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게임 유저라면 프로게이머의 현란한 손놀림과 기막힌 전술,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듯한 유니트 컨트롤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나도 저렇게 해봤으면…’ 하는 느낌을 한번 쯤 받았을 듯 하다. 친구들과 어울려 PC방에서 ‘스타크’ 한판 때릴 때 상대방의 초반 러시에 뒤통수를 맞으면 그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강호 베틀넷에서 얼굴도 모르는 상대와 싸워가며 이것 저것 열심히 연습했건만 승수는 늘지 않고, 실력은 제자리 걸음인 아마추어 스타리거를 위해 ‘스타크래프트’ 최고수를 찾아 직접 대전하며 전략전술을 배워보는 ‘스타크 고수에게 배운다’를 마련했다.
이번 호에는 프로토스 최고 게이머로 명성을 날렸고 현재 온게임넷 해설가로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김동수를 찾아 프로토스 유저가 갖춰야 할 기본을 체크했다.현재 게임개발사에서 병역특례 요원으로 근무중인 김동수를 코엑스몰 PC방에서 만났다. 프로게이머이기보다 이제는 게임 해설가로 더 많이 알려졌지만 그렇다고 스타리그를 떠난 것은 결코 아니다. 게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틈날 때마다 연습하며 병특 이후의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는 휴화산이다.
인사를 나누고 한 수 배움을 청하자 김동수는 대뜸 “현역 프로게이머도 아닌 제가 이 코너에 나오는 것이 어색하기만 하다. 최신 전략이나 세부 기술을 현역 프로를 통해 배우고 나는 프로토스 유저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사항을 몇 가지 알려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누가 해설가 아니랄까봐 논리적인 설명이 계속해서 이어지려 하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일단 한번 붙고 나서 얘기하자”고 말을 끊었다.
일대일 대전 맵은 가장 일반적이고 무난하다는 헌터. “자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매너 있는 김동수의 말에 재빨리 마우스를 움직여 프로브의 미네럴 생산에 들어갔다.
고수 김동수의 초반 러시에 대비해 일찌감치 질럿 생산에 총력을 기울였다. 초반 정찰을 통해 상대의 위치는 파악했다. 질럿을 입구에 3마리 배치해놨을 때 그의 질럿들이 몰려왔다. 3마리였다. “흐흠, 유닛 차이는 없구만… 막을 수 있겠는데”라고 흥분한 것도 잠시.
프로브 생산 및 빌드 오더에 1, 2초씩 한눈(?)을 파는 사이에 김동수 질럿의 툭툭 치는 잽에 나의 질럿이 한 마리씩 끌려가 구타를 당했다.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 어느새 한 놈씩 끌려가기에 아예 홀더를 시켜놨더니 대놓고 몰려들어 한 놈씩 잡고 집단 이지메를 가했다. ‘아! 맞는 것을 보고만 있는 우리 질럿들.’ 열 받기 시작했다. 일단 양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함에 계속 질럿 생산 버튼을 눌렀는데 ‘어라, 김동수의 드래군 2마리가 어느 틈에 등장해 춤을 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입구에서의 산발적인 교전으로 질럿을 몇 마리 잃자 김동수는 질럿과 드래군 조합에 숫적인 우세까지 등에 업고 전면에서 공격해 들어왔다. 채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우리 진영은 쑥밭이 됐다. 땀을 닦으며 GG.“보세요. 넥서스에 불이 꺼지면 안 됩니다. 프로브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생산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프로브의 생산과 활동은 전투 유닛생산과 빌드오더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 잠재적인 자원입니다.” 첫 대전 후 김동수가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넥서스의 쉼없는 프로브 생산이다. 리플레이 장면을 보며 자주 눈에 띄는 우리 넥서스의 가동 중단을 지적했다.
“게이트를 지었으면 유닛생산도 끊임 없이 해줘야 합니다. 이번 처럼 너무 빨리 게이트를 늘려 놀리는 경우가 발생하면 비효율적인 운영이겠죠.” 유닛생산에 급급한 나머지 초반 닥치는 대로 늘린 내 게이트를 수를 말함이다. “그리고 정찰입니다. 상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최대한 빨리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전략을 세워야 하죠.
처음에는 프로브로, 다음에는 질럿으로, 그 다음에는 옵저버를 이용해서요.” 김동수의 드래군이 추가된 사실을 입구 쪽에서 겨우 파악한 나의 늦을 정찰을 지적한 것이다.
