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인 연구개발이란 투자된 연구비 대비 결과의 실용화 비율이 높은 걸 의미한다. 여기에는 투자 예산 외에 기술인력, 장비시설, 프로젝트 관리기법 그리고 결과 기술의 상용화와 판매 기술도 관련돼 있다.
참여정부의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정책적 배려와 예산 배정은 크게 개선되어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앞으로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쓸모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실천에 옮기는 일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모방개발시대에 구축된 우리의 국가연구개발 체제와 관습을 지식기반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급하다. 연구개발도 원천기술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신(원천)기술을 많이 개발하면 새로운 상품을 남보다 먼저 국내외 시장에 선보일 수 있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신기술 개발은 말처럼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기초연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선진국과 경쟁하려면 신기술을 창출하는 기초연구 비중을 크게 늘려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기초연구나 전략기술연구는 국가연구소와 대학이 맡고, 이의 상용화 개발은 기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모방개발의 습성이 남아 있어 정부출연연구소나 대학의 상용화 개발 과제에 출연하는 예산 비중이 크다. 원천기술 개발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지역 균형 발전도 경제력 균형이 선행돼야 한다. 신기술을 불모지에 싹트게 하여 신산업으로 성장토록 지원해야만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력이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대덕연구단지 같은 신기술 창출 집단을 지방마다 특화 사업에 맞게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 같은 신기술 개발을 통해 국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인력자원의 동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지방에 고급 인력자원을 유치하거나 현지에서 양성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지식기반 사회의 경쟁력은 신지식을 가진 고급 인력군에 의해 좌우된다고 믿는다. 지방대학은 특화와 질적 향상을 위한 학사경영 개혁을 통해 경쟁력 있는 인력을 배출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공계 교육 개혁과 과학기술 혁신은 불가분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연구개발 예산도 신기술 창출 과제에 우선 배분돼야 할 것이다. 현재 수많은 전문인력이 동원되어 연구개발 과제제안서와 사업을 기획·평가하고 있는데, 평가집단의 분야별 전문성과 공신력을 혁신적으로 제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행 연구사업 관리시스템은 평가기능은 지나치리 만큼 강화되어 있지만 기획기능은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연구개발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기획이다. 기술기획은 개발하고자 하는 신기술에 대한 폭넓은 문헌조사와 예측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고급 전문가에 의해 힘들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흔히 사전 기초연구가 필요할 때가 많다. 정립된 사업의 수행 과정이 제대로 수행됐는지, 계획대로 결과가 나왔는지를 심사하는 것으로 평가가 종료된다. 상용가능 신기술의 개발 성공 여부는 시장 반응에 의해 판가름난다. 시제품 개발을 완료한 후 상용제품에 대한 시장반응이 나올 때까지 2∼5년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사업계획의 일환으로서 최종 평가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아무리 계획대로 잘 수행한 사업이라 해도 결과물이 신기술이 아니고 상품화 가치가 낮다면 평가 점수가 높아도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될 것이다.
앞으로 선진국과의 시장경쟁은 신기술 상품을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연구비 예산을 배정할 때 신기술 개발 사업을 우선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타인의 특허나 기존 기술을 이용한 상품화 개발(CDMA), 기존 상품의 기능개량 개발(TDX), 가격 절감기술 개발(KTX) 등은 과제를 차별화하거나 축소해 나가는 것이 신기술 창출체제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길이다.
◆정선종 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장 sjchung4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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