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교육이다](7)학교가 앞장선다-②초·중학생 교육방안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지난 2월 한달간 서울, 인천, 대전, 부산, 광주 등 전국 5개 지역에서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게임의 이해와 청소년 지도방안을 모색해 보는 순회교육을 가졌다. 요즘 아이들이 대부분 즐기는 게임을 모르는 교육자는 자칫 세대간 벽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기획된 행사였다.

사실 현 교육제도 내에서 건전한 게임이용과 관련된 윤리교육은 거의 전무하다. 정보화 윤리교육이 있지만, 전체 교과과정의 2% 내외에 불과하다. 이미 초중학생 게임 이용률은 96%(2003년도 대한민국게임백서)를 넘어서 등 게임이 아이들의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매우 저조한 편이다.

◇초등학생 교육 = 게임의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를 아이들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게임관련 영상을 보여주고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어떤 게임이 좋은 게임인가 △좋은 게임의 이유는 무엇인가 △ 좋은 게임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등에 대해 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반대로 나쁘다고 생각하는 게임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토론을 한다. 특히 실제 경험들을 바탕으로 의견을 나누고 게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함께 미래의 게임에 대해 상상하기, 게임에 대한 간략한 소감문을 쓰기, 또는 온라인게임과 PC게임의 특성 구분하기 등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교육이다.

분당 초림초등학교 박대복 교사는 “‘하지말라’는 식의 게임활동 억압은 교육적으로 득이 될게 없다”며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긍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 제재가 교육적으로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중등생 교육 = 온라인게임의 장단점, 게임중독 예방책 설명하기, 게임상 필요한 네티켓 정하기, 온라인게임과 관련된 직업 알아보기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한다. 우선 자신이 즐겨하는 온라인게임에 대한 경험담을 자유롭게 나누도록 해 동기를 유발한다. △게임 분석 △게임의 장단점 분석 △온라인게임 중독 증상 분석 △게임 네티켓 △온라인게임 설계하기 등을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조별로 자료 탐색자, 수집자, 정리자로 구분해 역할을 분담하고 발표자가 탐구결과를 설명하도록 한다. 게임중독 진단표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온라인게임의 특성인 실시간 상호작용 가능, 시간·공간적 제약없음, 수시 업데이트로 인한 내용 확장 등을 파악하고 이러한 점이 스스로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설명하도록 한다. 이밖에 레벨업에만 치중하는 게임 행태나 사이버상의 예절인 네티켓을 온라인상에 적용하는 문제, 아이템 현금거래 문제 등에 대해 토론하도록 한다.

레벨의 높낮이가 그 사람의 전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 스스로 시간을 정하고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것이 좋다는 점 등 온라인게임 이용자로서 가져야 할 바른 태도 등에 대해서도 서로 숙지하도록 한다.

★인터뷰-경기도 초림초등학교 박대복 교사

 “각종 통계자료를 보면 현재 초등학생 중 게임을 해 본 사람은 90%를 넘습니다. 이에 비해 게임을 이해하는 어른들은 매우 적습니다. 교사나 학부모들이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게임을 하지마라’ 이외에 별다른 교육법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박대복 교사(성남시 분당 초림초등학교)는 아이들의 주류 문화로 떠오른 게임문화에 어른들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아이들은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해서 게임을 하지 않는 세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아이들은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박 교사의 설명이다. 방과 후 과외수업 등으로 친구들과 만날 시간도 놀 시간도 적다. 대신 TV나 인터넷, 게임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게 된다. 친구도 게임을 통해 만나고 사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게임은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동시에 있습니다. 게임에 너무 몰입되면 성장시기에 운동이나 식사, 공부나 숙제 등을 소홀히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컴퓨터에 익숙해지며 게임 속의 새로운 자아를 통해 사회생활을 배우기도 하고 적극적인 자신의 모습도 발견해 나갑니다.”

이같은 관심 덕분에 박 교사는 지난 2월에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주관하고 문화관광부가 후원하는 ‘교사, 학부모 대상 게임의 이해와 청소년 지도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주제 발표자로 참가하기도 했다.

“제가 이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면 반가워하면서 마음의 문을 엽니다. 컴퓨터를 없애거나 무조건 야단치거나 게임하는 것을 막기만 하는 것은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다 그래’라는 선입견을 갖게 되고 집보다 부모님 눈에 안띄는 밖에서 게임을 즐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엄마가 먼저 게임을 배워 대화의 물꼬를 트고 서로 공감한 뒤 적정한 수준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 교사의 주장은 게임의 유익성을 살리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올바르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게임에 대한 인식의 노력들이 컴퓨터 관련 교과과정에서도 순차적으로 반영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비근한 예로 성남시 교육청은 매년 ‘청소년 정보문화재’라는 행사를 개최하는 데 올해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참가하는 게임대회도 열린다.

“예전에 교육은 이른바 ‘한줄 세우기’ 교육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교육 목표는 ‘여러줄 세우기’ 입니다. 어떤 아이는 미술에서, 다른 아이는 컴퓨터에서, 또다른 아이는 게임에서 두각과 재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성적이라는 하나의 잣대가 아니라 여러가지 기준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면 부정적으로만 보이는 게임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게임지도는 이렇게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교사와 학부모 대상으로 발간한 ‘게임의 이해와 청소년 지도방안’에는 아이들의 게임생활을 지도하는 방법이 소개돼 있다. 특히 게임으로 인한 부모와 아이들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의 지침들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행

▲컴퓨터를 없앤다= “너 맨날 그렇게 게임만 하면 컴퓨터 갖다 버린다.” 이러한 부모의 반응은 자칫 반발심만 키울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의 긍정적인 면부터 봐주고 즐거움에 동감해주면서 아이 스스로 절제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 야단친다= “왜 이런 게임하고 놀아, 다른 좋은 것도 많을 텐데.” 부모의 말걸기는 듣기싫은 잔소리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는 말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부모와 대화가 단절되는 계기가 된다

◇ 지도요령

▲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이 무엇인지 알아둔다= 부모가 먼저 게임을 배우면 아이들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이 무엇인지 알고 그 게임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게임을 할 때 아이들과 같이 하는 것이 좋으나, 그렇지 않다면 게임을 구입할 때 설명서를 꼭 읽어보거나 인터넷 사이트의 관련 게시판에서 게임에 관한 내용을 알아본 뒤 구입해 준다.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의 경우, 게임에 몰입될 경우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 컴퓨터 둘 장소를 의논한다= 아이와 의논해서 컴퓨터를 거실과 같은 공개된 장소로 옮길 수 있다. 가족들이 드나드는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게임을 오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옆에 있다보면 아이가 하는 게임의 종류와 내용을 이해하기도 쉬워진다.

▲ 해야 할 일을 먼저한다= 어른들도 게임을 하다보면 중도에 그만두기 힘들다. 아이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해야할 일을 먼저하고 게임을 하게 하는 것이 좋다. 아이와 의논해 게임과 해야 할 일에 대한 약속을 하자. 처음부터 약속이 잘 안지켜졌다고 화를 내는 것은 좋지 못하며 꾸준히 대화해 아이가 약속을 염두에 두도록 해야 한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약속을 어기지 않는 노력을 보이게 된다.

▲ 아이 생활을 자주 체크한다= 부모의 간섭이 너무 지나쳐도 문제지만, 아이와 함께 규율을 세워서 어느 정도는 허용하고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못박아야 한다. 게임으로 인해 성적이 많이 떨어진다면 일정기간 게임을 못하게 하는 규율이 필요한 것. 특히 맞벌이 부모의 경우 아이에게 더 큰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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