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산업자원부가 주도하면서 여타 정부부처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e러닝인증제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 교육부와 정통부는 지난해 11월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e러닝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공청회’자리에서 산자부의 독자적인 법 제정 추진을 강하게 비난, e러닝 관련부처간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번 시행령(안)은 사실상 산자부가 단독 시행하기로 돼 있던 인증제를 모든 유관 부처에서도 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지난 1월 산자부가 ‘e러닝 산업발전법’을 입안해서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만 해도 부처 간 역할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으나 시행령(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뒤늦게 교육부가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기존 계획의 틀이 바뀐 것이다.
산자부 중심의 시행령 초안에는 e러닝 품질인증기관을 산자부 장관이 인정하는 기관과 단체로 규정하고 이를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이 담당토록 했었다. 그러나 교육부가 e러닝과 학교교육의 유관성을 내세워 반대했고 교육부 자체적인 ‘e러닝법(가칭)’을 연내 제정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양 부처의 갈등이 크게 불거졌다. 결국 7월로 예정된 법 시행이 다가오면서 다급해진 산자부가 교육부 의견을 수용한 수정안을 제시해 급한 불은 끈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행령 완성을 위한 각 부처의 의견 조정은 사실상 이제부터인 데다 교육부가 기본법 제정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어서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무엇을 담았나=이번에 마련된 시행령 입법예고안의 핵심은 ‘e러닝 인증제’의 시행 주체인 품질인증기관이다. 인증기관 규정이 당초 ‘산자부 장관이 인정하는 기관과 단체’에서 ‘각 부처장관’으로 바뀌었다. e러닝을 주도해 온 산자부·교육부는 물론 정통부·노동부·행자부 등도 e러닝 품질인증기관을 별도로 지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표준화 추진기관은 원래 계획대로 한국전자거래진흥원과 기술표준원이 유지됐다. 부처 간 이견을 보였던 ‘공공기관의 e러닝 시행 비율’은 당초 전체 교육 훈련 중 20%를 e러닝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규정과 함께 공공기관의 사정에 따라 e러닝산업발전위원회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추가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부처 간 합의 이뤄졌나=이번 수정안 마련 과정에서 산자부가 교육부 의견을 대폭 수용, 산자부와 교육부의 갈등이 다소 해소됐고 역할 분담에 대한 합의도 이뤄졌다. 산자부는 △e러닝 서비스 △e러닝 콘텐츠 △e러닝 솔루션 등 e러닝 산업계의 발전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반면, 교육부는 교육계 현장 발전을 위한 역할을 담당키로 했다.
배성근 교육부 정보화기획과장은 “그동안 교육부 입장이 잘못 알려져 오해의 소지가 있었으나 입법예고안을 만들면서 산자부와 담당역할에 대해 협의한 상태”라며 “앞으로 시행령 완성을 위해 각 부처 간 본격적인 조정에 들어가겠지만 e러닝산업발전법이 시행되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갈등 요소 여전=이번 주 중 입법예고안이 법제처에 보고되면 15일 간 심사를 거치게 된다. 시행령은 오는 7월 26일에 시행되도록 규정돼 있어 이달 중에 입법예고안이 통과되도 7월 초까지 시행령 완성을 위해 각 부처 간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표준기관 선정이나 e러닝산업발전법 적용 대상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교육부가 연내 제정을 추진중인 ‘e러닝법(가칭)’과의 중복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e러닝법은 교육정보화를 위한 것으로 법 명칭으로 인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나 e러닝산업발전법과는 전혀 별개”라며 “온오프라인을 합친 e러닝과 달리 교육부는 오프라인 현장을 발전시키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반면 산자부 관계자는 “현재 e러닝 자체에 대한 규정이 부처 간 입장에 따라 차이가 있는 만큼 유사법을 제정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발전법을 통해 역할을 나누기로 한 마당에 교육부가 계속 강행할 경우 자칫 부처 간 헤게모니 싸움으로 비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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