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진국들의 인적자원 개발 노력은 ‘소리없는 전쟁’에 비견될 만큼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영국·미국·호주·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우월적인 국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예산과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평생교육을 통한 인적 자원의 업그레이드에 혈안이 돼있는 상황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지난 2003년 231억4600만파운드에 달하는 교육 예산의 29%를 평생교육예산으로 할당했으며 미국과 호주도 두자릿수 이상의 평생교육 예산을 책정·집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같은 기간 6조5798억엔의 예산중 6.1%인 4023억엔을 평생학습 예산으로 집행, 인력의 재교육에 적잖은 공을 들이고 있다.
때문에 평생교육이 일부 여유계층이나 실업자를 위한 대책이라는 인식은 평생교육에 대한 세계적인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근시안적인 태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다행스럽게도 배움과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우리나라에서도 교육부가 주도가 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
◇평생교육네트워크 본격 궤도에=평생교육 전담지원을 위해 설립된 평생교육센터는 지난 2001년부터 인터넷(http://www.lll.or.kr)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교육 정보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여기에는 각급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교육 정보를 포함, 16개 지역 평생교육정보센터와 255개 평생학습관 홈페이지 및 지역 단위의 평생교육네트워크 구축사업에 관한 정보가 총 망라돼있다. 평생교육네트워크가 제공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는 평생교육 3만여건, 강좌 20만건, 학습자료 4만여건 등 폭과 깊이 면에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또 교육 정보의 수집·배포 기능위주에서 더 나아가 각급 시·도청이나 지역자치단체와의 평생교육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평생교육센터는 좀더 실질적인 e러닝을 위해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고려되고 있는 교과과정으로는 학교 교육을 포함한 성인 기초교육과 교양·취미, 여가, 외국어 교육을 포함한 자기 계발교육, 실직자나 창업, 현직종사자들을 위한 직업 기초교육 등이 있다. 또 평생교육 관련 세미나와 강연 등을 고품질 영상으로 제공하기 위해 평생교육 전문 인터넷 방송국 구축 등도 주요 고려대상이다.
◇소외계층을 겨냥한 방송통신고교 = 교육 소외계층에게 중·고등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74년부터 방송통신고등학교가 설립·운영되고 있다. 중등교육을 받지 못한 계층을 대상이어서 학생들의 연령과 직업, 입학 동기는 다양하다. 수업은 중·고교 교과내용을 주로 하고 있으며 EBS라디오 강의와 통신학습지 등 원격 교육 중심으로 운영돼오다 최근에는 주문형오디오(AOD), 웹 서비스 등 첨단기술이 동원된 사이버 교육체제로의 전환됐다.
특히 지난해 구축된 방송통신고교 사이버교육시스템(http://www.cyber.hs.kr)을 중심으로 전국 39개 방송통신고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전국 20만명에게 효과적인 학습서비스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송통신고교는 현재 교육과정과 강의방법의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작년 개교 30주년을 기점으로 2008년까지 5년에 걸친 대대적인 개편작업에 들어갔다.
방송통신고교의 사이버 교육체제 추진 방향은 작년부터 올해까지를 도입기로 보고, 이 기간 e러닝 학습 환경 토대 및 기반 마련을 위해 집중할 예정이다. e러닝 구현을 위한 전국 업무의 표준화와 종합 정보시스템 등이 추진된다. 내년부터 오는 2007년까지의 고도기에는 방송통신고만의 차별화된 e러닝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맞춤 학습 서비스 체계를 마련하고 종합정보시스템의 확장이 이루어진다. 2008년부터 예상되는 본격적인 확장기에는 부가서비스 및 지능형 서비스 확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직업·적성 판별은 교육 활성화 = 직업교육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정보화가 앞서서 진행된 분야다. 직업교육에서도 특히 정보 인프라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분야는 진로지도가 꼽힌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을 통해 종합진로정보망인 ‘커리어넷’, 실업계 고교 운영사이트인 ‘비바실고’, 국가인적자원개발과 관련된 ‘NHRD넷’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가운데 커리어넷은 지난 99년부터 중·고생은 물론 학부모와 성인, 교사 등을 대상으로 직업·진학·자격증·직업 흥미 검사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원스톱 진로지도를 통해 개개인의 장기적인 진로 계발이 가능하도록 디자인됐고 진로와 관련된 사이버 상담 서비스도 제공해 일반인들도 활용할 수 있다. 서비스가 점차 알려지면서 2003년에 23만6000여명이, 지난해에는 27만명이 각각 새로 가입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교육부 e공동체 통한 사회통합
최근 세계은행에 따르면 국가간 정보격차는 글로벌 IT업체들의 지원정책에 힘입어 좁혀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내에서는 계층간 빈부격차 확대로 정보격차가 오히려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e공동체 구축을 통한 사회통합 사업’은 빈부차이 확대에 따른 정보격차해소와 이를 통한 사회통합에 주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소외계층에 대한 정보화지원사업은 효율화가 최우선으로 시행되고 있다. 부처별로 추진하는 정보화사업을 e러닝과 연계함으로써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가출청소년쉼터나 복지부 사회복지관, 아동청소년 공부방 등 기존 부처별 지원대상은 그대로 유지하되 교육부는 이 지원사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e러닝 콘텐츠와 서비스를 병행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제도권 교육기관에 비교, 정보화에 소외돼있는 미인가 대안학교나 야학은 물론 탈북자 자녀나 재소자 등도 주요 지원대상이다.
