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성공의 조건](1)왜 성공해야 하는가

"세계 통신시장 주도할 시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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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T2000 이후 통신시장의 최대 화두였던 휴대인터넷(WiBro·와이브로) 사업자 선정이 지난 20일 정보통신부의 3개사 확정 발표로 일단락됐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큰 기대로 시작했으나 실체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사업자 수 축소 논란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차세대 무선통신기술의 유력한 표준으로 등장한 OFDMA를 기반으로 광대역 무선접속서비스를 제공해 CDMA를 잇는 차기 이통시장을 선점한다는 점에서 필수불가결이다. 시장을 안착시키고 투자를 활성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한 성공의 조건들을 사업자 진로와 정책적 과제 등을 통해 짚어본다.



 KT·SK텔레콤·하나로텔레콤 등 3개 사업자는 그토록 기다렸던 와이브로 사업권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다. 내년 4월 이후 상용화를 앞두고 많은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아직도 시장성이나 기술융합 방향에 따른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와이브로는 사별로 약 1조원, 총 3조원이라는 막대한 투자비가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기반은 2010년에나 900만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것. 즉 이동통신시장만큼의 성장성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소비자 후생을 보장하기 위해 투자회수가 가능토록 사업자 수를 줄여달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정부는 3개 사업자에다 가상이동사설망(MVNO)을 통해 후발사업자 진입의 장벽을 없앴다. 치열한 경쟁과 수익성 확보를 향한 험로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이브로 사업권은 이들에게 놓칠 수 없는 귀중한 보물이다.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 등의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흡수가 불가피하다. 거대한 IT컨버전스 흐름에서 기술주도권을 놓친다면 일순간 무너지는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

 와이브로는 또 업계 재편의 기폭제다. 유선의 강자 KT가 사실상 처음 무선 시장에 직접 진입함으로써 무선의 강자 SK텔레콤과 전면전이 불가피하다. 양강 구도가 더욱 가속돼 나머지 사업자들도 양강구도에 합류하든지 독자 노선을 걷든지 이젠 확실한 선택의 순간에 직면했다.

 정부 입장에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진입을 향한 성장동력이라는 점에서 와이브로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내년 상용화 이후 2010년까지 장비 5조8000억원 등 최대 생산유발효과 12조9000억원, 국민경제 부가가치 9조8000억원이라는 기회를 버릴 수는 없다. 사실 와이브로의 경제적 가치는 서비스사업자보다도 단말기, 장비, 콘텐츠 등 후방산업계에 더욱 크다.

 와이브로는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표준에서 장비, 서비스까지 모두 아울러서 만든 사실상 첫 통신 플랫폼이다. 이를 위해 IEEE 802.16e라는 기술기준을 포용하면서 해외 활로를 열어놓았다. 세계 통신업계가 DMB와 함께 우리나라의 와이브로의 성패를 지켜보고 있다. 성공하면 세계 서비스는 물론 후방산업계까지 차세대 통신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전문가 제언: -장석권 교수, 한양대 경영학과

 경제생태계가 성장동력을 축적하는 데 있어 ‘혼자의 힘으로 전 과정을 해 낸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와이브로는 우리가 기술표준 정립, 단말·장비 개발, 시스템 구축, 서비스·비즈니스 모델 개발,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 등 가치사슬 전과정을 독자적으로 주도적 위치에서 추진하는 첫 사업이다. 우리 정보통신산업이 의미있는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시험대인 것.

 IT전문가인 파울러는 컨버전스 서비스 성공조건 중 하나로 ‘성공체험’을 들었다. 이는 자신의 신념과 행위의 정당성을 입증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하고 없어서는 안될 경험이다. 와이브로 성공은 그 규격설계에 담긴 우리의 기술적, 상업적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고, 나아가 IT한국의 주도적 위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증대시킬 것이다.

 아키텍처상 와이브로는 개방형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현재의 무선인터넷이 과거 유선 PC통신과 유사한 폐쇄적 구조에 머무르고 있다면, 와이브로는 개방형 구조를 지향한다. 와이브로의 확산은 PMP, PMC 단말 등을 이용한 새로운 아키텍처 기반의 서비스를 통해 이동통신 가치사슬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터넷 경험에 비춰볼 때, 개방형 네트워크는 시장참여자를 증대해 폐쇄형 네트워크에 비해 훨씬 크고 강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만들어 낸다. 또 그 여파는 소수 거대기업보다 다수의 중소기업에 더욱 크게 퍼져 나간다. 와이브로를 잘 육성하면,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을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와이브로 시장개발을 계기로 우리의 IT산업이 비즈니스 주체성을 확립하고, 개방형 구조로 개편돼 가는 글로벌 IT시장에서 큰 수확을 거둘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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