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은 창간 22주년을 맞아 국가 연구개발(R&D) 종합 조정·기획·평가기관으로 위상이 강화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 6명과 함께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국가혁신체계(NIS) 구축과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민간위원들은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 추진방안 △미래 국가발전과 과학기술 △국가혁신시스템과 과학기술역량 강화 △과학기술과 사회와의 접목 등 4개 분야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민간위원들은 연구자는 물론 과학기술계 전체가 이번 과학기술 행정체계 개편과 동시에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들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정부와 연구자,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 제고 등을 주문하는 등 다양한 제언을 내놓았다. 본지 이재구 경제과학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국과위 민간위원 간사인 문정기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전길자 이화여대 화학과 교수, 이희국 LG전자기술원 원장, 정명희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화학연구원 박사), 김훈철 한국과총과학기술자문봉사단장, 이인선 계명대 교수 등 6명의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했다. 좌담회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참석자>
사회=이재구 (경제과학부 부장)
문정기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전길자 이화여대 화학과 교수
이희국 LG전자기술원 원장
정명희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화학연구원 박사)
김훈철 한국과총과학기술자문봉사단장
이인선 계명대 식품가공학과 교수
◇사회(이재구 부장)=지금까지 연구개발(R&D)예산은 과학기술부 주도로 실무 단체, 부서에서 각자 집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최근 과학기술행정체제개편안의 국회 통과로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과학기술 위원회(이하 국과위)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사업을 종합 관리하게 됐습니다. 또 과기부 장관이 부총리급으로 격상됐고 장관이 국과위 부위원장을 겸임하면서 국과위를 주도해 나가는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이런 국과위 체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민간에서 구성된 9명의 민간 위원입니다. 민간 산·학·연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민간위원들은 국과위 내에서 민간 분야와 정부간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위상 강화에 따른 민간 위원들의 역할 변화나 새로운 체계에 대한 전망을 말씀해주십시오.
◇문정기(광주테크노파크 원장)=국과위는 다른 회의와 달리 실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많은 위원회에 소속돼 있지만 국과위는 그저 생색을 내는 자리가 아니라 일을 해야 하는 자리임에 틀림없습니다. 국과위는 국가 R&D예산을 조정 평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또 그에 대한 부담 역시 매우 커진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국과위의 사무국 역할을 할 과학기술혁신본부에 100명의 직원이 생길 예정입니다. 그만큼 민간위원은 물론 국과위의 책임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지금까지의 활동의 범위가 달라질 것입니다.
◇정명희(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새로운 체계를 전망하기에 앞서 우리는 정부가 왜 과기부를 부총리로 승격해줬을까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국가 과학기술이 경쟁력이 국력으로 직결되는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오명 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되는 문제만이 아닙니다. 과기부와 국과위의 역할 강화는 바로 현장 과학자들 역시 한 단계 그 수준을 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저는 화학연구원에서 과학자로 일하고 있지만 제가 과학자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합니다. 과학자들 스스로 자신들의 역할과 위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단순히 정부부처 조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계 전체를 업그레이드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이끌어갈 리더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희국(LG전자기술원 원장)=과학기술계는 지금 여러 가지 현안에 부딪혀있습니다. 이공계 기피문제를 비롯해 R&D특구 지정 등 다양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과위는 앞으로 7조 원이라는 연구개발 예산을 집행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현재 국가 R&D체계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예산은 모두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운영됩니다. 이제 국과위는 7조 원이라는 R&D예산을 어찌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누가 이런 예산의 집행과 평가를 할 것인가에 의문이 들어왔습니다. 이제 과기부 행정체계가 개편됐으니 예산의 활용과 효율적인 집행, 성과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또 국과위가 이런 큰 그림의 차원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해야 할 시점입니다.
