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산업 10주년 기획](1)발자취(상)-역사의 주인공들

한국 게임산업이 10년의 세월을 거름으로 아름드리 성장기에 들어섰다. 지난 94년 몇몇 업체들이 불모지에 씨를 뿌리듯 시작한 게임사업은 불과 10년만에 세계 최고의 온라인게임 개발 및 수출국이란 명성으로 자라났다. 업계 전체적으로는 연간 4조원을 웃도는 매출이 발생, 벌써 영화산업에 버금가는 덩치로 커졌다. 지난 10년간의 발자취를 바탕으로 세계적 엔터테인먼트산업으로 커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한 게임산업을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대표 상품으로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을 10회 특별기획으로 점검해 본다.<편집자>

1994년. 지금은 업계 대표기업으로 성장한 넥슨이 ‘시험 삼아’ 온라인게임 개발에 착수했던 해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온라인’보다는 ‘네트워크’라는 개념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였다. PC통신이 여전히 네트워킹을 주도하던 시절, 넥슨은 온라인게임이란 ‘신천지’에 도전하게 된다. 그 게임이 바로 96년 상용화돼 햇수로 꼭 10년째 장수하고 있는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다.

머드, 아케이드가 주도하던 당시 ‘바람의 나라’로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게임이란 새장을 연 주인공이 김정주 넥슨 창업주 다. 그는 당시 ‘웹 비즈니스’를 주력으로 출발한 회사 넥슨을 10년만에 연매출 2000억원을 내다보는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키워놓았다.

출발은 좀 늦었지만 98∼99년 인터넷 열풍을 타고 혜성처럼 또 하나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이다. 99년 발표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온라인게임의 대명사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을 장악해 간다. 온라인게임 하면 ‘리니지’가 떠오를 정도의 지배력은 엔씨소프트를 게임업계 부동의 1위자리로 올려 세운다. 올해 연매출 3000억원이란 신기원에 도전하는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게임에 등장하는 NPC(플레이에 직접 간여하지 않는 캐릭터) 처럼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도 시장을 이끌고 있다.

빼놓을 수 없는 승부사는 또 있다.

게임산업 10년사의 결실이자, 국가 육성산업의 자랑을 안고 세계 자본시장에 우뚝 선 김정률 그라비티 회장이다. 그라비티는 지난 2월 국내 기업공개(IPO)를 거치지 않고 나스닥에 직상장, 한국 게임업체의 이름을 세계시장에 내놓았다. 공모자금만 1000억원이 넘을 정도로 ‘대박’ 신화를 일궈냈다. 그라비티의 결실은 10년을 맞은 한국 게임산업의 경사이자,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하나의 방향타가 됐다.

98과 99년 두해동안 IMF관리를 겪으면서 게임에도 본격적인 산업의 겨가 쌓이기 시작한다. 지난 2000년 4월 개발자 출신인 김남주(현 웹젠 사장)씨와 이수영(현 이젠엔터테인먼트 사장)씨가 의기투합해 웹젠을 설립한다. 그리고 3차원(D) 온라인게임의 시원으로 불리며 4년째 승승장구하고 있는 불세출의 온라인게임 ‘뮤’를 2002년 내놓게 된다.

인터넷 열풍이 타고 포털로 급성장한 기업들이 하나둘씩 게임을 주력 포트폴리오에 올리면서 ‘게임포털’이란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게 된다. 그 한 가운데 김범수 NHN 사장, 박진환 전 네오위즈 사장, 방준혁 넷마블사장 등이 서 있다. 이들은 지금도 게임포털 인기순위 1∼3위를 점령하고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형 게임포털 비즈니스의 성공을 발판으로 중국, 일본 등지로의 사업모델 수출에도 잇따른 개가를 올리고 있다.

PC게임의 명장들도 빼놓을 수 없다. 정영희 소프트맥스 사장과 이상윤 판타그램 사장은 10년째 산업 터전을 지키고 있는 주역들이다. 이들은 PC게임으로 쌓은 개발력을 발휘, 지난해 나란히 콘솔게임을 선보이며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뒤에서 성공작들을 직접 만들어낸 개발자들도 있다. 넥슨은 하늘을 찌를 듯한 그 인기가 말해주듯 스타 개발자들의 산실이다. ‘마비노기’를 만든 데브캣스튜디오 김동건 실장, ‘카트라이더’의 정영석 실장이 그들이다.

