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진표 교육부총리 취임을 계기로 새삼 청년실업과 대학의 역할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노무현 대통령이 교육부총리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청년실업이 많은 문제가 있지만 우리 대학교육에서 비롯됐다고 말할 수 있다”며 “대학은 그동안 공급자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수요자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데서 논란은 시작됐다. 임명권자의 요구에 부응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김 부총리도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길러내야 하며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대학교육이 변해야 한다”고 했다. 마치 대학이 기업 현장에 필요한, 쉽게 말해 기능인력을 양성하지 않은 것이 청년실업의 한 원인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학 교육에서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는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 크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대학 교육의 목적이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 공급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교육계의 주장이다. 따라서 대학에서 기능인을 양성하지 않아 청년실업으로 이어졌다는 논리는 잘못됐다는 것이다. 기능인력을 양산해 달라는 주문에도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자칫 기초학문의 황폐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청년실업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기업의 일자리 감소와 경력직 선호 등이, 공급 측면에서 보면 고학력화와 구직 눈높이 상승, 높은 가족 의존성 등이 꼽힌다. 그러나 곰곰이 따지고 보면 원인은 과다한 인력 공급과 불필요한 인력 공급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81%로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높다. 현재 4년제 대학 200개, 전문대학 160개가 매년 50만명의 졸업자를 배출해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산업계는 이를 수용할 만큼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대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나오는 ‘괜찮은 일자리’는 10만여개에 불과하다. 이런 일자리는 기업이 원하는 실력과 자격을 갖춘 극소수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전체 일자리의 80%는 중소기업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은 이를 마다한다. 구직난 속에서도 중소기업들이 인력난을 겪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배출 인력의 질적인 면에서도 현장과 거리가 있다. 노 대통령도, 김 부총리도 지적했지만 실제 산업계에서는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해도 다시 훈련하지 않고서는 쓸 수 없다고 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육에 열성을 갖고 매진하는 교수들에게는 자못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대학이 기술과 학문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생겨난 현상으로 설명하기에도 역부족이다. 결과적으로 대학이 취업 눈높이가 높은 고학력자를 양산할 뿐 정작 기업체에 쓸모 있는 인재 배출에는 실패한 것이다. 그래서 대학 교육에 대한 불신이 작금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달은 졸업시즌이다. 곧 대졸 인력 50만명이 배출된다. ‘낙바생’이란 말 그대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어렵게 취업한 졸업자가 있겠지만 40% 정도는 ‘이태백’으로 시작한다. 청년실업이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경제의 역동성을 저하한다는 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무조건 일자리를 공급한다고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 지금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대학의 구조조정은 생존 위기를 맞은 대학을 구제하고 졸업생을 줄여 청년실업을 낮출 수는 있다. 그러나 종합적인 장단기 대책 논의 없이 시행될 때는 또 다른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 오래 전 산아제한 정책으로 인해 지금 우리가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조로화를 걱정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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