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프랜차이즈 `열풍`

 박준혁 PC구조대 사장(33)은 5월 한 달 내내 지방에 머물렀다. 시간에 쫓겨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새벽 기차를 갈아 타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경기 불황으로 본업인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도 여력이 없지만 박 사장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데는 지난 해부터 새로 시작한 PC 애프터서비스(AS) 가맹점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지난 해 초 프랜차이즈 형태로 PC AS사업에 뛰어들었다. PC시장은 주춤하지만 업그레이드와 AS 수요 만은 고속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행이 이 예상은 적중해 후발업체 임에도 불과 6개월 만에 100개의 가맹점과 150개의 협력점을 모집했다. 가맹점도 경기 불황에도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정보기술(IT)를 기반한 프랜차이즈가 뜨고 있다.

현재 ‘IT 프랜차이즈’ 로 가장 각광받는 업종 중 하나는 잉크 충전방이다. 경기침체로 알뜰형 IT족이 늘어나면서 프린터 잉크를 반드시 충전해서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잉크충전 프랜차이즈 업체 중 웰아이티의 잉크충전방인 굳웰이 가장 규모가 크다. 하지만 지난해초 부도 이후 허수 가맹점수가 급증하고 출력화질에 대한 가맹점들의 불만이 커지는 등 업계 평판이 나빠지면서, 최근에는 잉크스테이션 등 후발 업체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특히 잉크스테이션은 국내 최대 프린터잉크 카트리지 생산 업체인 잉크테크의 제품을 전량 독점 취급, 출력 품질면에서 단연 돋보인다는 평가다. 이밖에도 코리아잉크, 세일잉크, 리필뱅크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고훈성 잉크스테이션 사장은 “선진국의 경우 리필잉크가 전체 프린터 잉크 시장의 30%에 달한다”며 “특히 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폐가전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해외진출도 염두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IT프랜차이즈 업종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PC수리 분야에서는 컴닥터119 등 기존 유력업체를 비롯해 PC구조대 등 신흥업체들이 혼재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컴닥터119는 최근 800여개에 달하던 점포를 160개로 정리, 점포 로얄티를 높였다. 이 회사 이병승 사장은 “무점포 등 허수를 줄이고 컴퓨터 AS는 물론, PDA, 스마트폰 등 첨단 통신기기를 직접 판매하는 이른바 ‘IT편의점’으로 수익모델을 다각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PC방 프랜차이즈 사업도 창업 열풍과 함께 인기다. 한때 인터칸 등 굴지의 업체들이 대규모 광고 등을 통해 가맹점 확대에 나섰지만, 지금은 게임, 동영상, 캐릭터 등 특정 분야에 집중 마케팅을 펼치는 PC방 체인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문화관광부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기획하고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G2존의 경우 총 투자액의 50% 내에서 문화관광부의 건전게임산업 육성시설개선자금을 1억∼5억원까지 연리 4.5%로 지원받을 수 있어 초보 창업자들에게 인기다.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는 필연적으로 디카 인화방이라는 체인 사업을 잉태시켰다. 현재 이 체인사업은 다른 IT프렌차이즈 업종에 비해 비교적 태동단계. 하지만 SK네트웍스내 Skopi사업팀(팀장 유홍석)이 운영중인 ‘SK스코피’와 엡손코리아의 디지털포토센터 등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코피는 현재 직영점 3곳을 포함해 총 7곳의 가맹점을 두고 있으며 현재 2곳의 가맹점이 오픈 예정이다. 엡손코리아도 지난달 6일 사업설명회를 갖고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이밖에 상품권의 시세 및 매물 정보를 본사와 연결된 인터넷망을 통해 파악, 상품권의 할인 매입·판매 등을 서비스하는 ‘티켓나라(http://www.ticketnara.net)’, 비디오방에 이은 DVD방 체인점인 ‘벅스DVD(http://www.bucksdvd.co.kr)’, ASP를 체인사업화한 블루다임(http://www.bluedigm.com) 등이 이색 IT 프랜차이즈 업체로 꼽힌다.

조태현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센터장은 “프랜차이즈는 본사와 가맹점간 분쟁의 소지가 많은 사업 형태”며 “가맹비와 보증금을 받고 잠적하거나 버젓이 수년간 잘 운영하다 갑자기 본사가 없어져 버리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상호간 약관은 물론, 업계 평판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가맹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태진미디어 - 질러존

 디지털 노래반주기 업체로 잘 알려진 태진미디어가 노래방 가맹점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노래방 사업은 처녀 진출이지만 경기 불황과 맞물려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는 다양한 가맹점 모델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보여 준다는 각오다. 실제 태진은 이미 3호점까지 문을 연 노래방을 보면 지금까지의 일반 노래방과 다른 컨셉트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전에 노래방은 2∼3 평 안쪽의 좁은 공간에 단순히 반주기 만을 두고 오직 노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반면 태진은 차별화된 사운드·대형 PDP화면·앰프·무선 마이크 등 최고급 디지털 시스템으로 완전 무장했다. 인테리어도 화이트 톤을 배경으로 지중해 풍의 밝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노래방 브랜드 ‘질러존’도 젊은 취향의 세대를 개발해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론칭했다.

 이 회사 윤재환 사장은 “밝고 긍정적인 노래방 문화를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가맹점 사업에 뛰어들었다”라며 “볼거리, 먹거리, 휴식처가 함께 어우러진 복합 놀이 문화 공간으로 ‘질러존’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태진은 올해 가맹점 사업을 시작해 이미 질러존 1호 화정점과, 2호 홍대점, 3호 대학로점을 열었으며 이 사업을 위해 자회사 ‘TJ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질러존’ 홍대점의 경우 1층에는 팬시점, 커피전문점, 의류매장이, 대학로점은 지하 1층에 라이브 콘서트홀이 함께 들어서 복합 문화 공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마케팅에도 기존 가맹점과 차별화를 모색해 성공했다는 평가다. ‘질러존’은 매월 1회, 노래 부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아 홈페이지(http://www.zillerzone.com)에서 온라인 투표를 벌이는 ‘쇼킹 라이브’ 코너를 운영 중인데 ‘사이버스타’ 등용문으로 불릴 만큼 이용자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태진은 ‘질러존’의 청소년 심야 입장을 불허하고, 주류 반입을 금지하는 등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키우는 한편, 당분간 직영점 체제의 운영을 통해 수익 기반을 다진 후 앞으로 프랜차이즈로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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