것도 한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대만의 한 기업이 대형 LCD업체에 매각된다는 설이 돌았지만 결국에는 불발로 그쳤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원책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만 정부의 지원정책도 M&A를 가속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와 달리 대만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M&A를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만의 LCD기업들이 대부분 OLED 사업도 병행하는만큼 LCD업체와 OLED업체 간의 결합 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아주 거대한 OLED기업의 탄생도 예상되는 등 OLED시장에 대한 파급도 예측된다.
◇M&A의 실효성은=업계에서는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마이너 업체 간의 결합은 결국 마이너라는 것이다. 또 일본 업체와 대만 업체의 M&A는 기술과 양산기술의 결합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같은 장점만 결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미 한스타를 제외하고는 대만 5대 LCD기업이 6세대 라인에 투자했거나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M&A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스플레이뱅크의 김광주 상무는 “최근 대만을 방문한 결과 업체 간 M&A 움직임은 잠복해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말과 달리 최근에는 시장 개선 움직임마저 있어 대부분의 LCD업체가 독자 생존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 업체들이 업체 간 M&A의 부정적인 측면도 잘 알고 있다”며 “정부 의도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합병한 지 4년이 넘은 AU옵트로닉스에서도 에이서 출신과 유니팩 출신 간의 알력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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