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프로젝트 중심의 대학 및 정부 연구소와 달리 기업 연구소는 상용화 가능성과 파급력을 염두에 두고 소수의 프로젝트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세상의 흐름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LG전자기술원 소자재료연구소 연구소장인 김성태 연구위원은 ‘서말인 구슬을 꿰는 작업’을 4년 동안 진행해오고 있다. 어쩌면 상용화가 요원해 보이는 나노 기술을 LG전자에서 어떻게 어떤 분야에 적용할지를 결정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김성태 위원을 ‘나노 기술을 충체적으로 이해하고 이론에 그치기 쉬운 나노 기술을 상용화로 이끄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지난 90년에 입사한 김 위원이 처음으로 맡은 일은 센서 개발이었다. 반도체 센서, 압력센서, 가스센서 등을 5년간 연구하다가 소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기회를 얻어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의 캐본디씨(CAVEN DISH)랩에 1년간 유학을 떠났다. 그는 캐본DC랩에서 그 당시로서는 생소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연구하게 되고 96년 하반기에 귀국, OLED를 시작하게 된다. 그가 나노를 시작한 것은 의외로 늦은 2001년 경이다. LG전자에서 나노 기술에 대한 전사적인 연구를 맡을 적임자로 그를 지정했기 때문이다. . 김 연구위원은 “2001년 나노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했던 부분은 “나노 기술을 기업에 이익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였다며 “6개월 정도 기술 분석과 중장기 로드 맵을 작성한 후 그제서야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가 수 많은 나노 기술 가운데 선택한 것은 나노 포토닉스(Nano Photonics)다. 나노 광소자로도 불리는 나노 포토닉스는 일반 반도체와 달리 전기를 흘려서 신호를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광으로 신호를 주고 받는 광 반도체의 핵심 기술이다. 나노 포토닉스는 광으로 신호를 주고 받기 위해서 광을 쏘는 레이저다이오드(LD), 광을 수신하는 포토다이오드(PD), 그리고 광 통로인 웨이브 가이드로 구성되며 이 부분들이 모두 나노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LG전자는 산자부 국책과제로 3년째 과제를 수행중이며 앞으로 10년 내에 광 반도체를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나노 포토닉스의 핵심 기술은 패터닝 기술이다. 현재 가장 앞서있는 반도체 기술이 70나노미터 공정이라면 나노 광소자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일반 반도체의 1000분의 1 수준인 0.05나노미터급의 패터닝 기술이 필요하다.
나노 포토닉스를 적용한 광반도체는 기존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반도체의 경우 회로 선폭이 좁아질 수록 저항의 증가로 신호 처리 속도가 늦어지고 부품의 밀집도가 높아져 열 발생이 크지만 광 반도체의 경우 이러한 문제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김성태 위원은 “나노 포토닉스 상용화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그리고 그 중간 부산물을 다른 분야에 적용해 효과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나노 포토닉스에서 얻어진 포토닉 크리스탈 기술을 디스플레이 분야에 접목해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고 응용연구도 진행중이다.
김성태 위원이 나노 포토닉스와 함께 가능성을 찾고 있는 기술은 나노 임프린드(Nano Imprint) 기술이다.
보통 반도체나 LCD의 경우 회로를 그리기 위해 리소그라피라는 공정을 거치게 된다. 리소그라피는 광이나 X선, 전자선(e-beam), DUV 등을 통해 회로를 그리는 과정이다. 그러나 리소그라피는 광을 투사하기 전에도 포토레지스터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정밀하게 회로를 생성할 수는 있지만 일일이 빛을 투사해야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 단점이다. 나노 임프린트는 마치 금형처럼 나노기술을 이용해 스탬프를 만드는 기술이다. 그 스탬프로 찍어내기만 하면돼 더욱 빠른 시간내에 작업이 가능하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기술에 일대 변혁이 예상되는 셈이다.
