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열전]소프트파워

국내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의 약점 중 하나는 회사 연륜이 짧다는 것이다. SAP, 오라클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의 경우 인수합병(M&A) 사례를 제외하고 한 분야에서만 수십년 이상의 경험을 살려 지금의 자리에 올라선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길어야 10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볼 때 차이가 있다. 물론 연륜이 있다고 해서 질적인 측면까지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용 솔루션이 다양한 고객군에 기반한 노하우를 통해 발전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강점임에는 틀림없다.

 일천한 국내 기업용 솔루션 업계에서 드물게 설립 21주년을 맞은 기업이 있다. 국내 대표적인 전사자원관리(ERP) 업체인 소프트파워(대표 김길웅 http://www.soft-power.com)가 바로 그곳이다. 소프트파워는 지난 1984년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 자체가 희박했던 시절부터 경영정보시스템(MIS) 개발을 시작으로 소프트웨어 사업을 벌여왔다. 현재까지 MIS 부문 고객사이트 6만 7000여개, ERP 고객사이트 1500여개, 그룹웨어 사이트 300여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규모는 약 160억원대. 3년 연속 150억원대를 넘으며 국내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상위권에 드는 실적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경상이익이 12% 정도 될 정도로 수익성이 높다.

 소프트파워는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RTE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 R&D 강화, 해외 시장 공략 등을 골자로 하는 장기 비전도 마련했다.

 소프트파워 향후 비전의 핵심에는 실시간기업(RTE) 솔루션이 자리 잡고 있다. RTE 솔루션이란 ERP를 기반으로 공급망관리(SCM), 고객관계관리(CRM) 및 모바일 환경의 솔루션 등 다양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솔루션을 한번에 공급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3년 동안 RTE 솔루션 개발을 준비해 온 소프트파워는 ERP·CRM·SCM·그룹웨어·KMS 등과 같은 단위 솔루션 제품의 카테고리에 머물지 않고, 기간계 시스템에서부터 지식경영시스템 및 사무자동화 시스템까지를 모두 하나로 융합했다. 바로 그 결실이 ‘톱 엔터프라이즈(TOP Enterprise)’라는 e비즈니스 스위트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은 ERP와 업무프로세스관리(BPM) 뿐만 아니라 각 업종에 특화된 업무 모듈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소프트파워 측은 아직까지 이 솔루션의 구축 사이트는 없으나 대한전선, 포철산기 등 일부 기업에서 ERP를 도입하며 BPM 요소를 가미하는 등 시범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이 솔루션의 레퍼런스 사이트를 50여개 이상으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소프트파워는 무엇보다 이 솔루션으로 ‘소프트파워’라는 브랜드를 단순 ERP업체가 아닌 RTE의 최강 업체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김길웅 회장이 최근 ‘1등 소프트파워’ 브랜드 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사업모델의 차별화를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프트파워는 올해 R&D 부문에만 20억원을 투입해 독자적인 기술 개발 능력을 강화하고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대적인 인력 채용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대졸 신입사원 30명을 채용한데 이어 연내 모두 50여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이같은 채용 규모는 회사 창립 이후 최대다. 특히 대졸 신입사원의 50%를 이공계에서 선발하는 한편 각 계열사마다 대졸 사원의 10% 이상은 이공계 석·박사급을 채용해 R&D 기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RTE 기업으로의 도약과 R&D 강화와 함께 소프트파워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해외 비즈니스다. 이를 위해 소프트파워는 지난 99년부터 추진해왔던 해외 진출 계획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현재 일본 비즈니스 파트너인 아크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에는 올해 판매망을 확보하기 위해 파트너를 새로 물색하고 있다. 미국 시장도 해외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 약 300만 달러의 실적을 수출에서 거두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국내 최대 ERP 업체라는 명성에 걸맞게 글로벌 기업으로서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etnews.co.kr

*관계사 2곳

소프트파워는 중장기적인 기업 비전에 따라 2곳의 관계사를 두고 있다.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솔루션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프로세스공학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솔루션 개발 경험을 살려 구축 툴 업체로 스피드커널을 분사했다.

 지난 84년 설립된 프로세스공학연구소(대표 오현주)는 소프트파워 솔루션을 직접 개발하는 곳으로 원천 기술 연구뿐만 아니라 상용화 등을 추진하는 곳이다. 이 연구소는 현재 2개 팀 6개 부문 총 60명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에는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따른 시간과 비용 및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Spi 개발방법론’을 연구해 국내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소에 보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산업별 생산형태별 최적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모델 연구 △RTE 구현을 위한 전사적 통합시스템 모델 연구 △차세대 저작기술에 대한 개발 △확장성과 경제성을 보장하는 e비즈니스 플랫폼 연구개발 등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질적 성장에 도움을 주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피드커널(대표 전동욱)은 소프트파워에서 2002년 6월 분사해 e비즈니스 솔루션을 구현할 수 있는 ‘프로세스 큐(Process Q)’와 업무프로세스관리(BPM)를 구현할 수 있는 ‘프로세스 큐 BPM’을 공급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구축 도구이기 때문에 각 기업환경에 특화된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단위 업무 모듈을 구현하여 판매하는 형태의 개발사업에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스피드커널은 올해도 예년처럼 4배 이상 성장을 목표로 세웠으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프로세스 큐 BPM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끄는 사람들

지금은 직접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소프트파워를 대표하는 인물은 역시 김길웅 회장이다. 김 회장은 지난 1984년 소프트파워의 전신인 한국기업전산원을 창업했다. 그는 누적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한 지난 2000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회장은 이후 세번에 걸쳐 전문 경영인을 영입했으며 자신은 R&D를 총괄하며 직접 솔루션 개발만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소프트파워는 전문 경영인(CEO)의 지휘하에 △지원본부 △서비스사업본부 △RTE사업본부 △SMB사업본부 △전략컨설팅본부 등 임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초 소프트파워의 사령탑을 새로 맡은 이세연 사장은 지난 83년 한국IBM에 입사한 이후 영업총괄본부장을 거쳐 한국사이베이스 전무이사를 지낸 바 있다. 이 사장은 소프트파워가 조직 체질 변화를 통해 중견기업과 대기업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기업 임원으로서 업무를 총괄한 경험이 있는 만큼 조직 운영에서부터 영업까지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오현주 부사장은 지난 87년부터 17년째 근무하고 있는 ‘소프트파워 맨’이다. 그는 현재 인사·재무를 총괄하고 있지만 개발업무에도 관여하고 있다. 오 부사장은 지난 87년 소프트파워에 입사해 국내 최초로 ‘증권 분석 및 투자 자원 시스템’ 설계 및 개발 업무를 맡았으며, 97년에는 대기업용 ERP인 ‘탑엔터프라이즈’ 연구개발 및 발표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실력을 인정 받았다.

 소프트파워의 관계사인 스피드커널의 전동욱 사장도 올해 영입된 인물이다. 전 사장은 현대전자와 현대정보기술을 거쳐, HKM(Hyundai Kongsberg Maritime)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그는 HKM 대표이사 당시에는 100억원 규모의 국가사업을 수주하고, 매출을 600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시킨 바 있어 사업 수완이 좋은 CEO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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