교육 소외계층을 위한 ‘e평생학교 체제’도 장기적인 검토대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중등교육 미이수자가 무려 820만명에 달할 정도로 중도탈락 청소년이나 정규교육 미이수 성인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e평생학교는 제도권 초·중·고 및 대학에 대응하는 사이버 초·중·고교를 통해 보완하는 형태로 운영되며 정보통신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지역단위 기반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정보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 지원사업 외에도 지역단위 e공동체 구축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교육청과 대학, 지방자치단체나 여성인력개발센터 등과 기존의 평생교육협의회를 확대발전, 학습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정보를 생산·활용하며 지역의 문제를 토론할 수 있는 지역혁신 교육시스템으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또 지역혁신사업의 일환으로 e평생학습도시 조성 사업과 정보화시범마을 사업을 e러닝을 매개로 연계시켜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활용기술 등을 학습을 통해 계속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원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기고]김태준 한국교육개발원 평생교육센터 평생학습정보실장
얼마 전만해도 ‘평생교육’은 여유 있는 사람의 취미생활이나 교양강좌로만 받아들여졌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평생학습사회의 요구는 이제 학교, 가정, 직장 등 일상생활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학교 교육에서는 주5일 근무와 함께 주5일 수업이 단계적으로 실시됨에 따라 이에 따른 사교육비의 증가, 맞벌이 부부의 자녀 보호 문제 등으로 주말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평생학습의 인프라 구축에서 그 해답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 기업교육에서는 교수자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교육내용과 방법의 획일성에서 차별성으로, 학습자의 집단 특성 중심에서 개성 중심으로, 교육장에서 현장 중심으로, 시공간 제약 환경에서 시공간 초월 환경으로, 객관주의적 입장에서 구성주의적 입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됨에 따라 일하면서 배우는 체제,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학습의 형태가 중심에 서는 체험 위주의 평생학습이 요구되고 있다.
e러닝은 이러한 평생학습사회에서 시공 제약 없이 학습하고 지식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론이다. 평생교육을 위한 e러닝 지원방식은 누구나 배우기 쉽고 편리하며 학습자 특성에 맞게 원하는 때 언제나 원하는 곳 어디서나, 원하는 사람 누구나 학습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평생학습체제를 지향한다.
미국의 교육부는 e러닝을 교육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도구로 규정, 백악관과 국방부가 주도하는 ADL(Advanced Distributed Learning)을 중심으로 평생 및 직업교육 분야 e러닝의 국가적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영국의 컨설팅기관 EIU가 한국의 e러닝 준비도를 세계 60개국에서 5위로 평가한 것처럼 인터넷 이용률 세계 3위인 우리나라는 인터넷 이용자나 이용시간 등에서도 평생교육 e러닝 기반을 구축하고 확장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e러닝 준비도가 이처럼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초·중·고생을 겨냥한 중앙교수학습센터(에듀넷) 처럼, 성인학습자들의 평생교육 지원을 위한 포털사이트는 전무한 상태이다. 한국교육개발원 평생교육센터에서는 전국민의 평생학습을 위한 포털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또 e러닝을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이 능동적으로 지식을 습득·공유하여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하도록 하는 e평생학습도시 건설사업도 계획 중이다.
한편 요즘들어 e러닝이 하나의 유행적 학습·경영혁신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평생학습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이 아닌 ‘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되짚어 볼 때이다. 우리 삶에 있어 진정한 의미의 학습, 유의미한 학습을 위해서 느리지만 제대로 걸어갈 때, 평생교육 강국 e코리아로서 인정받을 날도 멀지 않았을 것이다. tjkim@ke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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