◇전길자(이화여대 화학과 교수)=박정희 전 대통령이 과학기술 입국을 만들 때 과학자들이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참여정부 역시 제2의 과학기술 입국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 조직이 변화하는 등 시스템은 격상되고 있으나 과학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매번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가장 많이 바뀌고 흔들린 분야가 연구계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역시 과학자들은 기초과학연구체계가 흔들리고 처우 역시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선진 제도를 받아들여 정부 시스템은 앞서가고 있으나 현장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김훈철(한국과총과학기술자문봉사단장)=정부 조직상 인력은 교육부에서 과학기술은 과기부에서, 산업은 산자부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제 과기부의 격상과 함께 과학기술에서 산업기술, 과학기술 인력과 관련된 분야가 모두 국과위에서 조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과연 정부가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데 이제는 과학자의 힘만으론 부족합니다. 현재 거론되는 세세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 틀을 어떻게 잡는가가 관건입니다. 지금은 박정희 대통령 시대와 다릅니다. 이제는 과학기술계 역시 조직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과기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조직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국과위는 조직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고 봅니다. 행정적으로 국과위를 진행하는 것이 매끄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나라마다 국방, 복지, 정보통신에 돈을 얼마나 쓸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 R&D와 관련된 모든 예산을 챙겨주는 것이 국과위가 될 것입니다. 100명 규모의 혁신본부가 생기면 국과위가 그 기능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이제는 과학자들이 정부가 만들어 준 틀 안에서 어떻게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사회=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는 산업기술 육성을 위한 과학입국이었다고 봅니다. 경제 성장과 수출에 중심을 두다 보니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최근 기초과학 육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에 대해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이희국=기초과학이란 말에 대해 여러 사람이 헷갈려 하고 있습니다. 기초과학으로 나라의 경제를 세운다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기초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 기초과학을 연구해야 할까요. 남의 기술을 가져다 응용하고 경제를 부흥시키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퀄컴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기초기술이 아니라 어드밴스드 기술입니다. 이것은 기초과학이 아닙니다. 일부에서 기초과학 기반이 부족해서 각종 제품의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한다고 말하는 것은 좀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기초과학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정명희=선진국의 기초과학 역사는 100∼200년입니다. 우리는 30년도 채 안 되는 정도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 성장에만 급급해 기술 위주의 개발에만 치중했습니다. 그러나 향후 먼 미래의 산업과 경제를 위해선 우리는 기초과학에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김훈철=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바로 눈에 보이거나 산업화하지는 않습니다. 기초과학을 해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재 양성 효과 때문입니다. 우리가 시간대를 잘 판단해 보면 기초과학과 교육과정 개편 등은 20∼30년 후의 미래를 위한 인력과 기술의 축적입니다. 그것을 위해 충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에 모두 공감합니다. 기초과학을 하는 교수한테 연구비를 벌어오라거나 매칭 펀드를 가져오라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기초과학 연구자들은 마치 뉴턴처럼 사과나무 아래서 사과가 떨어지는 원리는 이해하도록 놔둬야 합니다. 이제 기초과학에 대한 시간대 양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문정기=지난 30년간 산업을 육성할 때 기업과 연구소, 대학들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왔는지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과학기술중심사회란 말은 경제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방향에서 과학을 바라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훈철=과학기술중심사회로 전환은 거시경제를 하던 사람들이 이끌어왔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IMF를 통해 실패를 겪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돈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 문화 등을 모두 과학기술을 통해 풀어가려고 합니다. 과거에 과학기술이 풀어야할 숙제가 1개에서 5개로 늘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나라를 경영하는 데는 미래에 대한 기획과 사람, 산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에 과학기술이 핵심입니다.
이제 국가의 돈은 기업이 버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자원을 어디에 투입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농업 역시 과학기술의 한 부분입니다. 과학기술 부총리를 만드는 것은 옛날처럼 물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화까지 포함되는 광범위한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기업 육성이 중요합니다. 물론 대기업들이 잘하고 있지마 중소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과위는 넘어져 가는 중소기업들을 붙들어 고용을 창출하는지 고민해야 해야 합니다.
