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바젤Ⅱ 대응책, 신뢰도 의문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외 금융권 바젤Ⅱ 도입시기

 오는 2007년 말 국내 시장에 본격 적용되는 바젤Ⅱ를 위한 데이터 정제, 시스템 구축 등 금융권의 대응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향후 은행 등 금융권의 행보가 주목된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신한·조흥은행, 우리은행, 농협,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주요 시중 및 국책 은행을 중심으로 바젤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지만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민은행을 제외하고는 현재 진행속도와 구현방식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바젤Ⅱ는 지난 88년 제정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규제(최소 8% 보유) 제도가 금융시장의 변화와 획일적인 위험가중치 반영으로 자산 건전성과 리스크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등장한 신 자기자본 규제로 각 은행은 자기자본비율 산정시 분모에 해당하는 신용·시장·운영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내 은행권 동향=현재 바젤 시스템 구현을 위한 컨설팅 또는 구축작업을 진행중인 곳은 국민은행, 신한·조흥은행, 우리은행, 농협,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이다. 하지만 지난해 전사차원의 신용리스크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진행, 최근 시스템 구축에 착수한 국민은행을 제외하고 대부분 은행은 여신관리 시스템 등 부분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 도입과 백업센터 설립 등을 중심으로 한 신용·운영 리스크 체계 구현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바젤의 핵심은 얼마나 제대로 현실을 반영한 위험 가중치를 산정하고 이를 적용한 최적의 신용리스크 평가 및 관리 체계를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2006년 말 가동을 목표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현재 신용리스크 부문에서 IBM BCS와 SAS코리아를 선정, 시스템을 구축중이며 운영 리스크 부문에서 SAS의 OP리스크 솔루션을 적용해 향후 약 10개월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지난 11월 삼정KPMG와 운영 리스크 부문 컨설팅을 마치고 올해 삼일회계법인·한국HP 컨소시엄과 SAS의 솔루션을 적용,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며 상반기에 고급IRB법을 적용한 신용리스크 관리시스템을 병행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신한·조흥은행의 차세대 사업을 진행중인 신한금융지주회사도 현재 삼일회계법인과 바젤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지만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농협도 지난해 말 바젤 팀을 구성, 올해 컨설팅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며 기업은행은 최근 액센추어·KPMG 등과 각각 신용·운영 리스크 컨설팅에, 산업은행도 액센추어·올리버와이먼 등과 신용리스크 컨설팅에 나서고 있다.

 ◇촉박한 일정=바젤의 핵심이 되고 있는 신용 리스크 평가체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과거 5∼7년 전의 금융거래 데이터베이스(DB)에 대한 정형화 작업과 데이터 및 비즈니스프로세스 간 관련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 작업이 전제돼야 부도율(PD)·부도시손실률(LGD)·부도시대출잔액(EAD)·만기(M) 등 신용지표를 반영한 위험 가중치 측정과 신용리스크 산출 방법론의 적용 및 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은행이 IMF와 인수합병(M&A) 등을 거치면서 수작업으로 작성된 원장을 보유한 데다 그나마 훼손·소실된 경우도 발생, DB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신용리스크 시스템의 신뢰도를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일찍 관련 프로젝트에 착수한 국민은행만이 지난해까지 수작업을 포함한 데이터 복원과 갭 분석, 데이터마트(DM) 구성을 마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까지 진행하는 데도 약 6개월, 시스템 구축에 약 10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신용리스크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은행들의 경우 관련 시스템 구축은 더욱 늦어져 2007년 말 실제 적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우열 국민은행 차장은 “바젤Ⅱ는 단순히 ‘Y2K’처럼 일회적인 유행이나 BIS 산출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기존의 리스크 관리와 여신관리 프레임워크의 변화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올해는 국민은행이 지난해 구축한 각종 데이터마트와 리스크 측정 방법론의 전산화를 완료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감독당국의 방침=최근 금감위와 금감원은 오는 2007년 말 바젤Ⅱ의 시장적용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2007년 4분기 보고서분부터 바젤의 자산 건전성 기준에 따라 작성해야 한다.

 금감원은 바젤의 신용·운영·시장 리스크 측정체계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신용리스크 부문과 관련, 구현방식의 선택은 일단 자율의사에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각 은행이 추진중인 신용리스크 시스템이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현되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보고 상반기 중 집중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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