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다운받고 인기순위 좀 올려 주세요

무료 모바일게임이 새해 벽두부터 게임 업계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모바일 게임산업을 주도한다는 리딩기업에서 부터 중소 개발사까지 공짜 다운로드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수상’이나 ‘업그레이드 버전 출시 기념’ 또는 ‘사은대잔치’라는 각종 명분 아래 쏟아지는 무료 다운로드 게임으로 인해 모바일 게임업계는 희망의 새해 첫 달부터 홍역을 앓고 있다.

# 기승부리는 공짜 모바일 게임

컴투스는 지난해 말부터 모바일 게임 ‘트래픽’ 무료 다운로드 행사를 한 달간 진행했다. 이유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 기념’이다. 게임빌은 자사 맞고 게임인 ‘정통맞고’를 출시 이후부터 수시로 무료 제공 중이다. 최근에는 업그레이드 버전 기념으로 무료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엔텔리전트는 특정 기업의 무료 이벤트 상품으로 ‘렛츠골프’를 내놓았다. 한 달간 예정으로 현재 진행 중이다. 이외에 ‘체험상품’이라는 이름 아래 서비스와 동시에 무료로 제공되거나 이동통신사의 패키지 무선 콘텐츠 상품에 포함돼 거저 제공되는 모바일 게임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10월 사단법인 모바일게임산업협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내부 과제로 ‘무료게임 자제’라는 원칙을 내세웠다. 주요 개발사 사장이 운영진과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협회의 이 같은 원칙은 새해 첫 달부터 무색해졌고 내부 결속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몇몇 섣부른 개발사의 배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협회에 대한 비아냥도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덩달아 무가지를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무료 모바일 게임과 개발사에 대해 여기저기서 비판의 말들이 쏟아진다. ‘모바일 게임은 공짜’라는 인식 확대로 인해 결국 “시장을 다 죽이는 행위”라는 얘기부터 “출혈 경쟁이 바로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고 결국 “시장은 확대됐는데 개별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런 것 때문”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잘 나가는 개발사들이 앞장 서서 공짜 게임을 뿌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비난이 거세다. 컴투스, 게임빌, 엔텔리전트 등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성공 기업으로 평가받는 개발사를 두고 하는 얘기다. 모 게임개발사 마케팅 관계자는 “매출 등 시장 점유율에서 가장 앞서가는 대표적인 회사들이 보란듯이 공짜 게임을 뿌려대고 있다”며 “우리도 하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고 안 하자니 계속해서 밀리는 것 같고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 ‘자뻑’의 업그레이버전 ‘무료 핫코드’

공짜 모바일 게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초에는 자가다운로드(일명 자뻑) 게임이 크게 문제가 된 바 있으며 길거리 무료쿠폰 제공과 경품 제공식 무료 게임도 중장기적으로 시장 질서를 흔드는 행위로 비판받아 왔다.

이 중에서 다운로드 수를 높이기 위해 자사 직원, 심지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단시간 내 게임을 다운받는 ‘자뻑’은 비도덕적 행위로 이미 업계에 알려질 만큼 알려졌지만 게임 출시 후 가장 빠르게 인기순위 톱10에 진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문제는 자사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하는 것이 불편할 뿐 아니라 부담으로도 작용한다는 점이다.

‘핫 코드’, ‘폰키’ 등 간편하게 무선콘텐츠를 다운로드하는 방법이 등장한 것도 무료 모바일 게임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000로 간단하게 누른 후 바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핫코드의 등장은 자사 직원이나 알바생, 또는 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어렵사리 제공했던 무료게임 제공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특히 이동통신사의 방관 내지 은근한 권유가 이 같은 무료 모바일 게임 확산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유료게임이든 무료게임이든 이동통신사는 다운로드와 동시에 발생하는 평균 500원 가량의 접속료를 챙긴다. 이 액수가 또한 장난 아니라는 것이 개발사들의 설명이다. 또한 서비스는 되지만 다운로드가 부진한 게임을 대상으로 은근히 무료 마케팅을 권유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 돈을 벌려면 돈을 질러라

무료 게임을 제공하는 개발사들은 중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공짜게임’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러면서도 자사 무료 다운로드 행사에 대한 변명은 다양하다. ‘대승적 차원의 모바일 게임 유저층 확대’가 목적이라는 주장에서 부터 ‘손해를 감수하면서 진행하는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설명까지 한편으로는 ‘솔직히 우리만 하는 것도 아닌데 억울하다’는 감정을 드러내는 업체도 있다.

하지만 겉으로는 울상일 망정 무료 게임 제공사들은 음으로 양으로 그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 따르면 다운로드 수가 많게는 평소 대비 2배가량 늘었고, 더불어 게임 인지도도 크게 확대됐다. 다운로드 수가 늘어나면 이동통신사의 무선 포털에서 제공하는 인기게임 순위에 그대로 반영돼 다시 유료 다운로드 수가 증가하는 시너지 효과를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료게임 제공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든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다운로드 수를 높여서 인기 순위 상위에만 올려 놓으면 유료 다운로드 수도 덩달아 증가하면서 남는 장사가 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중소 개발사가 공짜 마케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는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비용 때문이다. 어느 정도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두려면 몇 천만원 정도의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 이는 한마디로 ‘돈을 질러야 돈이 벌린다’는 금전 마케팅과 다르지 않다.

# 무료 게임 배제한 공정한 유료 인기순위 정립해야

내가 만든 상품을 내가 무료로 제공하는데 무슨 문제냐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 문제는 다른데 있다. 무료 다운로드 수까지 반영한 모바일 게임 인기순위가 문제다. 무료 게임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바로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한 주 단위의 인기게임 순위에 맞춰져 있다.

이동통신사 무선 포털 메뉴에 뜨는 ‘모바일 게임 인기 순위’는 개별 게임의 인지도 및 다운로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기순위 10위 내에 들어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하루 다운로드 몇 백건 차이는 우습다. 또 30위에서 50위까지 제공되는 전체 순위에 포함돼 검색이 되느냐 못되느냐에 따른 매출 차이도 크다. 다운로드 수로 인기순위가 매겨지고 결국 무료 다운로드 행사가 이 같은 인기 순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무료 게임은 한마디로 불공정한 순위의 원천이라는 지적이 높다.

중견 모바일 게임 개발사 K사장은 “최소한 인기 순위에서 공짜로 뿌린 다운로드 건수는 빼야 공정한 순위라 말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공짜 다운로드 비중이 10% 안팎도 아니고 20∼30%에서 많게는 50%까지 차지한다면 그게 어떻게 제대로 된 인기순위라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을 통한 모바일 게임산업의 발전’이라는 거시적 목표를 제외하더라도 무료 모바일 게임으로 인해 당장 제기되는 이 같은 불공정한 결과에 대해 게임 개발사와 협회는 물론 이동통신사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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