◇이인선(계명대 식품가공학과 교수)=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이 큰 틀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기초과학에서 최근에 문화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역마다 이 내용을 유리한데로 이용하고 있어 걱정입니다. 대학은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이라는 대전제 아래 대학과 기업 간 연계를 하고 있습니다. 이공계 사람들은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이라는 내용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길자=그동안 과기부에서 민간위원으로 많은 평가 사업을 벌이면서 과기부가 힘이 없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과기부총리 도입으로 부처 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개편에서 연구를 하는 사람이 잘하는 쪽으로 가 아니라 부처가 관리하기 편한 부분으로 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이번에 새로 구성되는 과학기술혁신본부에서 그런 일을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인선=개편으로 과기부는 더욱 큰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이런 일을 제대로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김훈철=기초과학에서 산업의 연계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제까지 부처가 달라서 기초과학을 기술로 육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기계연구원에서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해도 산업으로 전환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과기부에서 개발한 내용이 산업화하는 산자부로 넘어가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국가가 경영하는 것은 국가가 연구개발을 해야 합니다. 국가가 자기가 할 산업 육성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속철은 국가가 육성해야 하는 산업입니다. 사실은 건설교통부가 그런 일을 해야했어야 합니다. 이런 내용에서 보듯 그동안 각 부처 간 분담 및 협력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사회=지역 균형발전과 연관된 과학기술정책에서 풀어야할 문제는 무언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이희국=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정부는 지역 혁신 클러스터를 통해 지역 활성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역량이 있는데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고 지방에서는 균형발전을 위해 미진한 지역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습니다. 혁신클러스터를 통해 사람을 키우고 연구도 하면서 일이 되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혁신 클러스터에서 결과가 나오면 산업체가 형성되고 거기서 인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고민해야 할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LG의 경우 올바른 인재란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우수 인재는 사회적 통념에서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꼭 좋은 학벌을 가졌다고 해서 인재는 아닙니다. 지역에 적절한 자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면 더 좋은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꾸 서울에 있는 인력을 끌어다 지역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 자체적으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육성해야 합니다. 또 그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맡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인선=대구나 대전은 고속철이 생기면서 교육 여건 등 개선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강제 정책과 더불어 어느 정도에 대한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정명희=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이 서울에 있습니다. 각 지역은 클러스터가 필요합니다. 현재 많은 계획을 통해 그림은 잘 짜여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입니다. 모든 계획에 인력 양성이 빠져있습니다. 이제 대부분의 계획은 잘 잡혀졌으니 어떻게 인력을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됩니다.
◇김훈철=연구기관에 가는 인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에 가는 인력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많은 과학기술인들은 이력 관리가 안 됩니다. 특히 지방이나 중소기업에 있는 인력들은 더욱 심각합니다. 지방을 균형 발전하기 위해선 기업들이 인력을 어떻게 지방에 끌어오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정부는 전문연구요원 등을 활용해야 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지 못 채 청년 실업자로 전락한 40∼50만 명의 인력을 지방으로 보내야 합니다. 좀 무리한 액수 일수도 있으나 10조 원 규모의 예산을 책정해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공무원과 기술자 등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비상조치가 필요합니다. 90만 명의 대학졸업생과 200∼300만 명의 비고용 인구를 정부가 해결하려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희국=IT분야의 젊은 연구원들은 심지어 수도권인 수원에서조차 근무하기를 꺼립니다. 경기도 평택 연구소에 인력이 모자라는 등 서울 중심적인 사고가 팽배한 것이 현실입니다.
◇문정기=참여정부 들어 국가 R&D자금 중 40%를 지방에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광주는 전국 규모의 25%를 차지하는 지역입니다. 그런 만큼 국가가 해야할 일들 중의 하나를 이 도시에 맡겨야 합니다. 큰 기업이 각 지방에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하는 것들이 한 방법입니다. 최근 삼성의 가전 부분이 광주로 내려오고 관련 하청기업이 같이 이동하면서 광주가 큰 변혁을 시작한 것만 봐도 그 효과를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가 이런 측면에서 강제성을 가지고 일을 추진해야합니다. 이제 지역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시대로 변화했습니다. 지역에서는 이런 정책을 위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자원을 활용해야 합니다.
◇이인선=지방대학에서는 학생의 취업을 위해 중소 기업에 학부생과 연구원, 교수를 팀을 만들어 취업시키고 있습니다. 교수들이 연구비를 통해 이런 방식의 취업을 주선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업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둬 기업과 학생들에게 모두 혜택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국책사업 연구에 연구원들을 현장에 보내는 경비 등을 인정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대부분의 연구과제는 논문 수나 특허 수 등을 과제 평가 기준으로 삼지만 연구인력을 얼마나 키웠느냐에 대한 평가가 없습니다. 지역 인력 활용을 위해선 이런 분야에 지원이 필요합니다.
◇김훈철=맞습니다. 교수를 평가하는데 이런 기준이 들어가야 한다는데 동의합니다.
◇사회=그러면 기초과학과 인력양성을 맡고 있는 대학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대학 교육 개혁을 위한 방안을 말씀해주십시오.
◇전길자=기업은 최근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에 대해 질 저하를 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에서 보면 많은 학생들이 과거와 보다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고 지능의 인력을 필요로 하게 돼 더욱 취업난은 심각해 지고 있습니다.