‘리니지’를 개발한 송재경 전 엔씨소프트 이사와 ‘라그나로크’의 김학규 프로듀서는 모두 친정을 떠나 새로운 개발작에 몰두하고 있는 이들이다. 김학규 프로듀서는 조만간 ‘그라나도 에스파다’로 무대 전면에 복귀한다.

‘팡야’의 서관희 엔트리브 이사, ‘열혈강호’의 박지훈 KRG소프트 사장, ‘군주’의 김태곤 엔도어즈 이사, ‘프리스타일’의 송인수 제이씨엔터테인먼트 실장 등은 지금도 확고한 팬층을 몰고 다니는 개발자들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게임업계 인맥지도

게임 역시 인맥으로 얽혀있는 산업이다. 가장 소문난 마당발은 김정주 넥슨 창업주다. 그의 핸드폰에는 500여명의 ‘지인’들과 핫라인이 저장돼있다. 김정주 창업주는 이해진 NHN부사장과 KAIST 동기동창이다. 동기동창도 모자라 룸메이트였다. 항간에는 KAIST가 이들 두사람이 함께 생활했던 방을 ‘김정주·이해진 CEO를 낳은 방’으로 헌정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김택진 엔씨소프트사장 역시 이들과 서울대 선후배 관계이다. 얼마전에는 김택진사장이 국내 개인 주식부호 10위에, 김정주 창업주가 추정자산 21위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진환 전 네오위즈 사장(현 엔틱스소프트 사장)도 서원일 넥슨 사장, 김범수 NHN 사장, 김영만 한빛소프트 사장 등과 두루 친하다. 조금은 낯을 가리는 편인 김남주 웹젠 사장은 이상윤 판타그램 사장과 격이 없이 토론한다. 이상윤 사장은 자신이 개발중인 게임을 노트북에 감아가 김남주 사장에게 보여줄 정도로 벽이 없다. 홍문철 나코인터랙티브 대주주와 이한창 윈디소프트 사장은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개발자간의 카르텔도 만만치 않다. 넥슨의 김동건 실장은 KAIST 1년 선배인 판타그램 이현기 개발실장을 친형처럼 따른다. 이들은 각자의 게임에 서로를 소개하는 배경을 삽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엔트리브소프트 서관희 이사, CCR 장언일 본부장, 넥슨 정영석 실장은 서로가 첫 손가락에 꼽는 친구들이다.

이밖에 게임산업 원년 개발자 멤버로 정평나 있는 이원술 손노리 사장은 박지훈 KRG소프트 사장, 씨드나인 김건 사장등과 ‘간이라도 내줄’ 사이다.

◆한국 게임산업 연보

94년 넥슨, 소프트맥스 등 창업

〃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출시

95년 트리거소프트 설립

〃 ‘창세기전’, ‘워크래프트2’ 출시

〃 세가, 세턴게임기 출시

96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제정

〃 3D게임 개발 본격화

〃 툼레이더 라라크로포트 탄생

97년 임진록(거상 전작) 출시

〃 모의 군사훈련에 게임 첫 적용(타프시스템)

〃 세가,‘톱스케이터’ 출시

98년 엔씨소프트 리니지, 대한민국 게임대상

〃 사이버가수 ‘아담’ 탄생

〃 코나미, ‘데라버스트’ 출시

99년 CCR, ‘포트리스2’ 서비스

〃 ‘스타크래프트’ 등장

〃 남코, ‘테켄’ 출시

2000년 한국 온라인게임시장 규모, PC게임 역전

〃 판타그램, ‘킹덤언더파이어’ 출시

〃 EA, ‘울티마 온라인2’ 출시

2001년 프로게임리그 출범, 프로게이머 등장

〃 ‘리니지’ 열풍

〃 넥슨 ‘비엔비’ 출시

〃 MS, X박스 출시

2002년 한국 게임시장규모 3조원 돌파

〃 게임포털 폭발적 증가

〃모바일게임시장 규모 첫 1000억원대 돌파

〃국산 비디오게임 타이틀 등장

2003년 국산 온라인게임 수출 1억5000만달러 돌파

〃 ‘미르의 전설’, ‘리니지’, ‘라그나로크’ 등 중국서 선풍

〃 게임포털 주도권 경쟁 심화

2004년 대작 온라인게임 러시

〃 소니, PSP 전략 발표

〃 샨다, 액토즈소프트 인수

2005년 캐주얼게임 초강세

〃 ‘아크로드’,‘길드워’ 등 초대작 격돌

〃 ‘카트라이더’ 동시접속자 23만명 돌파

〃 PSP 국내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