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남극 연구의 소중함

1867년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720만달러에 사들였다. 당시 미 국무장관이었던 윌리엄 수어드는 ‘쓸모 없는 땅(알래스카)을 거금을 주고 사들이려는 바보’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101년이 지난 1968년 알래스카에서 석유를 생산하기 시작해 최근까지 1일 평균 150만 배럴씩 캐내고 있다.

 남극은 ‘미래의 알래스카’와 같은 잠재적 가치가 무궁무진한 곳이다. 석유는 물론이고 구리·크롬·백금·니켈·아연·은·주석·금·철 등이 상당량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남극새우(크릴)는 미래 식량자원으로서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 연구의 중심지이자 극한지역 연구를 위한 초석이다. 그야말로 자원의 보고이자 미래 연구의 중심지인 것이다. 따라서 세계 각국이 남극 영유권 분쟁을 벌일 정도로 연구개발 열기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실제로 남극을 처음 발견한 영국이 1908년 영유권을 주장한 이래 뉴질랜드(1923년), 오스트레일리아(1933년), 프랑스(1938년), 노르웨이(1939년), 칠레(1940년), 아르헨티나(1940년)가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하며 다퉜다.

 현재 남극에는 미국·러시아·영국·일본·중국·칠레·아르헨티나·브라질·우루과이·오스트레일리아 등 세계 14개국의 과학기지가 진출해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40년이나 늦은 1988년에야 남극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극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특별하지 않았다. 어떤 이는 단순하게 ‘남들도 다 남극에 가니까’라거나 ‘영토확장을 위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재규 대원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자 ‘우리가 왜 희생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남극으로 가야 하나’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과학기술자들은 고 전재규 대원의 숭고한 희생에 대해 포기나 좌절보다는 도약을 위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남극 킹조지섬 세종기지에 파견된 과학기술자들의 각오는 더욱 남다르다.

 사실 우리는 남극에 관해 아직도 초보다. 지난 10년간 수행한 남극활동이 그랬다. 우리 세종과학기지를 외국 어느 기지보다 더 과학적인 선진형으로 구축하고자 노력했지만 킹조지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로 말미암아 연구할 수 있는 영역이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아직 남극바다의 얼음을 헤쳐나갈 수 있는 쇄빙선도 없다. 이제 남극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닐까.

 남극은 국제적으로 순수과학의 대상으로 규정되어 있다. 인류 공동의 유산이다. 하지만 그 유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국가적 이익과 과학적 자산은 투자한 만큼씩 서로 다를 것이다.

 현재 세종과학기지에는 14명의 월동대원이 근무하고 있다. 월동대는 남극의 겨울 기간인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혹독한 추위와 긴 어둠을 외부와 차단된 상황에서 견뎌야 한다. 그동안 이처럼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며 남극 과학연구에 헌신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소속 연구원을 비롯한 세종과학기지 파견 과학자들의 강한 집념과 의지에 대해 자랑스러워 해야 할 것이다.

 을유년 새해 벽두에 필자는 서울에서 1만㎞ 떨어져 있는, 지구의 정반대편인 남극 세종과학기지를 5일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세종과학기지에는 고 전재규 대원의 흉상이 기지를 수호하고 있다. 그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남극연구의 가치를 되새길 때다.

 남극에서 활동중인 우리 해양과학자 모두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바람이 있다. 남극점에 보다 가깝게 진출하고픈 열망이다. 그곳에서 지구와 우주과학을 연구하고 미·러·일·중 등 남극 과학 선진국들과 어깨를 같이하고 싶다는 야심찬 도전 계획이다.

 이 계획은 우리 과학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21세기 과학강국 대한민국이 개척해야 할 미지의 대륙, 남극을 다시 보자.

 <조청원 과학기술부 과학기술기반국장 cwcho@mo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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