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온라인게임 동접 부풀리기 해법없나

오랜 기간동안 관행으로 굳어진 온라인 업체들의 동시접속자수 부풀리기에 대해 ‘현실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게임 유저들은 더 이상 각종 매체를 통해 발표되는 동시접속자수를 믿지 않으며 업체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는 상황이다. 이를 해소하고 온라인 게임의 질적 향상과 투명성을 위해서도 통합전산망 같은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 어느 홍보담당자의 고백

“처음 게임 업체에 입사해 홍보를 맡았는데 동시접속자수를 엄청나게 부풀리더라고요. 만약, 실제 동접이 1만명이라면 보도 자료에는 3만명이라고 발표하는 거죠. 어이 없는 수치지만 홍보나 마케팅 등 여러 가지 부분을 감안해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알아보니 그것도 사실이고….”

한 온라인 게임 업체 홍보담당자가 최근 사석에서 말한 내용이다. 온라인 게임 업체들의 동시접속자수(이하 동접수) 부풀리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리니지’의 대성공을 지켜 본 업체들은 너도나도 온라인 게임으로 방향 전환을 했고 그 때부터 동접수 부풀리기가 시작됐다.

2001년과 2002년에는 이런 관행이 최고조에 달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업체에서 발표한 동접수의 30%가 실제 수치’라는 공식 아닌 공식까지 나왔다. 즉, 1만명이라고 발표했다면 3000명이 실제 수치고 나머지 7000명은 존재하지 않는 유령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해당 게임에 접속해 유저를 일일이 세어보지 않는 이상 사실 확인을 할 방법이 없어 전적으로 업체에서 공개한 자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는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가 활성화되면서 이러한 동접수에 의심을 품는 유저가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유저는 ‘하늘아리’ 등 UI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신이 직접 동접수를 체크한 후 웹 사이트에 발표하는 수준까지 이르고 있어 업체들의 자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 효과 높아 여전히 ‘고수’

하지만 업체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실제 동접수를 공개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는 주장이다. R사의 한 관계자는 “실제 수치를 발표하는 것은 유저나 업체 모두에게 사실 도움이 안됩니다. 유저는 자신이 속한 서버에 사람이 많다, 적다며 매일 투덜거리고, 회사는 동접수가 높으면 몰라도 낮으면 마케팅과 홍보 활동에 엄청난 마이너스 요인이 되기때문에 기피할 수 밖에 없습니다”고 말했다.

 업체의 투명성을 높이고 좋은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에는 동의했지만 단점이 훨씬 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동접 수를 부풀리는 것이 효과가 커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게임과 게임 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유저와 일반인들은 발표되는 동접수를 믿는 경우가 많고, 동접수가 높으면 인기 있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뚜렷한 효과를 본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양심상 A 게임의 동접수를 조금만 부풀려 발표했더니 타 업체에서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다”며 “아무도 모르는 사항이기 때문에 올리려면 확실히 올려야 효과가 있다고 조언을 받아 이후부터는 그렇게 했다”고 털어 놨다.

# 일부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와

극히 드물지만 일부 업체들은 동접의 수치가 아무리 낮아도 그대로 공개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신뢰성과 자신감이다. 현재 국내에서 실제 서버별 동접수를 공개하는 게임은 ‘라그나로크’가 거의 유일하며 몇몇 게임들은 실제와 근접한 수치를 발표하고 있다.

‘라그나로크’는 게임 개발부터 이 시스템을 삽입해 자신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서버 리스트가 나타나고 해당 서버의 인원이 표시된다. 이 게임을 개발한 김학규 전 대표(현 ICM 대표이사)는 “동접을 부풀려도 게임에 들어가면 대략적인 수치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자신이 소속된 서버의 현황을 공개하면 플레이에 도움이 된다. 또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새로운 온라인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G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아무도 믿지 않는 동접을 부풀려봐야 별 도움이 안된다. 유저들은 동접이나 서버의 갯수에 연연해 하지 않고 재미있으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 한다. 좋은 게임을 만들면 유저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며 앞으로 발표할 작품들은 실제 동접을 그대로 밝힐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러한 반응은 최근 들어 유저들의 불신이 깊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업체들이 밝히고 있는 것으로, 주로 중·소 개발사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들은 ‘시기상조’라며 말을 아끼고 있으며 예전처럼 두 배 이상 ‘뻥튀기’를 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 잘못된 관행 해법은 없나

영화계의 경우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하 통합전산망)으로 투명한 관객동원수를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영화진흥법에 따라 영화진흥위원회는 2004년 1월 1일부로 통합전산망 운영을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극장에서 입장권 발권이 되는 즉시 단말기를 통해 전산망 사업자(메가박스, CGV 등)의 서버로 데이터가 전송되고 여기서 집계된 내용이 다시 통합센터로 전송돼 자료가 모아지는 방식이다.

 통합전산망은 본래 실시간 전송방식으로 연동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극장업계의 집단 반발로 인해 주간단위 전송방식으로 폭을 넓혔다. 업계의 의견에 따라 매주 영화별 박스오피스 집계에서 영화관별 데이터는 발표되지 않으며 여기에 가입한 극장에게는 한국 영화의 의무상영일수를 감해주는 ‘당근’을 제시한다.

현재 통합전산망에 가입한 극장은 전국 131개, 886개 스크린이며 가입율이 69.27%에 이르고 있어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 받는다. 이것은 가장 투명하고 효과적인 집계 방법이며 각종 연구에도 훌륭한 자료로도 사용될 수 있다.

이를 당장 게임업계에 적용하기에는 무리수가 따르지만 각 업체들의 동의를 구한다면 KT-IDC 등을 통해 실제 동접자 수치를 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재 가장 신뢰할 수 있다는 게임트릭스의 집계 방식도 자사의 가맹점 PC방에 국한돼 있어 뚜렷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좀 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영화계가 거쳐 왔듯이 국산 게임의 질이 향상되고 우수한 작품이 쏟아져 나온다면 동접자수를 부풀리고 유저를 속이는 방식의 홍보는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게임 강국답게 작품의 질로 승부해야 하는 것이 옳다. 게임 유저들을 속이며 편법을 동원하는 것은 결국 상용화 단계에서 진실이 가려진다”고 입을 모았다.

 다양한 의견이 있으나 개별 업체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보다는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나서서 공식적인 동접수를 발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작업은 개별 회원사가 동의하고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동접수 부풀리기라는 게임업계의 잘못된 관행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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