◇이희국=과거 산업은 인건비로 경쟁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전공이 중요하지 않았고 밤을 새워 일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머릿수가 아니라 질 높은 인력이 필요한 구조로 산업을 변화시켰습니다. 대기업은 능력이 있어보이는 사람을 뽑고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 시간이 없는 중소기업이나 소기업은 인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바로 사회의 요구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김훈철=대학은 수요와 매칭의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대학은 교원이 고정돼 있으나 최근 대학개혁을 논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시대에 따라 교원과 학생 수, 커리큘럼 등을 바꿔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은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인선=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선 대학에 공공연구기관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해서 남아도는 지방의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사회=최근 과학기술계에 고학력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현황과 대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전길자=지금까지 정부의 이공계 정책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임시직으로 방편이 악순환을 낳고 있습니다. 현재 국가 정책이 더욱더 많은 인력의 불균형을 낳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 학생들은 편안한 일만을 추구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하고 있습니다.
◇정명희=중소기업에서 아주 힘든 작업은 모두 외국인들이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가정 교육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연구소에 17년째 근무 중입니다. 연구소에 들어 간지 2년 만에 인력 수급이 단절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정부에서 연구기관에 인원제한(TO)을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연구를 잘하고 안 하고 문제가 아니라 과기노조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노조를 안 하게 하는 방법은 연구원을 뽑지 않는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연구원의 노령화가 가속화됐습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리는 것이 방법이 아니라 각 연구소에서 필요한 시험을 쳐서 인재를 뽑아야 할 시점입니다.
◇김훈철=신입 연구원이 들어와야 연구소가 살아납니다. 현재는 들어오는 길을 막아두고 나가는 길도 막아뒀습니다. 출연연구기관에 있는 연구원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매우 낮은 처우와 불안정한 신분, 노후에 대한 보장도 없습니다. 국가 기관에 일도 제대로 안주는 악순환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또 연구소의 전문성이 떨어졌습니다. 새로운 연구인력이 들어와 물갈이를 해야 할 시점입니다. 사람과 연구에 대한 새로운 변혁이 필요합니다. 출연연구기관 연구원은 새로운 창업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이들이 연구한 내용을 벤처기업에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사람과 기술, 국가의 일이 흘러 갈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합니다.
◇이희국=기업은 매년 몇 %의 인력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이는 조직의 건강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해야 할 일입니다.
◇문정기=출연연구소에 들어갈 때는 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어느날 아침에 연구비중심제도(PBS)가 되면서 연구 가치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출연연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김훈철=출연연구소가 무엇인가 생각해야 합니다. 표준을 마련하거나 인공위성, 원자력 등 일부 연구소는 국가가 하는 것을 대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가가 해야할 일은 규격과 스펙을 만들고 시험·평가를 하는 것입니다. 이 내용을 기업들이 가져다 발전시켜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런 일은 산자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생산기술원이나 이런 역할을 해야 하며 앞으로 국과위에서 이 부분을 챙겨야합니다.
◇전길자=기업, 대학, 출연연의 인력 순환 구조가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출연연의 역할은 기초과학을 육성하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정부가 필요로 하는 연구소를 만들어 그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PBS제도를 없애려고 했을 때 출연연구원 원장들은 그대로 두자고 주장했습니다. 출연연 연구원장이 연구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오히려 연구원들이 그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사회=최근 범국민 운동으로 시작한 과학문화 확산과 차세대 성장 동력 등 현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정명희=사이언스코리아 운동은 여성은 물론 남성과학자를 모두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디어와 시스템은 선진국에서 배워와 매우 좋으나 제대로 된 콘텐츠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희국=그동안 몇 정부 동안 과학에 대한 계획이 나왔습니다. 이번 정부는 2조 원 수준에서 5조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과거와 달리 차세대 성장동력은 경제 중심으로 돼 있습니다. 5년 이후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아주 구체적인 각도에서 포커스가 주어졌다고 봅니다. 이제 과기계와 산업계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성공시켜야 하는 의무를 가졌습니다. 차세대 성장동력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성공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 올바른 예산 배분에 힘을 써야 합니다.
◇김훈철=나라를 경영하는 데는 신성장 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과거의 성장 산업도 있습니다. 제조업이나 부품 산업과 같은 과거의 산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국과위가 이런 내용들을 받아서 수정도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성장산업도 중요하지만 중·장단기 계획을 해야 할 시점입니다.
◇문정기=국방 및 민간 관련 기술에 대한 후속조치가 필요합니다. 지역 기관의 효율화 문제가 시급하며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은 대학 개혁이 없이 안 된다고 확신합니다. 대학에서 나오는 인력을 활용해서 성장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길자=최근 과학자들은 기초과학 연구비 분배에 관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초과학부분에 대한 조정이 있으면서 잘못된 부분들을 많이 느꼈습니다. 기초과학이 안정된 상태로 나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정리=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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