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강국을 건설하자]나노코리아를 이끄는 사람들(3)문주태 삼성전자 상무

“저보다 훨씬 훌륭한 전문가들이 많이 계신데 제가 이 분야 전문가로 소개되도 좋을 지 모르겠습니다. 전 그냥 조용히 연구에 몰두하고 후진을 양성하는 데만 힘쓰고 있는 평범한 고참 연구원에 불과한데요.”

 다방면으로 나노 반도체분야 전문가를 물색해 어렵게 만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공정개발팀 문주태 상무(42)는 자신에게 최고 전문가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나노테크놀로지와 관련된 단체·학계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고 밝혀도 “누가 저를 최고 전문가라고 추천합디까”라며 그의 겸손은 계속됐다.

 “제가 삼성전자라는 세계 최고 반도체기술력 기업의 연구원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아니지만 사실 삼성전자는 나노반도체 분야의 최고 기술력을 갖춘 기업임은 분명합니다.”

 문 상무는 이야기가 자신의 신변이 아닌 기술 쪽으로 넘어가자 드디어 갖고 있는 지식을 털어 놓는 데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비로소 전문가의 느낌과 전형적인 이공계 분위기가 한껏 느껴졌다.

 “나노테크놀로지를 현재의 개념처럼 100나노 이하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미 반도체 분야에서는 나노 기술이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세계 주요 심포지엄에서는 벌써 학술적으로 20나노까지도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현 미세공정의 장벽으로 인식되고 있는 80나노의 한계를 극복하는 70나노급 핵심 D램 공정기술들을 잇따라 개발했다. ‘화학기상증착(CVD)’ 방식을 활용한 70나노급 최신 CVD 알루미늄 공정기술이 그것으로, 이 기술은 D램 공정의 핵심인 회로배선공정에 사용된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적용한 90나노 512메가비트 D램 시제품을 확보했으며, 올해안에 70나노 D램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 지난해 이미 70나노 4기가급 낸드형 플래시메모리도 개발해 놓은 상태입니다.”

 문 상무는 현 반도체총괄인 황창규 사장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황 사장이 256MD램 신화를 창조할 때 포토리소라이프 공정을 담당하고 있었다. 당시 황 사장과 같이 밤을 새며 연구에 몰두했다. 문 상무는 황 사장이 독촉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큰 목표를 세워 놓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과 의욕을 부여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회상한다. 그 목표가 현재 삼성전자를 나노반도체 시장의 주역 자리로 끌어 올린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 문 상무의 생각이다.

 “세계 최초로 뭔가를 이뤄낸다는 것은 정말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저는 256MD램 프로젝트부터 참여했지만 삼성의 신화가 계속이어지고 있는 지금 정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사실 문 상무가 담당하고 있는 공정개발팀의 가장 큰 미션은 현재는 없는 미래 로드맵에 따라 미세공정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다듬어 나가는 것. 90나노에서 80나노로, 그리고 20나노로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역할로 주어져 있다.

 “최근에는 매년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나게 됩니다. 매년 집적도를 2배 가까이 높이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이를 성공하면 바로 또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때문에 긴장의 연속이지요.”

 나노테크놀로지 시대에 접어들면서 문 상무의 고민은 한층 커지고 있다. 집적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보다 획기적인 방법으로 공정을 미세화하는 연구가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미세공정은 탑 다운 방식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버텀 업 방식에 대한 연구가 성과를 나타내면 획기적인 미세공정이 가능해 질 것입니다.”

 버텀 업 방식은 물질의 특성을 이용해 필요한 부분만 생성하는 기술이다. 재료마다 조건을 부여해 저절로 패턴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으로, 물질별로 특성을 잘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재료의 특성을 잘 파악해 조건을 부여함으로써 저절로 미세 패턴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연구를 하는 곳은 꽤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직접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곳은 드물지요. 삼성전자는 앞으로 이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세계 반도체인들에게 가능성을 보여 줄 것이며 이것이 현재 반도체분야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고 회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문 상무는 공정분야에서 노벨상을 받는 것이 입사 초기부터의 꿈이다. 그러나 지금은 후배들이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기반 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꿈을 바꿨다.

 “삼성전자에는 정말 거성들이 많습니다. 이에 비하면 제 지식은 초라하기 때문에 노벨상에 대한 꿈은 조용히 접었습니다. 이제 제가 삼성전자를, 한국의 반도체산업을 위해 할 일은 후배 연구원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인재를 양성해, 차세대 반도체기술인 나노테크놀로지 분야를 리드할 일꾼을 키워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나노 전자소자 기술 현황]

우리의 나노 전자소자 기술 경쟁력은 다른 나노 기술 분야보다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의 나노기술 발전 종합계획이 2001년 수립되기 수년 전부터 정부의 나노 전자소자 개발 지원 사업이 꾸준하게 펼쳐진데다 반도체 강국의 면모답게 기업들도 일찍이 나노 전자소자 기술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노 전자 소자 기술 개발은 서울대학교를 중심으로 한국과학기술원(KIST)·충북대학교·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포항공대 등 학·연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초미세소자기술연구소는 물리·화학·재료·전자공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인력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자기조립체 및 각인기술을 이용한 나노패턴제조기술 개발·단전자 소자 기술·초미세 소자 회로설계 기술·광소자용 화합물반도체 양자점 형성 기술 등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나노소자연구센터는 나노 가공 기술 및 나노 소자 설계 기술을 이용, 새로운 개념의 나노 소자를 개발하고 이의 특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전자의 스핀을 전자 소자에 활용하는 스핀전자소자연구가 중점 연구 분야이다.

충북대학교 나노과학기술연구소 나노소자기술연구부에선 나노 소자 기술 중 장래의 초고성능 컴퓨터의 실현에 큰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단전자 소자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단전자소자에서는 단 한 개의 전자가 이동해 정보를 처리, 전기소모량이 1만 분의 1로 줄어들고 처리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ETRI 미래기술본부에선 21세기에 대비해 IT 분야의 미래원천핵심 기술을 확보하고자 나노 소자기술을 이용한 양자컴퓨팅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포항공대 나노기술연구센터는 테라 비트 및 테라헬츠급 초고집적·초고속 나노소자(10 nm 단위)를 개발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센터는 이를 위해 새로운 양자 물성을 발견하고 경제적인 나노소자 생산을 위한 공정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은 나노소자·나노정보저장·멤스·나노재료 등 다양한 나노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중 나노소자와 관련 삼성종합기술원은 현존하는 메모리 한계를 극복하고자 강유전체메모리소자(FRAM), 자기메모리(MRAM), 단전자 메모리(SEM), 카본 나노튜브 반도체 등 새로운 소자 개발의 상용화에 선두적인 위치를 달리고 있다.

테라급 나노소자개발사업단 이조원 단장은 “반도체를 이루는 기본 소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전력소모도 적어진다”며 “적어도 나노 소자 기술 분야에선 우리나라가 세계 톱 대열에 든다고 밝혔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