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정근모 과학기술한림원장(8)

⑧에너지지원 차세대 스타 `KSTAR`

지구온난화현상은 화석연료의 사용이 지구가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구 대기권의 온도 상승으로 극지방의 빙산들이 녹아 엄청난 양의 담수가 대양에 투입되고 그 때문에 지중해 난류가 정지된다면 극심한 추위가 뒤따른다.

가뭄이 적도지역에 발생하고 이 지역 원시림의 존재까지도 위협하는 사막화 현상이 인류의 식량원을 위협할 것이다. 이러한 재앙을 예방하고 인류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지하려면 당장 유용한 대안으로 핵분열 에너지를 활용하는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증가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태양에너지와 핵융합에너지를 개발하고 활용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핵융합 연구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미했었다.

1995년 나는 고등과학원 설립을 주도하면서 원천기술을 종합개발 할 수 있는 기초실험장치의 건설에 관심을 갖고 그 가능성을 탐색하게 되었다. 당시 기초과학지원연구소에서는 대학의 기초연구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프라즈마실험장치가 주축이 되어야 한다는데 중론이 모아지고 김현남 소장을 중심으로 연구원 모집과 실험장치 획득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내가 과거에 근무했던 프린스턴대학 플라즈마연구소의 차세대 토카막 연구장치가 연구비 부족으로 개발이 중단될 처지에 놓인 것을 감지했다. 내가 1960년대에 프린스턴 플라즈마연구소에서 개발에 참여했던 스털러래이터는 러시아가 개발한 토카막으로 승계되었고 선진국들은 진보된 토카막의 개발과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프린스턴 토카막은 초전도자석코일을 이용하고 지금까지 축적된 핵융합플라즈마의 안정적 발생 및 가열 방법을 총동원한 첨단 장치로 미국은 이미 8000만 달러의 연구비를 투입했었다.

당시의 미국 에너지장관은 해절 오레오리라는 여성 행정가로서 나에게 특별한 호의를 갖고 있었다. 워싱턴을 방문해 열린 장관회의에서 나는 프린스턴 플라즈마연구소가 개발한 그 차세대 연구장치 기술이전을 요청했다. 핵융합 연구에 필요한 원천기술들을 개별적으로 도입하려면 엄청난 기술 대가를 지불해야 했고 대부분의 기술들이 예민한 기술이므로 이전을 받을 수가 없었다. 오레오리 장관은 핵융합 연구장치가 고도의 첨단기술들이 결집된 것임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의 승낙을 얻어낸 그 순간 나는 우리나라 기술진이 귀중한 원천기술을 전수받아 발전시킬 여건이 형성되었음을 직감했다.

기초과학지원연구소의 이경수 박사를 중심으로 한 연구진의 기쁨은 더 할 나위 없었다. 이 후 학연산 핵융합공동체가 형성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앞선 핵융합연구장치 KSTAR를 우리나라는 건설하고 있다. 극한기술이 적용되는 정교한 첨단장치를 설계하고 제작함으로써 얻는 기술 발전의 가치는 실로 엄청나다. 이 장치 때문에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EU와 함께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개발의 주역으로 인정되었고 결정적인 의결권을 갖게 되었다.

KSTAR는 운전이 시작되는 2007년부터 전세계 핵융합연구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검증하는 실험장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며 한국은 문자 그대로 세계적인 첨단 기초연구 핵심기지의 하나가 될 것이다.

KSTAR는 ITER가 건설될 때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핵융합 실험장치로서 인류가 반드시 갈망할 핵융합에너지 개발의 초석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를 세계무대에 올려놓을 KSTAR 사업의 결실은 미래를 바라보는 결단의 순간에서부터 예상되었던 것이다.

kunmochung@ka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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