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산업분야에 걸쳐 컨버전스(융합)이 화두로 자리잡은 가운데 각 분야간 충돌 영역에서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인가를 놓고 산업별, 기업별 각축전이 치열하다.
컨버전스는 소비자가 사용하는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는 데서 출발한다. 타 기기와 연결됨에 따라 PC나 휴대폰, PDA, TV 등은 더 이상 단일 기기가 아니라 정보화를 선도하는 정보기기 터미널로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각 산업분야에서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산업군의 영역도 달라지고 있다. 이미 HP나 델 같은 대표적인 IT기업들은 디지털TV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IT와 가전의 영역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먼저 다가온 ‘영역파괴’ 중 하나가 바로 휴대폰이다. 휴대폰은 그야말로 가지고 다니는 ‘전화’로 시작했지만 이제 문자메시지 송수신, 인터넷 접속을 통한 VOD시청, 그리고 TV수신까지 가능한 제품도 이미 나왔다. 또 과거 PDA 영역으로만 생각됐던 일정관리나 전화번호부 등도 휴대폰으로 모두 구현 가능하다. 반대로 PDA에 무선통신망을 연결해 전화로 사용하면서 이제 PDA와 휴대폰의 구분은 사라졌다.
TV와 PC의 경우도 마찬가지. PC에 TV수신카드를 장착하면 모니터를 통해 자연스럽게 방송을 볼 수 있다. 또 TV튜너가 내장된 모니터를 사용하면 굳이 PC에 전원을 넣지 않아도 방송수신이 가능하다. 반대로 TV를 통해 인터넷 접속도 가능하다. 물론 별도의 셋톱박스등의 기기가 필요하긴 하지만 PC 사용이 익숙치 않은 노인등이라면 리모콘 버튼만으로 인터넷접속을 통해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는 커다란 트렌드로 자리잡을 홈네트워크 시장에서 누가 홈서버로서 모든 기기를 제어하느냐를 담당하느냐로 연결되기 때문에 각 진영의 기술 개발과 마케팅 전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서로 다른 디지털 기기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컨버전스 시대에 헤게모니를 쥐려 하고 있다. 그 헤게모니는 각 기기가 가진 장점을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어필해야만 쟁취할 수 있게 된다. 휴대폰은 이제 생활의 일부로 여겨진 커뮤니케이션 수단임을 내세우고 있으며 PC는 정보의 바다 인터넷 접속의 편리성, 그리고 TV는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친밀도를 가장 큰 장점으로 부각시키며 시장 평정하고 미디어로서 패권을 차지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같은 패권 다툼은 디지털 디바이스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가시화하면서 이들의 주도권 다툼 또한 볼만하다. 방송 사업자들은 통신시장을, 통신사업자들은 방송시장을 끊임없이 노크하고 있다. 이미 유선방송 사업자들은 케이블망을 이용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반면 SK텔레콤이 티유미디어라는 별도법인을 설립해 휴대폰으로 위성방송까지 제공할 수 있는 통방 융합 서비스인 위성DMB를 준비하는 등 통신 사업자들은 이제 막 방송 서비스를 위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성DMB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신규 서비스이며 현 방송법에서는 통신 사업자가 방송을 겸영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통신 사업자들은 이같은 규제가 속히 개선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방송 통신 융합서비스 제도에 대한 개편작업을 방통 구조개편위원회를 통해 검토하고 하반기부터 통신망의 방송전송 허용이 가능하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영역을 침범해 오는 이들을 그대로 둘 리 없는 방송계에서는 통신 사업자의 방송 진출에 반발하고 있다. 영역을 넘어서려는 쪽과 이를 막으려는 쪽의 치열한 다툼 속에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통방 융합 서비스가 등장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물결이 점점 거세지면서 네트워크 중심의 기계적인 연구보다는 사람의 활동이나 취향을 십분 반영한 사람 중심의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DTV와 통방 융합 등과 밀접한 홈네트워크 분야에서 이같은 움직임이 더욱 활발하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업계, 학계에서 실제 홈네트워크 사용자를 고려한 설계 개발이 이뤄져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자성론마저 일고 있는 것이다.
KT와 SKT이 각각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홈 컨소시엄에서 네트워크, 호환성, 프로그램 개발 등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해 아직까지 사용자 중심의 연구의 상용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물류유통, 인체공학, 인간 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각종 서비스 산업에 대해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금 접근해야 진정한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세종대 정보통신공학과 송형규 교수는 “홈네트워크 환경은 미래 인간 삶의 패턴에 대한 프로젝트”라며 “사람에 대한, 생활패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실제 운용 가능한 서비스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홈네트워크 연구가 너무 기술적인 측면만을 강조해 오히려 소비자 생활패턴과 연계된 서비스 개발이 미흡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종합기술원은 홈네트워크 및 유비쿼터스 연구진들이 인문사회계열 연구진들과 수시로 교류하며 사용자 중심 연구에 자문을 구하는 등 사용자 환경을 위한 홈네트워크 연구에 본격 들어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도 최근 설립한 디지털홈연구단을 통해 홈네트워크와 관련해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내 통합 솔루션으로 만들자는 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올림픽 이모저모
◇손기정 사이버 기념관 설립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영웅 고 손기정 선생을 추모하는 ‘손기정 사이버 기념관’(www.손기정.com, www.marathon1936.com)이 생긴다.
수십년 동안 손기정 관련 자료를 수집해온 서양화가 강형구씨가 유족들과 함께 손 선생 2주기에 맞춰 오는 11월 15일 문을 연다. 각종 미공개 사진과 역대 한국 마라톤 자료를 볼 수 있으며 동호회 활동을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도 제공한다.
◇정부, 아테네 올림픽 안전지원팀 파견
정부가 한국 선수단 숙소와 경기장 등에 대한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20명 규모의 안전지원팀을 현지에 파견해 사전 안전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그리스 정부가 운영하는 올림픽 안전정보센터에 안전 연락관을 파견해 그리스 정부의 안전관련 정보를 실시간 접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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