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일어난 KT 유선전화 통화대란은 분명 인재(人災)라 할 수 있다. KT 측은 “은행들의 징검다리 휴무에 월말 신용카드 결제가 겹치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해명했지만 천재지변이 나거나 갑작스레 임시 공휴일을 지정한 것도 아닌데 궁색하기 짝이 없다.
통화량 집중에 따른 일시적 통화완료율 저하는 월말이나 연휴 등에 으레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전국의 상당 지역에 8시간 가깝게 불통 현상이 빚어진 것은 KT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문제는 대비 가능한 사고였다는 점이다. 이번 상황이 발생한 데는 지능망(1588, 080 등) 통화폭주도 있었지만 KT가 해당 지역 지능망 통화를 시외전화 및 특수전화 교환회선과 함께 사용토록 설계하면서 불통 현상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서울의 경우, 이들 회선이 통화량 증대에 대비해 각각 분리돼 있다. 즉 통화량이 늘어나면 이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해당 지역의 통화량 증가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112, 119 등 긴급전화를 별도 회선으로 사용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인명구조의 긴박한 상황에 대비해야 할 특수전화를 상업적 목적인 지능망이나 시외전화와 함께 사용토록 한 것은 책임을 면키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는 이날“통화를 자제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명확한 원인 설명도 못한 채 갈팡질팡했다.
KT는 우리나라 최대 기간통신사업자다. 농어촌, 군부대, 공공시설에까지 필수적인 유선전화망을 구축해야 할 의무를 지닌 보편적 서비스 사업자다. 그 때문에 다른 기간통신사업자들로부터 보편적 서비스 분담금도 지원받고 정부가 KT의 유선전화 매출 감소를 대신 염려(?)해 주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날의 사건은 KT가 안일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평소 통화량의 증가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았고 월말 결제에 휴일이 겹쳤다고 생각했으면 사전공지라도 했어야 한다. KT는 맘만 먹으면 언제라도 고객과 실시간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2100만 가입자를 갖고 있지 않는가. 왜 초고속인터넷 가입 독려나 PCS 재판매 등에만 고객정보를 이용하고 정작 필요할 때는 침묵하는지 모르겠다.
1·25 인터넷 대란이 지난 지 2년이 갓 넘었다. 이번만큼은 철저한 원인 분석과 대책을 내야 한다. KT와 정통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기대해본다.
IT산업부·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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