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작년 말 1조원 규모를 협력업체 지원에 쏟겠다고 발표했음에도 6개월이나 지난 현 시점에서도 구체적인 실행계획 조차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이같은 사실을 발표한 삼성그룹 구조본부측은 현재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구조본과 계열사가 협력업체 지원프로그램을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낳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의 발표에 이은 후속조치를 기대했던 협력사들은 삼성그룹의 발표 이후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데 대해 생색내기라는 식의 불신감까지 드러내고 있다.
삼성그룹은 작년 말 사장단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2008년까지 삼성전자 협력사에 시설자금 명목으로 8750억원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것을 포함, 총 1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삼성그룹은 지난달 25일 노무현대통령과 이건희 회장의 청와대 회동 후 그룹차원에서 시설자금 지원계획을 대폭 앞당기는 한편 삼성SDI·삼성전기·삼성코닝 등이 총 1000억원을 협력사에 지원토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구조본 “협력업체 지원 이뤄지고 있다”=협력업체 지원·육성 프로젝트를 발표한 삼성그룹 구조본측은 “프로그램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계열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구조본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작년 말 발표를 했으니, 올 초부터 지원이 펼쳐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본 홍보실 관계자도 역시 “(구조본에서)직접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파악할 수는 없지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 및 관계사 “실행계획 수립 중”=내년까지 4500억원을 시설자금 지원에 투입할 삼성전자는 협력사에 대한 조사는 마쳤으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수립하고 있는 정도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구조본은 큰 그림속에서 지원계획을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세부적으로 나눠 지원하는 안을 짜고 있다”며 “협력업체의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으로 조만간 실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4∼5년전에 협력사 지원의 일환으로 어음 대신 현금으로 결제하는 제도를 도입했는 데 현실감이 떨어지는 구조본의 지원 프로그램을 놓고 현업에서 많은 혼선이 있었다”며 이번 지원사업에 대해 일말의 우려감을 표했다.
최근 지원을 결정한 그룹 관계사들도 삼성전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사 한 관계자는 “그동안 협력업체에 대해 지원을 해 왔는데 이를 확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룹에서 일괄적으로 발표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직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사 관계자도 “삼성전자가 하니깐 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단지 삼성SDI만이 이달 16일 수원시 영통구에 협력사 지원센터를 오픈하고, 협력사 품질 지도 강화 등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협력업체 지원, 서류에 머물러=삼성 그룹 지원에 대한 저체감도는 협력 업체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부품·소재·설비 등의 협력 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삼성그룹의 지원 방침은 일성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애초 협력 업체들은 자금·기술 지원에 많은 기대감을 내비쳤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직무 교육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위 완제품 업체가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선 협력 업체의 동반 발전이 필요하다고 외치면서 정작 생색내기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A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기술 지원 사업에 관심이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활동은 없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대기업이 사용하기 곤란한 기술을 중소 기업에 지원한다면 윈윈이 가능하다”며 실질적인 지원에 대한 기대감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B협력업체 한 관계자도 “기술 협력 문제가 잠시 거론됐으나 잠잠해졌고 현재 별다른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C협력업체 관계자도 “연초 삼성 측이 지원 항목별로 협력업체가 요구하는 지원 내용을 파악했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지원 지침이 내려진 것이 없다”고 밝혀 삼성그룹의 협력업체 지원프로그램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안수민·김준배기자@전자신문 smahn·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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