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데이타 이스트(Data East)에서 개발한 ‘스트리트 후프(Street Hoop)’는 국내에 ‘길거리 농구’로 알려진 오락실 최고의 농구 게임 중 하나다. 조잡한 그래픽은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불쾌한 느낌을 주지만 일단 동전을 투입하고 플레이를 해 보면 180도로 달라진 자신의 태도를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EA의 ‘NBA 잼’과 유사하지만 실제 게임성은 완전히 다르다. 유저는 우선 프랑스, 미국, 한국, 일본, 이탈리아 등 총 10개 나라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각기 다양한 장점을 지닌 팀을 통해 월드 우승을 거머쥐어야 한다. 겉보기와 달리 이 작품의 CPU 인공지능은 대단히 높아 유저의 왠만한 실력으로는 다른 팀을 이길 수 없다.
여차하면 공을 빼앗기기가 일쑤고 상대방을 속이는 페인트 동작 없이 슛을 날렸다가는 당장에 블럭킹을 당하고 만다. 커버 플레이나 진로를 차단하는 동작도 지능적이라 팀의 포메이션과 특성을 살리지 않으면 패스 조차 어려운 게임이 바로 ‘스트리트 후프’다.
그러나 길거리 농구는 순수한 자유에 불타오르는 법. 정통적인 농구의 룰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며 골대의 백보드를 박살내는 슬램 덩크는 조이스틱을 잡을 손을 부르르 떨게 만든다.
이 작품은 세가의 ‘NBA 2K’ 시리즈와 완전히 다르며 EA 스포츠가 자랑하는 ‘NBA 라이브’ 시리즈와도 격을 달리한다. 최근 농구 게임들의 추세가 사실성을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에 비해 ‘스트리트 후프’는 농구의 룰과 게임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길거리 농구의 재미와 독창성을 하나로 버무려 만든 최고의 작품이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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