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구조조정 압박 거세질듯

 세계적인 PC 및 프린터 업체인 HP가 칼리 피오리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사임을 발표함에 따라 그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피오리나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은 최근 이사회가 지난해 PC사업 부문에서 델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긴 책임을 물어 피오리나 회장의 권한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터져나오면서 일부 예상되기도 했다. 피오리나 회장은 이같은 예상을 추측일 뿐이라고 일축했으나 결국 사실로 드러나고 말았다.

 ◇피오리나 회장의 사임 배경=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그의 사임 배경에 대해 컴팩 인수 이후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다 프린터 사업 부문의 분사를 요구하는 이사회 및 투자자들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산업에 정통한 애널리스트들은 몇달간 HP가 새로운 경영진 재편과 최대 라이벌인 델컴퓨터에 경쟁하기 위한 체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단기적인 혼란에 빠질 것을 경고하고 있다.

 피오리나의 낙마로 회사의 일반적인 로드맵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변화는 없겠지만 일각에서는 그녀가 선봉에 서서 추진한 변화들의 상당수가 원상복귀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HP의 향후 진로로 가장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는 시나리오는 프린팅 사업부문 중심으로의 재편. HP는 최근 수년간 자사의 ‘캐시 카우’로 상업용 프린터와 복사기 시장을 주목하고 이 시장을 확대시키기 위해 주요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 배너 프린트물과 브러셔 및 다른 소규모 마케팅 출판물 등의 시장을 주력으로하는 인디고와 같은 회사의 인수가 대표적으로 앞으로도 프린터와 복사기 시장은 HP에게는 막 시작된 초기 시장에 불과할 따름이다.

 결국 지난해 세계 PC 시장에서 델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점이 피오리나 회장에게 결정타로 작용했다. 시장 조사 업체인 IDC에 따르면 HP의 PC시장 점유율은 2003년 16.2%에서 2004년 15.8%로 줄어든 반면 델은 16.7%에서 17.9%로 늘어났다. 여기에 지난 5년간 주가까지 50%나 하락하자 이사회의 시선이 더욱 차가워졌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이사회와 월가의 기관 투자가들은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 HP에서 프린터 사업을 분할하도록 요구했으나 피오리나 회장이 이에 반대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피오리나 회장은 컴팩을 인수한 효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다며 분사 요구를 일관되게 거부해왔다.

 ◇전망=IDC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PC시장 1위와 2위를 차지한 델과 HP의 시장 점유율 차이는 0.2% 포인트에 불과하다. 그러나 델은 소비자 직접 판매 방식을 통해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HP는 매장과 온라인 판매 방식을 고수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HP가 델을 이기고 다시 PC시장 1위에 복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구나 PC부문의 성장률은 HP가 12%로 델(23%), IBM(16.3%)보다 HP가 가장 낮다. 현재 IBM은 PC사업부문을 중국 최대의 PC업체인 레노보에게 매각키로 합의한 상태로 레노보는 본사를 뉴욕으로 옮겨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어서 향후 PC 시장에서 HP의 위상은 더욱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메타그룹의 애널리스트인 닉 갈은 “HP는 프린팅 사업부문이 가장 강력한 수익원을 내는 회사로 앞으로 프린팅 부문을 중심으로 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PC를 비롯한 여타 사업부문에서 큰 폭의 체제 변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아울러 심지어 프린팅과 관련이 없는 많은 사업군들은 상당부문 떨어내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또 이런 비즈니스 부문들이 분사의 길을 걷게 될 것이고 과거의 컴팩 상표도 부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IBM이 레노보(렌샹)에 PC사업부문을 매각한 것처럼 HP도 PC사업부문 매각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피오리나 회장은 지난 해 12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증권 분석가 간담회에서 이사회가 3차례나 분사를 논의한 적이 있지만 모두 만장일치로 분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피오리나 회장이 사임키로 함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해 이사회가 다시 논의하게 될 지 여부 등 귀추가 주목된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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