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에서 기업은 `들러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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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중인 각종 지역혁신사업(RIS)을 대학 및 연구소가 주도하면서 기업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13일 관련 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교육인적자원부의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NURI) △산자부의 지역혁신특성화시범사업 △과기부의 지방과학기술혁신사업 등 정부의 RIS 사업이 기업들의 철저한 외면속에서도 대학과 연구소들의 과당 유치경쟁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막대한 RIS의 연구·개발(R&D)자금조차 대학 및 연구소 중심으로 집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구만을 위한 사업으로 변질돼 결국 지역혁신의 3대 주체인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하고 있다.

◇“기업은 들러리”=지난달 각 지역별로 접수한 사업비 2200억원 규모의 NURI의 사업의 경우 광주·전남지역에서는 대학들을 주축으로 57개, 전북에서는 26개 등 전국적으로 454개 과제가 신청돼 평균 5.6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산·학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일부 업체의 경우 이름만 빌려주는 들러리 역할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A 벤처기업 사장은 “모 지역대학 교수가 연구를 위한 프로젝트 수주에 필요하다고 해서 협력했으나 나중에 NURI 사업과제를 신청한 사실을 알고 항의한 적이 있다”며 “업체의 주도적인 참여없이 무조건 사업비만을 가져오면 지역혁신이 제대로 이뤄지느냐”고 반문했다.

대전지역 K 벤처기업 사장은 “평소 알고 지낸 대학으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으로 사업에 참여했지만 솔직히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NURI 컨소시엄이 업체에게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사업 참여기관의 일정부분 대응투자를 의무화해 자금 여력이 없는 기업체에는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대구에서는 지난 4일 접수한 지역특화기술개발사업의 경우 대응투자에 대한 부담감으로 차세대 기술 분야에 신청한 기업이 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중심 성격 지나치다=올해부터 2009년까지 해마다 470억원씩 2820억원이 투입되는 산자부의 지역혁신특성화시범사업도 업체가 참여할 기술개발 보다는 포럼활동·인력양성 등으로 치우쳐 대학 및 연구소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당초 취지인 산·학·연 협력 프로젝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지역 벤처기업 이모 사장(38)은 “연구자 중심의 사업에 어떤 업체가 선뜻 참여하겠느냐”며 “컨소시엄 구성도 대부분 업체 보다는 대학과 연구소가 중심이 돼 이뤄지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과기부가 올해 310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지방과학기술혁신사업도 기업체는 대학 및 연구소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질적 산학연 틀 마련을”=광주시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RIS 사업에 자금부담을 느낀 업체들이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역경쟁 구조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는 RIS 사업에 대한 의식전환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정부가 내년부터 향후 5년간 5조∼7조원 규모까지 RIS의 정부예산을 확대하는 등 RIS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종합적으로 사업 추진방식을 재검토하고 실행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주광산업대표자협의회 회장인 김진봉 피피아이 사장(49)은 “지역혁신의 최종 결과물은 산업체의 발전임에도 정부의 각종 사업이 기존 관행처럼 연구중심으로 이뤄져 자칫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도 있다”면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 발전의 핵심인 RIS 사업에 대한 산·학·연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전면 재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지역혁신체계(RIS·Regional Innovation System) 사업이란=지자체와 대학, 기업, 주민, 시민단체(NGO), 언론 등의 혁신주체가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 지역 전략산업 등을 중심으로 혁신 클러스터를 육성해 지역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이나 하향식 자금 배분에서 탈피해 상향식 국비지원을 지향한다.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최소 단위기관이 60%의 예산 운영권을 갖고 기타 참여기관에 40%의 예산을 배분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