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융합정책, 이젠 원칙을 세우자](2)누구를 위한 공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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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은 공무원의 이익인가, 공영방송의 이익인가’ 방송계에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말이다. 우리나라 방송정책의 최고 지향 목표인 공익에 대한 개념이 그만큼 모호하고 명확한 기준 없이 적용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방송의 공익적 책임과 목표는 1995년 케이블TV 출범 이전 지상파방송사만이 존재할 때까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유료방송인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이 출범하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도입을 앞두며 공익의 개념은 더욱 포괄적으로 확대됐고 심지어 산업논리와 갈등하며 공익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방송계의 최대 화제였던 지상파방송 재허가 추천에서 공익의 잣대는 무한의 힘을 발휘했고 사업자 선정을 앞둔 지상파DMB에도 가장 강력한 심사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모든 매체에 동일한 공익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방송위원회도 차등 적용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방송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익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와 기준·원칙이 없는 한 형평성의 문제제기를 면할 수 없고 실제 정치권의 추천을 통해 임명되는 방송위원들의 지위적 한계상 과연 독립적이고 공정한 공익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지는 영원히 의문으로 남는다.

◇공익의 명확한 개념 정의= 공익의 개념 정의를 위해 필요한 요소로 지목되는 사안은 △시청자의 볼 권리 및 다양한 선택권 △재난방송 및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 공헌적 요소 △올바른 정보 제공 △국민의 방송 참여 보장 등을 들 수 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중심으로 공공재인 방송 전파를 이용한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방송에 갖춰야할 최소한의 덕목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단서가 필요없다.

현행 방송법은 총칙을 통해 방송법의 목적을 △방송의 자유와 독립 보장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 향상 도모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 등이라고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방송에 적용되는 공익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개념이 규제로 가득 찬 방송법 전반에 고루 적용되고 있는지, 방송정책에 올바르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있게 확답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공익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개념 정의가 필요한 게 이 이유에서다. 실제 적용을 위해 필수적이다.

김국진 미래미디어연구소 소장은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는 시점에서 방송의 공익성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며, “산업논리와도 부딪치는 공익성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익의 적용 기준=지상파방송만 존재하던 때와 달리 이제는 다양한 방송 매체가 등장했고 각 매체의 수입원·진입규제·지원특혜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차별적인 공익의 잣대 적용이 필요하다. 방송매체는 크게 유료방송과 무료방송으로 구분되고 무료방송인 지상파방송은 공영과 민영으로 구분된다. 공익의 잣대가 가장 강하게 적용돼야 할 무료의 공영 지상파방송부터 무료의 민영 지상파방송, 유료방송 순으로 나열할 수 있다.

지난해 지상파방송 재허가 추천과 각종 규제, 기금 출연 등에서 이같은 기준이 공정하게 적용됐는지에 대해서는 방송위 직원들조차 스스로 의문을 갖는다.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새로운 제도는 방송사업자마다 다른 목표와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돼야 할 것”이라며, “현재처럼 사업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원적 목표 설정방식은 매우 비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규제기관이 단일화되든 아니면 분화되든지 간에 관계없이 각 사업자의 목표와 사회적 의무 수준은 명확히 구분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



<소박스1:공영방송과 민영방송>

최근 국가기간방송사인 KBS와 관련, 방송위원회가 입법예고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KBS의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방송위의 입법예고안이 KBS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게 하는 계기가 됐다.

방송위는 입법예고안이 KBS 임직원의 책임에 관한 사항과 예산편성 및 결산서 확정 절차를 개선·보완해 정부전액출자기관인 KBS의 경영에 대한 합리성 및 책임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주 내용은 KBS의 수익의 국고배당과 KBS 직원의 형법상 수뢰죄 등의 적용을 공무원으로 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지상파방송사의 재허가 심사과정에서 민영방송 수익의 사회출연을 강제했던 방송위가 정작 공영방송의 수익에 대해서는 간과됐던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이다.

우리의 방송정책은 상업방송에 비해 공영방송에 대해 관대하다. KBS의 경우 수신료 수익에 광고수익까지 허용하고, 공영방송사의 경우 민영방송에 비해 방송발전기금 출연금이 작다. MBC와 SBS 모두 수익의 일정 비율을 사회에 출연하지만 공영방송인 MBC는 이익배당을 하는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중복 출연한다. 주주가 아무리 공익재단이라 할 지라도 분명한 모순이다. 더구나 방문진에 대한 방송위의 감독 체제도 허술하다. 방문진은 MBC로부터 받은 출연금을 쌓아놓기만 하고 사회사업에 극히 소수의 금액만을 지출한다.

