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의 경기고 재학 시절 에피소드 하나. 그는 어느 날 하교 길에 인근 학교 ‘주먹’들에게 붙잡혔다. 잠깐 보자며 골목으로 윤창번을 데려가자마자 달려들어 몰매를 가했다. 윤창번도 싸움엔 일가견이 있었지만 갑작스런 공격엔 어쩔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린 윤창번은 집단 린치를 가하고 유유히 떠나려는 학생들을 불렀다. 의아해하는 주먹들을 향해 윤창번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이 지경으로 때렸으면 맞고 가든지, 술을 사든지 해야 할 것 아니냐.”
“그 친구들과 근처 중국음식점에서 배불리 먹었습니다.” 윤창번 사장은 30여년 전을 돌이키며 파안대소했다.
몇 달 전 저녁자리에서 들은 이 얘기가 지난 4일 윤 사장의 기자간담회를 보자 다시 떠올랐다. 그의 퍼스널리티를 보여주는 듯해서다.
1년 전 하나로텔레콤 사장을 맡은 그는 그야말로 ‘정신없이’ 1년을 보냈다. 지난해엔 외자와 LG의 경영권 다툼에서 하나로텔레콤의 살 길을 찾아야 했다. 올해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영업력을 복구하는 데 주력했다. 가까스로 하나로사태 이전으로 복구했으며, 취임 1주년을 맞아 미래 비전도 내놓았다.
윤창번 사장은 다만 임직원들에게 아쉬운 게 한가지 있다. 지는 데 익숙해져 승부욕도, 패기도 없다는 것. 통신판은 말 그대로 전쟁터다. 경쟁사들은 죽기 살기로 싸우는데 윤 사장의 눈엔 하나로텔레콤 임직원들이 너무 온순하기만 했다. 고교시절 에피소드도 이런 얘기를 하다가 나왔다. 힘은 없더라도 속된 말로 ‘깡’이라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윤 사장의 생각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윤 사장은 경쟁사를 고대사를 왜곡하는 중국에 빗댔다. 길바닥에 나뒹굴어진 채 때린 학생을 노려보는 윤창번 학생이 오버랩됐다. 경쟁사가 과연 하나로텔레콤에 매를 맞아줄까, 술을 살까도 갑자기 궁금해졌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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