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경기 결과를 상징하는 메달(medal)은 고대 그리스시대 화폐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한다. 당시 화폐는 매우 귀했고 새겨진 그림 역시 예술적 가치가 높아 공예품으로 평가받았다. 기원전 5세기경 코린트지방에서 만들어진 은화는 아테네 여신과 천마 등을 새겨 누구나 함부로 소유할 수 없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로마시대에 이르면 신 대신 아우구스투스 두상과 같은 고상하고 정교한 사람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승전을 기념하기 위한 전리품 그림이 나타나면서부터 화폐는 승리자의 포상물로 사용되기도 했다. 화폐가 운동경기 승리자에게 주는 메달 개념으로 사용된 시발점인 것이다.
현재와 같은 모양의 메달이 나온 것은 15세기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에서다. 지름 10cm 내외의 원형에 재질도 금·은·납(동)으로 다양화됐지만 그 가치나 희귀성은 여전했다. 소유자 역시 전쟁 승리자나 귀족 또는 성직자 등에 제한되었다. 메달이 언제부터 운동 선수에게 주어졌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그 가치나 희귀성으로 선수들의 기량평가를 대신하려 한 의도만은 분명할 것이다.
이런 전통을 가진 메달은 운동 선수에게는 명예와 부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올림픽과 같은 국가 대항전이고 보면 이런 상징은 국가 전체로 통하게 된다. 선수나 국민은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가 되어 메달의 색깔에 연연해 희로애락을 분출하는 것이다.
사실 운동경기에서 메달 색깔에 따른 기량 차이란 백지 한장에 불과하다. 경기 당일 선수의 컨디션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메달 색깔에 연연하지 말자는 자성론 같은 게 일고 있다. 실제로 일부 미국언론은 이번 아테네올림픽 기간에 색깔 구분없이 총 메달수를 국가 순위로 집계해 보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캠페인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나 올림픽 경기는 자본의 생리가 먹혀드는 엘리트체육의 산물이다. 이미 국력의 대결장이 돼버린 지 오래다. 바꿔 말해 전쟁승리자의 전유물이었던 메달이 선수들의 기량 평가물로 사용되는 한 금·은·동의 색깔차이 역시 불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제부터라도 올림픽 출전선수의 기량평가를 달리하는 방법을 연구해 보면 어떨까.
디지털문화부·서현진부장@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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