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내년 `디지털 한류` 기대한다

평양에도 이른바 ‘남조선’ 말투가 유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북한 대도시의 젊은이들 중심으로 “있잖습니까” “그거 내가 했지 않았습니까” 하는 보통의 북한 말투 대신에 “있잖아요” “그거 내가 했거든요” 하는 서울식 말투가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하니 정말 세상은 놀랍게 변하고 있다.

 북한 젊은이들에게서 서울식 말투가 유행하는 것은 물론 남한 문화가 급속히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평양에서 유통되는 남한의 TV 드라마와 영화만 해도 1000편이 넘는다 하니 그 실상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른바 ‘한류의 북한 버전’이라고나 할까.

 올해는 아시아가 온통 ‘한류’ 물결로 뜨거웠던 해였다. 일본의 ‘욘사마’ 열풍은 물론,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 KFC가 최근 중국에서 한류 붐을 이용한 TV 광고를 내보낼 정도였다. 그러나 한류의 ‘쓰나미’는 이제 아시아권을 벗어나 세계로 뻗어가기 시작했다. 멕시코에서는 국산 댄스음악을 배경으로 하는 오락기기 ‘펌프잇업’이 중남미 한류 바람의 진원지로 부상하고 있고, 내년 4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MIPTV(프로그램 견본시장)에는 한국이 ‘올해의 국가’로 선정돼 유럽 상륙의 거점도 마련된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코리아 붐’은 이제부터다. 아니,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한류를 일시적 현상이나, 잠깐 동안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은 물론이고, 외연의 확장 작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한류현상을 우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BRICs 및 남미 ABC 국가 순방, 영국·프랑스·폴란드 방문 등은 ‘새로운 차원의 한류’를 지핀 결정적 계기가 됐다.

 특히 대통령을 수행한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보고 느끼는 IT협력’이라는 기치 아래, 방문 국가마다 DMB나 전자태그(RFID) 등의 첨단 IT기술 시연회를 열어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한 예로 12월 2일 영국에서 열린 DMB, HDTV 등 IT기술 시연에는 현지 IT관계자들의 부러움 섞인 이목이 집중됐고, 독일·노르웨이·네덜란드 등 유럽의 선진국들로부터도 시연 요청이 줄을 이었다.

 OECD 국가들의 반응도 이 정도니 나머지 개도국에서 우리 IT기술을 탐내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IT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인 차원이 아니라 ‘IT 한류’ ‘디지털 한류’의 새 물결을 만들어낸 한 해였던 것이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도 그동안 ‘디지털 한류’ 만들기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다. 개도국에 자원봉사자들을 보내 IT교육을 시키는 ‘인터넷청년해외봉사단’ 파견사업은 올해까지 모두 51개국에 270팀 1026명이 봉사활동 기록을 남겼다.

 이들이 경험한 뜨거운 환영과 국위 선양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또 개도국 IT정책 담당자 및 전문가 초청연수 사업을 통해 올해까지 82개국 1555명이 우리 디지털의 선진성을 경험하고 다녀간 바 있다.

 필자가 브라질과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한국 연수를 거친 현지 정책담당자들이 “한국에서 배운 것을 너무 잘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더 기회를 달라”고 하기도 했다.

 이렇듯 한국 초청연수 프로그램을 거친 개도국 IT인사들이 ‘코리아 브랜드’의 확실한 전도사가 되고, 우리 IT기업들의 진출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올해는 정통부의 ‘IT세일즈 외교’가 본격화한 한 해였다. 지난 12월 8일 정통부가 뉴욕에서 100여명의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을 불러 모아 국가 투자유치설명회(IR)를 가진 것도 ‘디지털 한류’ 확산 작업의 일환이다.

 이제 한류는 IT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새해는 ‘디지털 한류’가 활짝 꽃피우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ygson@kad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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