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체와 케이블방송사업자가 모두 보이스(전화)에서 비디오(방송), 데이터까지 서비스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가 양쪽 사업자의 취약점을 해결해내겠습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이기순 상무는 케이블방송 전시회인 ‘KCTA2004’가 열리는 제주에서 자신있게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전시회 기간에 가장 많은 조명을 받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삼성전자가 내놓은 ‘트리플플레이 셋톱박스’이기 때문이다. 트리플플레이란 하나의 사업자가 동시에 방송과 전화, 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KT 같은 통신업체는 보이스는 강하지만 비디오에 약하며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반대의 상황”이라고 지적한 이 상무는 “이를 보완해 주는 셋톱박스가 바로 ‘SMT-7000S’와 ‘SMT-2000C’”라고 말했다. SMT-7000S는 ADSL을 통한 인터넷 연결과 데이터서비스, 위성방송을 통한 방송 수신을 가능케 한 셋톱이다. 즉 통신업체인 KT를 위한 트리플플레이 셋톱인 셈. 반면 SMT-2000C는 케이블망(HFC)을 통해 인터넷전화(VoIP), 디지털방송, 데이터방송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셋톱이다.
“지금까지 서로의 영역, 즉 방송과 전화사업을 지켜오던 두 망사업자가 트리플플레이에서 격돌할 것”이라며 “통신업체가 자본력에서 앞서지만 ADSL이나 VDSL보다 SO의 HFC가 망 성능에선 낫기 때문에 누가 우위를 점할지 속단할 수 없다”고 이 상무는 전망한다. 이 상무의 명쾌한 해법은 어느쪽이 승기를 잡을지보다 우리나라가 트리플플레이를 가지고 세계 시장을 리드하는 쪽이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가 데이터방송을 위해 개발한 OCAP과 ACAP 미들웨어가 그것이다. 왜냐하면 두 미들웨어 모두 삼성전자가 세계 다른 셋톱박스 업체보다 먼저 개발하며 선도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결국 승부처는 미국 시장”이라며 “지금까지 모토로라와 SA가 헤드엔드부터 셋톱까지 장악해왔지만, 데이터방송방식으로 ACAP으로 건너가면서 정면 승부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리플플레이 셋톱을 개발하며 원천기술도 많이 축적했다”는 이 상무는 “지금 당장 이쪽 시장에서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150여명 연구원이 매달려 최고의 셋톱 개발해 세계 시장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제주=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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