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계에 자랑하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시장질서가 혼탁해지고 있다니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재투자로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계속 성장하기는커녕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초고속인터넷은 우리나라를 IT강국의 반열에 올라서게 한 주역이다. 이미 전국에 초고속인터넷망이 구축돼 있어 보급률이 77%이고 이용자만 3100만명에 달한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이용자 기록이라고 세계에 자랑할 만하다.
우리가 해외에 자랑스럽게 말하는 게 바로 초고속망 인프라 구축과 많은 이용자다. 그렇다면 이같은 기반 위에 더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선도기술을 개발하고 부단한 재투자를 통해 관련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이른바 선순환의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후발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IT강국의 위상을 견고히 다질 수 있다. 물론 시장규모도 계속 커질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추세를 우리가 능동적으로 수용하지 못한다면 IT강국의 주역이라는 인터넷시장은 언제 그 위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냉정한 현실 진단 위에 미래 지향적 시장구조로 개편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위상은 언제 추락할지 알 수 없다. 현재 우리의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외형은 대단하게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성장둔화 속에 업체들은 치열한 가입자 쟁탈전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투입되는 마케팅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기업경영의 채산성 악화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업체 간의 가입자 쟁탈전은 시장질서를 혼탁하게 만들고 이는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와 직결된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서비스 기반 경쟁, 트리플 플레이서비스(TPS)와 부가상품 개발을 통한 가입자당매출(ARPU) 확대 등 선진국형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워 가입자 유치에 나섰던 기업들이 이제는 경품제공에다 무료 케이블 방송 제공 등 공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시장질서가 혼탁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주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수도권 지역에서 이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초고속인터넷시장의 51%를 차지한 KT까지 가세해 시장질서 혼란이 더욱 가속되고 있다니 안타깝다.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이 품질 경쟁이나 재투자없이 지금처럼 제살 깍기식의 가입자 쟁탈전에 치중하면 기업의 수익성 악화만 가져 올 뿐이다. 수익성이 악화되면 재투자를 할 수 없고 이는 소비자의 서비스 불만을 낳을 것이다. 또 이동통신 시장처럼 제소와 맞제소 등의 악순환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기업의 악순환이다.
기업들은 이런 잘못된 구조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선진국형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가입자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 품질향상 등으로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정부도 차제에 시장질서의 혼탁에 대해 엄격하게 규제해야 할 것이다. 경품에 대한 규제권도 미약해 사업자들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초고속인터넷은 국민생활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지금의 혼탁상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갈수록 후발사업자들의 채산성은 악화될 것이다.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의 불공정 경쟁에 대해서는 철저히 감시해 불법을 막고 있지만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번 기회에 기업들은 그간의 잘못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미래지향적 구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시장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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