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라.”
올 중반까지 꾸준한 수출 증가세로 그나마 숨통이 트였던 전자기업들은 연말 환율 급락이라는 ‘복병’을 맞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부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어느 한 곳도 의지할 수가 없는 상황.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환율은 세 자릿수 이하라는 극한점으로 치닫고 있다. 내년도 경기 전망마저도 막다른 골목이요 절벽 끝이다.
이처럼 ‘사면초가’에 놓인 전자기업들은 스스로 살길 찾기에 나섰다. 일부 전자기업들은 대대적인 원가 절감과 수출 확대를 위한 묘책 마련에 나섰으며 내년도 사업계획을 미리 짜놨던 기업들은 환율 세 자릿수 대에 맞춘 전사 차원의 경영전략도 새롭게 마련하고 있다. 표 참조
◇무조건 적게 써라=기업들이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내핍경영’이다. 환율이 떨어진 만큼 씀씀이도 줄이자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이 1040원대까지 인하됨에 따라 예상되는 매출 감소액만큼 운영 등 기타 비용에서 줄여나간다는 내부 방침을 수립하고 이달 31일까지 한 달간 전체 경비를 10% 절감키로 확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환율 급락에 따른 매출 감소 등의 실질적인 여파가 통상적으로 3∼4개월 이후에나 나타나기 때문에 매출 하락은 내년부터 가시화될 것”이라며 “앞서 비용 줄이기에 나서는 것은 환율 인하가 지속될 때레 대비한 ‘정신무장’ 차원”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번 결정으로 이달에 진행될 행사를 대폭 축소하거나 사전에 예정된 각종 후원을 일제히 중단했다. 임직원들은 각종 경조사와 송년모임 등도 조촐하게 치르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있다.
올해 초 환율 1050원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경영계획을 잡았던 삼성전자는 환율 인하가 지속됨에 따라 조만간 전사 차원의 경비 절감 정책을 확정지을 전망이다.
◇원가 절감 묘수 짜내기=비용 절감이 닥쳐올 위기에 대비한 정신 차리기 방책이라면 실질적인 대책은 ‘원가절감’이다. 기업들은 제조 공정의 개선 등으로 비용을 줄여나가기 위한 묘수 짜내기에 착수했다.
삼성SDI는 PDP 모듈에 들어가는 부품 수를 현재 1700여 개에서 내년까지 900여 개로 줄이는 등 최대 30%까지 축소하고 마스크 공정을 절반으로 줄여나가 전체 원가를 40% 절감키로 했다.
LG전선도 원가절감을 위해 10년 만에 ‘품질반성회’를 부활시켰다. 구자열 부회장 등 전 임원이 참석해 제품 품질의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을 방침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치열한 시장경쟁을 치르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계는 오히려 공격적인 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혁명적인 원가절감을 통해 PDP 모듈 가격을 40% 낮춰 대형 TV시장에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LGPL도 40인치 TFT LCD가격을 1000달러대로 내린다는 계획이다. 대형 TV시장에서 PDP와의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대만·일본등 후발 LCD업체들을 따돌리겠다는 이중포석이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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