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우리 기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특허침해 소송이 급증 추세다. 특허 문제의 심각성은 이들 외국기업이 단순히 선두 대기업들만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라 중소·벤처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한다는 점에 있다. 올해 정부는 경제활성화 일환으로 기술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소·벤처기업 대부분이 외국의 특허공세에 대해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국제 특허분쟁 현황 및 대응방안에 대해 긴급 점검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산업계 특히 한국경제를 굳건히 이끌고 있는 IT산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특허 분쟁’이었다. 실제로는 외국 선진기업들의 ‘특허를 무기로 한 압박’이 적합할 듯 싶다.
국내 기업들이 기술(특허)도입 대가로 지급하는 로열티는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상승 중이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국내 기업들이 지급하는 통상 로열티는 매출액의 2.5∼4%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의 2.5∼4배 가량 늘어난 10% 수준까지 상승 추세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치닫자 소위 잘나간다는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특허료 부담으로 외국기업과 합작까지 검토했다”고 토로한다.
기술력이 기업경쟁력의 핵심요인으로 등장하면서 범세계적으로 특허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선발기업들은 특허 카르텔을 형성해 후발기업의 진출을 원천 봉쇄하고 특허료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IBM·텍사스인스트루먼트(TI)·퀄컴 등은 영업이익의 50% 이상이 기술로열티 수입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이와 함께 특허 침해 소송 수위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경고와 로열티 요구 수준이 아니라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막대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와 경쟁분야가 많은 일본의 외국기업에 대한 특허 침해 소송이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우리나라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이 석권했던 시장을 석권해 나가자 이를 특허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만 △후지쯔의 삼성SDI PDP 특허침해 제소(4월) △도시바의 삼성전자·LG전자·기륭전자·현대오토넷에 위성DMB 특허료 요구(5월) △후나이전기의 대우일렉트로닉스 VCR 수입금지 요청(9월) △마쓰시다의 LG전자 PDP모듈 특허침해 제소(11월) △후지쯔의 하이닉스 낸드플래시메노리 특허침해 제소(11월) 등 5건에 이른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간 특허 공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각국 정부까지 특허 전쟁에 발을 들여놓으며 자국 산업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의 대표적인 예로 일본 세관이 삼성SDI PDP모듈 통관보류 조치 그리고 최근 한미 통상회의에서 특허 이슈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같은 특허분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성복 한국전자산업진흥회 특허지원센터장은 “과거에는 대기업의 특정 기술을 대상으로만 특허분쟁이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작은 아이템에까지 분쟁이 발생하는 등 앞을 전혀 예상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전세계적인 특허 분쟁 회오리 속에서 우리 기업들의 대처 수준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초보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술이 회사의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벤처기업의 경우 대부분이 특허 전담부서는 물론 연구개발(R&D) 과정에서 특허관련 지식 및 기술분석 조차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외국기업의 특허공세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업계 차원의 기술개발 및 해외 특허 등록 노력과 함께 피치 못할 상황을 대비한 범정부차원의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국내 한 특허 전문가는 “현재는 외국기업의 특허공세의 표적이 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우리나라를 쫓고 있는 중국 등을 견제하는 무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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