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유비쿼터스는 특정 기술이나 단순한 인프라를 의미하는 개념이 아니다. 일상 생활에 밀착된 환경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다.
그래서 신상철 한국USN센터장은 “지금은 전자태그(RFID)를 통한 물류 유통의 혁명을 얘기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주변 모든 사물에 칩이 깃들인 상황에서 오직 물류만이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USN센터가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비쿼터스 도전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 센터장은 “축산물에 칩을 심어 원산지 표시를 하는 것도 유비쿼터스 세상의 한 구현 모습일 수 있으며 혈액 관리도 가능할 수 있다”며 유비쿼터스의 가능성을 넓게 열어둔다. 신 센터장이 이처럼 유비쿼터스의 미래 구현 모습에 고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가 이끄는 USN센터는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의 보급을 촉진할 가장 적절한 시범 사업을 선정해 추진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USN센터의 김유정 팀장은 “RFID를 통한 실증 실험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한 시범 사업과 정부 부처 및 기관에서 유비쿼터스를 구현하는 시범 사업을 선정키 위한 공고가 최근 발표됐다”고 말했다. 11월까지 구축할 예정인 실증 실험 테스트베드는 RFID 기술 점검을 위한 것이다. RFID칩 인식률을 높이기 위한 패키징 기술을 포함해 관련 미들웨어, 하드웨어, 칩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해 점검하게 된다. 또 정부 부처와 기관을 대상으로 한 유비쿼터스 구현 시범 사업은 정보화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진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지금 USN센터가 준비 중인 시범사업이 미래 USN환경을 다 보여줄 수는 없다. 그러나 초기인 만큼, 첫 시범사업은 향후 유비쿼터스 전개를 읽어볼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USN센터가 고민하는 ‘RFID과 USN의 국내외 적용사례’는 그야말로 광범위하다. 가공된 식육 추적 관리, 축산물 생산 관리, 나리타 공항의 수화물 관리, 의료분야 적용 사례, 전신주 적용 사례, 도서 관리 시스템, 식당 내 자동 정산 시스템, 청과물 추적 관리, 전파 포스터, 지폐·유가증권의 위조 방지 등 끝이 없다. 이들 중 몇 개가 미래에 실제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아직 실험조차 시작되지 않는 아이디어가 유비쿼터스 시대를 이끌 수도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수많은 기관과 업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유비쿼터스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그래서 ‘USN 시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율자’로서 수많은 기관과 업체가 상승효과를 이끌어 내야 하는 USN센터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센터 역할
한국USN센터는 국내 유비쿼터스 환경의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USN 기본계획 수립 △선도시범사업 추진 △기술 개발 및 표준화 지원 △주파수 정책 지원 △정책 연구 및 홍보 등의 역할을 맡아 수행한다. 즉, 유비쿼터스 열풍에 따라 많은 기관과 업체, 단체들이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조율해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USN센터의 설립 이유인 셈이다.
◇기본계획 수립=공공부문의 u센서 네트워크 구축 세부 추진 계획 수립 등 종합적인 국가 USN 구축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USN센터의 기본 임무다. 또 방향에 맞춘 실행 계획을 세워 추진력을 배가할 수 있는 짜임새를 잡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정통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USN 전략협의회’의 운영지원을 담당해, 정부의 USN 계획이 전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돕는다.
◇선도시범사업 추진=USN 보급 활성화를 위해 조기 확산에 기여할 수 있고 파급효과가 큰 부문에 대한 ‘공공분야 시범사업’의 전담기관 역할도 담당한다. 시범 사업의 발굴과 과제 선정, 사업 관리 등 공공분야 사업추진 전반에 걸친 전문기술지원을 맡는 것이다. USN센터는 이를 위해 공공부문에 적용가능한 유비쿼터스 사업에 대해 국내외 응용사례를 조사하고 산업전반의 시장 동향을 조사하는 등 올바르고 적절한 선도 시범사업을 찾아내는데 힘을 쏟고 있다.
◇기술 개발 및 표준화 지원=USN 관련 기술 개발은 ETRI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USN 기술은 전자태그, 리더, 미들웨어, 응용서비스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유·무선망을 이용한 네트워크로 구성된다. 특히 900㎒대 RFID 기술은 전원이 없는 저가의 수동 태그를 이용해 10m까지의 비교적 긴 인식 거리를 제공함으로써 향후 물류, 유통, 의약품 관리, 군사 등에 폭넓게 활용될 핵심 기술이다.
한국USN센터는 ETRI 등이 개발한 USN 기술이 선도 시범사업, 국내 표준화 수립 등과 연계성을 갖고 추진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작성하고 추진일정을 조정하는 지원을 담당한다. 또 ‘USN 표준화포럼’을 통해 국제 표준화 대응 및 국내 표준 수립도 추진 중이다.
