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신성희씨(가명·26)는 이른바 ‘필테(필드테스트) 폐인’이다.
필드테스트(Field Test)란 PC주변기기나 MP3 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등 각종 디지털정보가전 신제품을 연구실 책상 위가 아닌, 일상 생활현장(Field)에서 직접 써보며 각 기능을 점검(Test)하는 것을 말한다. 필드테스터는 이 같은 테스트 이후 제품사용기를 해당 제조사에 제출하거나 관련 사이트에 등재하는 일을 한다. 그 중에서도 해박한 제품지식과 분석능력을 갖고 테스터 모집에 높은 참여율을 보이는 일부 특정 마니아층이 필테 폐인으로 분류된다.
신씨는 현재 최신형 스피커, 메인보드, 파워서플라이, 그래픽카드 등을 모두 필드테스트 공모를 통해 공짜로 쓰고 있다. 필드테스트에 자사 제품을 내놓은 업체들이 테스터들에게 해당 제품을 무상 제공한 뒤 자유롭게 써보게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신제품 출시전 제품의 안정성 검사 차원에서 필드 테스트가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일반 가전제품의 고객평가단과 흡사하게 홍보차원에서 시행되는 예가 많다. 이는 그 만큼 국산 PC주변기기나 디지털소형가전의 품질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얼리 어답터가 대부분인 필테 폐인들은 제품의 결점에 냉혹한 비판을 가하는가 하면, 장점 역시 크게 부각시켜준다. 업체 입장에서는 이들을 통한 ‘구전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이들이 내놓는 제품 사용기를 아마추어 일반 소비자들의 눈높이 쯤으로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추천 사용기’로 분류된 리포트 중에는 웬만한 전문 애널리스트의 제품분석을 뛰어넘는 ‘수작’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필테 폐인들이 애용하는 온라인 사용기 사이트 중 하나인 다나와(http://www.danawa.co.kr)의 정세희 차장은 “이들 테스터 군단의 예리한 눈에 포착된 ‘옥의 티’는 곧바로 해당업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제품에 웬만큼 자신이 없는 업체는 필트데스트에 명함도 못 내미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 컴퓨터케이스 제조업체가 신제품 출시에 맞춰 필드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몇몇 파워기종에 케이스가 맞지 않는 결함이 한 필테 폐인에 의해 발견돼 제품설계 자체를 전면 수정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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