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성장동력 상실하나](1)속 빈 강정 전락 위기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가별 2차전지 시장 점유율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인 2차전지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외형은 크게 증가했지만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휴대폰, 반도체에 버금가는 황금시장으로 불리는 탓에 너도나도 설비증설에 매달린 결과 공급과잉을 초래했고 소재 가격까지 앙등, 위기에 몰린 것이다. 현황과 문제점 및 대책을 긴급 진단한다.<편집자>

 전자부품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2차전지 시장은 지난 2000년 4312억원에서 작년 9530억원을 지나 올해는 1조1052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SDI와 LG화학으로 대표되는 국내 2차전지 업계의 매출 역시 2001년 1000억원 안팎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4년 만에 외형이 10배 정도 뛴 셈이다. 세계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00년 2%에서 작년에는 19%로 10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 같은 성장세로 볼 때 2차전지는 차세대 성장동력임에 틀림없다. 삼성과 LG도 2차전지를 그룹 차원의 전략 품목으로 육성, 세계 1위 상품으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승승장구하던 2차전지 산업이 작년 하반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세계 주요업체들의 증설 경쟁으로 공급 과잉이 빚어지면서부터다.

 세계 시장은 한 자릿수의 완만한 성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생산량은 매년 30% 이상 증가했다. 2003년까지만 해도 수요와 공급이 어느 정도 맞았는데 작년에 이 균형이 깨진 것이다.

 올해는 이 추세가 더 심각할 전망이다. 삼성SDI 2차전지 영업팀장 이진건 상무는 “올해 세계 시장은 15억8000만개 정도”로 예상했지만 올해 산요 등 세계 톱5 업체의 목표만 해도 약 16억개에 달한다. 여기에 BYD 등 중국 업체까지 더하면 15% 정도의 공급 과잉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주요 소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했다. 2차전지 소재 중 원가 비중이 가장 큰 코발트의 경우 2003년 평균 가격이 10.86달러였지만 작년에는 20달러를 상회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20달러를 조금 밑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2002년과 2003년에 흑자를 냈던 삼성SDI와 LG화학은 2004년에 적자로 전환됐다. 그나마 삼성SDI와 LG화학은 규모의 경제 효과라도 보고 있지만 후발 2차전지 업체는 예정된 설비 투자도 집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2차전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고 있지 않으며 일본의 앞선 기술과 중국의 가격 공세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는 형국”이라며 “재도약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이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 2차전지 업체는 공급과잉과 소재 가격 상승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적지 않은 흑자가 예상돼 국내 업체와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산요는 2004년 회계연도(2004년 4월부터 2005년 3월까지)에 2조9300억원(이하 1엔 10원 기준)의 매출에 약 2000억원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산요에 이어 2위를 달리는 일본 소니 역시 1000억원 이상의 흑자가 예상된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