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죽어보자’
고대 이집트 시대에 있었던 한 연구클럽의 이름이다. 이 클럽의 발기인은 이집트의 마지막 여왕 클레오파트라(B.C 69∼30)였다. ‘함께 죽어보자’는 클럽 이름만 그랬지 요즘 인터넷 사이트의 자살 동호인 클럽처럼 실제로 회원들이 한데 모여 자살을 꾀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클럽의 설립 취지는 ‘같이 죽자는 것’이 아니고 여왕의 평소 바람대로 ‘죽음에 대한 연구’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물론 ‘자살’이었다. 그러니까 여왕의 내탕금으로 운영되던 일종의 자살 연구개발(R&D)센터였던 셈이다. 이처럼 여왕이 자살 동호인 클럽을 정력적으로 운영해 온 이유는 이집트의 쇠퇴해 가는 국력이나 국제정세를 보아 머지않아 자신에게 닥칠 불행한 운명을 예감했기 때문. 여왕은 결국 침대에 누워 스스로 독사에 물려 행복한(?) 죽음을 맞이했다. 클레오파트라는 이 클럽을 통해 자살할 무렵에는 독사 독의 전문가가 돼 있었다고 한다. 이 클럽의 유일한 연구업적이기도 했다.
그 후로부터 2000년이 훨씬 지난 21세기 대한민국. 클레오파트라의 자살클럽이 인터넷 상에 부활한 걸까. 최근 들어 소위 인터넷 ‘자살 사이트’ 등에서 만나 동반자살하거나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돕는 촉탁살인을 감행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00년 강릉에서 발생한 자살사이트를 통한 자살 사건이 처음 언론에 보도된 이후 자살 관련 사이트는 단속 대상이 돼 왔다. 경찰의 단속과 자진 폐쇄로 대부분의 자살 사이트는 문을 닫았다. 하지만 지금도 일부 자살 관련 사이트에는 “같이 죽자”거나 ‘극약’을 구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자살 사이트란 명목으로 단속만 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자살 조장 사이트가 아닌 한 건전한 의사소통의 장으로서 인터넷의 자율적인 특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매개로 한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이 대책 마련이 시급한 때다.
“죽음을 알면 올바른 삶과 생명의 귀중함을 안다. 삶과 죽음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한 철학자의 말이다. 오늘날 자살 사이트까지 등장한 현실에서 한번쯤 곱씹어 볼 대목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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