현재 규제와 지원 등에서 차별적 특권을 누리는 공영방송의 기준은 소유의 주체에 따라 구분된다. 그러나 정작 방송 내용에서의 차별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KBS-2TV·MBC·SBS의 방송내용에서 차별성을 찾을 수가 없다. 공영방송의 역할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지만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내용을 방송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대가로 각종 정책·규제·행정에서 차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조은기 성공회대 교수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제공될 수 있는 방송과 제공될 수 없는 방송에 대한 구분이 공영방송의 기준이 돼야 한다”며, “방송·통신 융합 법제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



<소박스2:사전규제보다 사후규제>

‘방송법은 규제법, 통신법은 진흥법’ 방송법과 통신법의 특성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한 말로 방송정책과 통신정책의 방향을 지적하는 말이기도 하다. 문제는 민영지상파방송, 케이블TV, 위성방송,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수익을 목적으로 한 상업방송에도 강력한 규제정책을 펼침으로써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방송의 산업적 발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십년간 군사독재의 영향권 내에서 독립성을 훼손당했던 방송의 사회·문화적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론 형성에 미치는 방송의 지배력이 큰 만큼 적절한 사전 규제정책을 취함으로써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 주 목적이다.

그러나 전 세계가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전력을 기울이고 뉴 미디어 도입에 한발이라도 앞서나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적 규제가 자칫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특히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시기에 통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방송의 규제가 사업자의 자발적 투자 욕구를 저해하고 나아가 시청자의 다양한 선택권이 침해를 받는다면 더이상 규제의 의미에 대한 명분을 찾기 어렵다. 또한 통신의 무역 장벽이 허물어지고 방송에 대한 개방 압력도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는 해외 경쟁력 악화에 치명타로 작용한다.

방송위 한 관계자는 “이제 방송은 공익과 공영의 테두리에 국한되지 않고 디지털이라는 패러다임을 앞두고 디지털TV(DTV)수상기, 콘텐츠, 각종 장비 등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방송위도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업자들 역시 사전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앞서고 현재보다 강력하고 철저한 사후 규제를 통해 각종 부작용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공영 다르고…민영 다르고…

 방송위원회가 입법 예고한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국가기간방송 KBS의 정체성 논의가 활발하다.

입법예고안은 KBS 임직원의 책임에 관한 사항과 예산편성 및 결산서 확정 절차를 개선·보완해 정부전액출자기관인 KBS의 경영에 대한 합리성 및 책임성을 제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KBS의 수익의 국고 환원과 KBS 직원의 형법상 수뢰죄 등의 적용을 공무원에 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지상파방송사의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민영방송 수익의 사회 출연을 강제했던 방송위가 정작 공영방송의 수익에 대해 간과됐던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이다.

규제와 지원 등에서 차별적 특권을 누리는 공영방송의 기준은 소유의 주체에 따라 구분된다. 그러나 정작 방송 내용에선 차별성을 거의 없다. KBS-2TV·MBC·SBS의 방송 내용만 놓고 보면 어느 방송이 공영인지, 민영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 방송 정책은 그간 민영 방송에 비해 공영 방송에 무척 관대했다. KBS의 경우 수신료 수익에 광고수익까지 허용하고, 공영방송사의 경우 민영 방송에 비해 방송발전기금 출연금이 작다. MBC와 SBS 모두 수익의 일정 비율을 사회에 출연하지만 공영방송인 MBC는 이익배당을 하는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중복 출연한다. 주주가 아무리 공익재단이라 할 지라도 분명한 모순이다. 더구나 방문진에 대한 방송위의 감독 체제도 허술하다. 방문진은 MBC로부터 받은 출연금을 쌓아놓기만 하고 사회사업에 극히 적은 금액만을 지출한다.

조은기 성공회대 교수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제공할 수 있는 방송과 그렇지 않는 방송에 대한 구분이 공영방송의 기준이 돼야 한다”며, “방송·통신 융합 법제화 과정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

◆통신의 공익성은 투자

 통신 분야에서 공익은 철저히 투자와 연결된다.

전화·초고속인터넷 등 국가 운영의 근간이 되는 기간 통신인 만큼 농어촌이나 도서지역, 군부대 등에도 기본적으로 기반 인프라를 갖추도록 의무화 했다. 112, 119 등 긴급전화를 위한 회선을 따로 마련해둔 것도 공익성 차원이다. 후방산업 발전을 위해 주파수 할당시 막대한 출연금도 낸다. 전파사용료도 내야 한다.

돈되는(달콤한) 부분만 골라먹는다는 이른바 ‘크림 스킴(cream skim)’을 바라는 사업자들은 실질적인 이윤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이런 의무들이 달갑지 않다. 그러나 공익보다 투자효율성(ROI)만 중시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긴급회선의 투자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내외·지능망 교환기랑 함께 써 일어난 최근의 KT전화 대란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통신사업자들은 아무리 싫어도 의무를 다해야 한다.

반면, 방송의 공익성 판단엔 주로 콘텐츠를 본다. 투자 여부는 관심 밖이다. 출연금도 없으며, 전파사용료는 방송광고공사에다 내는 수탁수수료로 대신한다.

전문가들은 통신방송 융합시 공익성은 따라서 통신과 방송의 두 형태를 아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