모든 건물에서 생산이 끊임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 정찰을 계속 시도해 상대의 의도를 최대한 파악할 것. 이 두 가지 사항이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면 초반 뒤통수를 맞고 어이없이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나아가 역공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김동수의 조언이었다.이길 수는 없어도 김동수의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는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자신있는 무한 맵에서 재대결을 요청했다. 입구를 단단히 틀어막고 캐리어를 최대한 빨리 뽑아 기습한다는 전략이다.
초반은 순조로웠다. 입구에 캐논을 4기까지 심고 질럿을 몇 마리 배치하자 초반 공격은 쉽게 막을 수 있었다. “음. 좋아. 뜻대로 되는군”하며 스타게이트를 올리던 중 우리편 질럿 한 마리가 또 다시 최면에 걸린듯 끌려가는 것을 잡기 위해 따라가 보니 입구 바깥쪽 안 보이는 곳에 김동수의 질럿과 드래군이 개떼처럼 몰려 있었다.
“아뿔사” 부랴부랴 캐논과 질럿을 늘렸으나 때는 늦었다. 상대 병력은 3배 정도나 많았다. 입구에 심은 캐논 5기와 게이트는 순식간에 파괴됐다. 각각 한 부대 가량의 질럿과 드래군이 우리 진영에 마치 해일처럼 몰려 들어왔다. 방어할 그 무엇도 없었다. 눌러놓은 캐리어를 취소시키고 질럿을 눌렀으나 이는 ‘죽은 자식 불알만지기’였다. 또 다시 GG.
실력차이가 엄연했지만 ‘한 판 더!’라고 외친 후 그에게 이번에는 방어만 할 것을 요구했다. 초반 기습이든 후반 캐리어 공습이든 내 공격을 한번 막아보라는 뜻이다.
빠르게 테크트리를 올렸다. 게이트, 사이버네틱스코어, 그리고 바로 스타게이트를 만들었다. 캐리어가 한 부대 모였고 공방 1단계씩 업그레이드된 상태. 김동수 진영의 드래군이 입구 쪽에 몰려 방어진을 펼친 것을 파악하고 우회해 옆구리를 쳤다.
그런데 이게 웬일. 스카웃이 한 부대 이상 모여있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캐논까지 여러 기가 심어져 있었다. 캐리어가 넥서스를 공격한 것도 잠시, 스카웃과 포턴캐논에 의해 순식간에 몰살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테크트리가 빠른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상대에 비해 스타게이트를 빨리 지었다면 그만큼 지상 유닛은 부족하기 마련이죠. 이점을 정찰을 통해 파악하고 공격한 겁니다. 마지막에 수비할 때는 캐리어가 몰려올 것을 알고 있었고요.” 김동수는 옵저버를 통해 나의 모든 전략을 낱낱이 꿰뚫고 있었다.
캐리어 몰살 직후 “방어만 하라고 했지만 캐논까지 그렇게 많이 심어놓을 줄은 몰랐다”고 하자 그는 “사실 포턴캐논을 깔 생각은 못했는데 유닛수 200까지 채워놓고 기다리던 중 공격이 없자 심심풀이로 몇개 심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얼굴과 내 얼굴이 동시에 빨개졌다.“정찰을 통해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 내 전략을 마련해 나간다는 점에서 ‘스타크래프트’ 대전은 대부분 심리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이런 전략을 짜면 상대도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생각지도 못한 전략을 들고 나와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은 다시말해 내가 상대에 대한 정찰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찰의 중요성을 그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리고 “정찰은 곧바로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는 척도이자 내 전략을 세우는 기본”이라고 재차 힘주어 말했다.
급할 때 써먹을 수 있는 알려지지 않은 전략·전술이나 숨겨진 기술을 몇 가지 알려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앞서 말한 기본만 잘 지키면 지금보다 승률을 최대 50%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나보다 뛰어난 고수의 뒤통수를 쳐서 잡으려면 그 뒤통수가 어디에 있고 뒤통수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내가 “그래도 초보든 중수든 쉽게 생각하지만 놓치기 쉬운 운영 노하우나 명심해야할 기본 전략이 있지않느냐”고 다그치자 그는 “음. 포턴캐논 하나 심는 게 게이트 하나 짓는 비용과 같다. 포터캐논은 움직이지도 못할 뿐더러 유닛 생산도 안 된다.
초반부터 캐논에 목숨 거는 게이머들이 꽤 있다. 나름 대로의 확실한 전략이 서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캐논보다는 게이트 등 전투 유니트 생산을 할 수 있는 건물이 실용적이다. 비용대비 더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경제적인 빌드 오더를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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