위에 언급한 기술들이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돼온 기술이라고 한다면 김위원이 나노 기술 과제로 4년간 추진중인 AFM(Automic Force Microscope)는 파괴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AFM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에 기록밀도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AFM이 주목받는 것은 현재에도 상용화가 가능한 마이크로사이즈의 기술을 이용하지만 효과는 나노급이 나오기 때문이다. AFM은 마이크로사이즈의 팁을 이용해 폴리머 저장공간에 나노급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술로 IBM이 가장 먼저 개발을 진행해오고 있다.
김성태 위원은 “현재 수행하고 있는 것을 포함해 대부분의 나노 기술들은 최소한 10년 이상이 소요될 정도로 장기 프로젝트로 엔지니어로서도 결과물에 대한 확신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지칠 수 있다”며 “그래서 최종 결과물을 얻어내는 과정에 부산물을 획득, 수시로 다른 분야에 적용해보려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나노 스케일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아직까지 이해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며 “엔지니어로서 이러한 신분야에 종사하게 된 것은 축복”이라고 설명했다.
나노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나노붐이 국가에게 유익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은 이를 상품화시키는 것이 최종 목적이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된다”며 “열정도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냉정해야 나노 기술의 진면목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태 연구위원은 “현재까지 대부분의 나노 전문가가 전공은 물리, 화학, 재료, 금속 등 진정한 나노 전공자가 아니었지만 조만간 나노를 전공한 박사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LCD 강국 차세대 무기 `OLED`]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 분야는 LCD 강국인 우리나라가 또 하나의 신화를 일굴 차세대 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학·연구계에선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의 이창희 교수가 전문가로 꼽힌다.
이창희 교수는 지난 94년 LG화학기술원에 근무를 시작하면서부터 OLED 분야를 연구해왔으며 약 20여 편의 관련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했다. 작년 국제전기위원회(IEC) 평판디스플레이 부문 OLED 분과의 초대 분과책임자로 선출돼 국내 학계의 위상을 높인 바 있다. 경상대 응용화학공학부 권순기 교수는 OLED의 핵심 소재인 발광 재료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권 교수는 7년 전부터 청색 발광재료를 연구, 50여 편의 논문과 30여 건의 특허가 있다. 특히 권 교수는 LG전자와 함께 전공차단 재료와 전자전달 재료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홍익대 김영관 교수는 유기정보소재 및 소자연구센터를 운영하면서 유기 박막 트랜지스터 및 고분자전자 소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주병권 박사는 인캡슐레이션(Encapsulation) 공정, 전자부품연구원(KETI) 문대규 박사는 수동형(PM) 패터닝 공정을 연구개발하는 등 OLED와 관련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진들이 OLED 상용화에 힘을 쏟고 있다.
OLED 관련 산업계에서는 삼성SDI 정호균 전무·네스디스플레이 전임 김선욱 사장·선익시스템 이응직 부사장·모디스텍 이충훈 사장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삼성SDI의 정호균 전무는 삼성전자SDI가 OLED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양산기술을 보유하는 데 크게 기여, 국내 산업계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정 전무는 초박막(3㎜)인 17인치 저 분자 능동형 OLED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네스디스플레이 전임 김선욱 사장은 수동형 OLED 제품 개발에 주력, 독자적인 라인 설계 능력을 보유함으로써 국내에서 두 번째로 OLED를 양산한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선익시스템 이응직 부사장은 국내 유기EL 증착 장비가 단기간에 세계수준으로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OLED 소자 제작에 필요한 핵심공정 기술인 증발원과 유도결합형 고밀도 플라스마 소스를 적용한 OLED 증착 장비를 개발한 것이다. 모디스텍 이충훈 사장은 OLED 인캡슐레이션의 방법과 장비 기술을 개발, 이를 장비 업체에 이전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테크리카 함문성 사장은 OLED용 초대면적 선형 장비를 독자 개발, 완전컬러 OLED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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