◇주파수 정책지원=주파수 정책은 전파연구소 등 관련기관이 추진하며, USN센터는 확정된 주파수 기술 기준의 내용을 USN 정책 관점에서 종합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즉, 전체적인 시야를 가지고 주파수가 올바르게 USN 환경 속에 사용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인 셈이다.
◇정책 연구 및 홍보=정책연구는 향후 유비쿼터스 기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역기능의 유형 및 영향을 분석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기존 법률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새로운 정책 방향도 수립하게 된다. 또 USN센터는 정책 연구의 일환으로 USN의 확산을 가로막는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보보호 및 역기능에 대한 연구 과제도 수행중이다. 유비쿼터스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패러다임이자 환경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수용 태도도 유비쿼터스 시대 도래의 주요 고려 사항이 된다. 일반인에게 유비쿼터스 개념을 알리는 것도 USN센터의 중요한 역할이다.
◆기고; "국제 표준 대응 급선무"
-신상철 한국USN센터장
전자태그와 USN 관련 기술의 발전 및 보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제 표준에 대응하는 노력과 함께 국내 표준화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국제표준은 국제표준화기구(ISO)/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JTC1의 SC31(자동인식기술분야) 산하 WG4에서 추진 중이다. WG4은 다시 Data Syntax(SG1), Unipue ID(SG2), Air Interface(SG3), ARP 등 4개의 서브그룹으로 구성된다.
RFID와 USN을 놓고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기술영역 중 태그부문에선 칩 패키징 기술, 주변정보 감지 등이 2년, 리더 부문에선 전송 및 액세스 기술, 멀티태그(다중인식) 등이 2년, 무선네트워킹 부문에선 Ad-hoc 기술, 저전력 기술 등이 2년, 미들웨어 부분에선 상황정보 관리기술이 3년씩이나 격차가 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례로, 일본이 주도하는 ARP(Application Requirement Profile) 부문을 들 수 있다. 현재 일본은 지난 2002년부터 다양한 응용 사례를 위한 수년간의 실증실험을 통해 물류·유통, 도로·교통, 식품, 금융, 의료·약품, 환경, 고령자 장애인 대책, 교육·문화, 취업, 정보 가전, 엔터테인먼트, 로봇, 건설, 공장자동화(FA), 소방 ·방재, 생활·개인 등 18개 분야로 나눠 다양한 응용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왔다. 그 결과, 400여 개의 특허를 이미 출원한 상태로 100여 개의 국내 관련 특허에 비해 월등히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RFID 및 USN 분야에서 선진국에 비해 다소 출발이 늦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런 차원에서 RFID 국제 표준화 대응 및 국내 표준화 수립을 위해 지난 4월에 USN 표준화 포럼(의장 서삼영)이 출범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USN 표준화 포럼은 기술, 응용, 네트워크, 정보보호 등 4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되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전산원, 한국인터넷정보센터,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등 분야별 핵심기관들이 모두 참여한다. 가입 회원도 공공기관, 민간사업자, 학계연구자 등 300여 명에 달한다. 이를 기반으로 이미 올해 표준화 추진계획 등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국가 USN 마스터플랜에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포럼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선진국이 앞서 있는 코드표준 및 13.56㎒ 대역 표준 등은 국제표준을 수용하고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네트워크 분야, IPv6 연계 분야, 정보화추진 노하우를 통한 시범사업과 실증실험을 통한 ARP 분야의 국제 표준 등을 주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초고속 인터넷, 이동통신, 반도체 등을 세계 선도적인 위치에 올려놓은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미 구축된 네트워크 인프라와 정보화추진 경험을 접목시킨다면, USN 분야에서도 머지않아 선도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용어설명-USN
유비쿼터스센서 네트워크(USN, Ubiquitous Sensor Network)는 단순히 RFID칩이 모든 사물에 깃드는 환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USN은 말 그대로 센서에 네트워크 개념을 추가해 사물의 존재 및 위치까지 감지하면서 망에 연동,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제어하는 개념이다. 모든 사물에 컴퓨팅은 물론,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부가하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정보통신부는 USN 개념에 대해 △필요한 모든 것(곳)에 전자태그를 부착하고(Ubiquitous) △이를 통하여 기본적인 사물의 인식정보는 물론, 주변의 환경정보(온도, 습도, 오염정보, 균열정보 등)까지 탐지하여(Sensor) △이를 실시간으로 네트워크에 연결하고 그 정보를 관리하는 것(Network)으로 정의하고 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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