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열전]시그마컴

 “‘기본에 충실한 기업’ ‘세계속의 기업’ 을 만들겠습니다”

 그래픽카드 업체 시그마컴 주광현 사장이 올 초 종업원과 간담회에서 선언한 말이다. 시그마컴은 지난 98년 설립 이후 그래픽·TV 수신카드 등 영상 관련 PC 주변기기라는 한우물만을 고집해 왔다.

 실제 국내 그래픽카드의 역사는 시그마컴과 같이 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그래픽카드 시장은 인사이드·슈마일렉트론 등 수십개의 제조업체가 있었으나 대만 브랜드와 가격 경쟁에서 밀려 지금은 시그마컴을 빼고는 국내 생산 기반이 모두 무너진 상태다. 시그마컴만 유일하게 경기도 수원에 2개의 자동화 라인을 갖추고 제품을 직접 생산하며 국산 그래픽카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시그마컴 성장의 원동력은 꾸준한 연구·개발에 연유한다. 다른 기업이 유통에 힘쓸 때 자체 연구소를 개설해 기술개발에 나서고 제품 품질에 매진했다.

 한때의 시련은 오히려 시그마컴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대만 업체들의 가격 공세로 시장 점유율이 점차 하락해 승승장구하던 시그마컴이 지난 2002·2003년 적자를 기록했던 것. 하지만 시그마컴은 다른 기업처럼 유통에 나서는 대신 오히려 자사의 생산 시설을 십분 활용해 이를 극복했다.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을 통해 제조를 강화하면서 결국 시그마컴은 삼성전자·삼보컴퓨터·LG전자·주연테크 등에 그래픽 카드를 공급해 그래픽카드 시장의 40%, TV 수신카드 시장의 50%를 점유해 국내 멀티미디어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시그마컴은 지난해 2년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14억원의 흑자를 냈다. 주광현 사장은 “지난해 OEM 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올해 소매 유통 시장에서 시그마컴의 바람을 일으켜 수입 제품 일색에서 국산 그래픽카드의 자존심을 다시 세운다는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말 시그마컴은 그동안 주력이었던 PC 주변기기 위주의 아이템에서 벗어나 LCD모니터·AV 보드 등 멀티미디어 사업군으로 진출을 선언했다. 이는 영상 주변기기가 PC에서 가전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면서 기업이 시너지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을 찾은 결과다.

 기존 조직도 △경영지원본부 △멀티미디어사업본부 △디지털사업본부 △제조본부 등 4개 본부로 나누어 본부별 독립적인 역할을 최대한 살릴 계획이다.

 특히 시그마컴은 앞으로 주력 사업이 될 디지털사업과 제조본부에는 업계에서 많은 경험과 능력을 검증받은 저명 인사를 본부장으로 영입했고 디지털 가전 제품군의 개발·판매·품질 향상과 효율 생산을 위한 본부 내 조직 정비도 마친 상태다.

 일단 출발은 순조롭다. 올해 초 시그마컴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에서 독자 부스를 마련하고 지난 2년여간 준비한 외장형·내장형 고선명(HD) 카드·HD 셋톱박스·LCD 및 PDP TV·LCD TV용 AV보드 등 다양한 디지털 제품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PDP·LCD TV 제조 업체에 AV보드를 공급하는데 합의했으며 미주·유럽·남미 지역의 업체와 수출을 진행 중에 있다.

 주변기기에서 종합 AV 업체로 ‘화려한 변신’에 나선 것이다.

 올해에는 DVR 시장에도 진출한다. 이미 DVR 업체 에스다임과 전략적으로 제휴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에스다임이 제품 기획과 개발·영업을 담당하고 시그마컴은 자재 구매와 제품 생산 및 공급을 각각 맡게 된다. 주 사장은 “그동안 연구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국내 업체가 하나, 둘씩 제조를 포기할 때도 자체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만을 고집했다”며 “특히 올해는 LCD TV 관련 제품 등 AV 시장에 진출한 원년인 만큼 수익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etnews.co.kr

◆기업문화

 ‘기업의 승리는 개인의 승리에서 나온다’

 이는 창업 초기부터 지켜온 경영 지침이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굴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게 주광현 사장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시그마컴은 올해 전 직원에게 업무 노트를 배포하고 개인 업무 일지을 작성하고 있다. 업무 노트의 도입 취지는 세부 업무 사항을 기록해 추후 업무에 보충 자료로 활용하고 정리와 기록하는 습관을 생활화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또 업무에 연속성을 부여해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를 확보하고 다른 업무를 맡게 돼도 이전 업무와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목적도 있다.

 업무 노트는 2개의 섹터로 구분돼 있으며, 한쪽은 업무일정·회의내용·메모 등을 기재하고 다른 한쪽은 업무 전문 지식과 이에 따른 자료와 세부 내용을 기록한다. 또 회사의 경영 방침·자기 업무 점검표·각종 업무 절차·각종 양식 작성 요령과 숙지해야 할 사항을 배포해 업무 노트에 넣어 사용하고 있다. 매월 1일 각 팀장은 해당 팀의 업무노트를 수거해 해당 본부장에게 제출해 6등급으로 평가하고 최고 등급을 획득한 우수 사원에게는 부상을 지급한다. 시그마컴은 업무노트 평가를 연말 인사고과에 30% 반영할 계획이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etnews.co.kr

◆이끄는 사람들

 시그마컴은 주광현 사장을 중심으로 4개의 사업본부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 사장은 그래픽 멀티미디어 분야 엔지지어 출신으로 아주대 전자공학과와 KAIST 벤처 최고경영자과정을 마쳤다. 지난 87년 대우통신 연구원으로 출발해 삼보 기술연구소, 90년 벤처 신화로 이름을 날렸던 가산전자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이어 98년부터 시그마컴을 맡아 테크노 경영인으로 시그마컴의 비전을 세우고 있다.

 95년 장영실상, 97년 멀티미디어대상 국무총리상, 99년 다산기술상, 2000년 벤처기업대상, 2001년 디지털대상 정통부장관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도 가지고 있다.

 올해 초 합류한 문원주 경영지원 본부장은 건국대 경영학과와 KAIST 벤처 최고경영자과정을 마쳤으며, 한미은행 심사역·동원창업투자 등을 거쳐 솔로몬 R&I 대표를 역임한 벤처 캐피탈과 구조조정 분야의 전문가이다. 문 본부장은 구매·관리·마케팅을 담당하며 체계적인 자금 관리와 구매를 통해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과감한 마케팅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그래픽카드와 멀티미디어 제품 개발과 영업을 책임지는 박성원 멀티미디어 사업본부장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창업 초기부터 시그마컴을 지켜오고 있다. 지난해 그래픽카드 OEM 시장을 석권한데 이어 올해는 소매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신속한 제품 출시, 고객 만족을 위한 제품 성능, 효율적인 판매 체계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LCD·PDP AV보드, 셋톱박스 등 신규 제품 개발과 영업을 담당하는 이민우 사업본부장은 신원인더스트리 이사, 자네트시스템 위성연구소장, 택산의 LCD TV 개발담당 이사를 역임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신규 디지털 사업본부를 연착륙시키고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밖에 생산업체 ‘디지털비젼’은 올해부터 손규호 제조본부장이 총괄하고 있다. 정진전자와 택산아이앤씨 기술이사를 역임했으며, 지난 97년에 디지털 셋톱박스 개발에 따른 공로를 인정받아 정통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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