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바오 중국 총리 발언으로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국내 경기의 장기 불황에도 그나마 국가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마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10년간 지속된 국민소득 1만달러 상태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2만달러 시대로의 성장은 그야말로 오르지 못할 나무처럼 보여 진다.
동북아시아 중심국가 성장이라는 한반도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것도 좋고, 신성장 산업동력을 찾는 것도 좋다. 권위주의 시대 산업구조 및 사회 시스템을 재편하고, 새로운 산업구조와 질서를 창조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비전과 과제의 구호적 제시 차원을 넘어, 실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한 내용적 준비로써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재를 육성하고, 사람을 준비시키는 노력없이 21세기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자는 것은 허망한 구호로 끝날 것이 자명하다. 특히 기술진보가 사회진보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21세기 산업기술 정보화시대에 있어 이공계 기술 인력 양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문제다.
해외의 경우를 보자. 미국은 80년대말 경제 불황을 극복하고, 90년대 고도성장을 계속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벤처기업이 있었으며 여기에는 첨단 정보기술로 무장한 기술인력들이 그 중심에 서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기술 개발 인력의 차원을 넘어, 경영 일선은 물론이고 사회 각계에 영향력을 과시하며 미국사회 내 주류로 성장했다.
중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바야흐로 전문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 이후 급속히 부상한 현 중국 최고지도자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테크노크라트그룹은 이제 중국 최고의 실세로 부상해 세계최고의 고속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얼마 전 언론보도에 대덕연구단지에서는 적지 않은 수의 박사급 연구원들이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면서 국가 핵심 기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나왔다. 이러한 현실은 대학진학 수험생들에게도 이어져, 이공계의 인기는 날로 하락하고 있다.
세계의 흐름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오히려 기술 인력이 과거보다 더욱 낮게 평가되는 양상이 전개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첨단 기술 산업사회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준비하는 국가로서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현실적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기술직 연구원들의 보수 인상 등 구체적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또 이공계 대학생 장학금 지급, 병역특례 대상 확대 등의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기술을 갖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는 기술인력의 사업화 토대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기술의 사업화 성공은 재투자에 의한 새로운 기술개발로 이어지고 기술인력의 확대 재생산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국가적 조치들은 이공계 기술인력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 인력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의 정착이다. 쉬운 과제는 아니다. 고시열풍에서도 드러나는 사농공상의 유교적 전통과 짧은 자본주의 역사에서 나오는 엘리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 등 바뀌어야 할 것이 매우 많다.
교육계, 기업 그리고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이 각각 있을 것이다. 특히 국가에서는 기술 인력들이 안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의 보완 등 구체적 대책과 장기적인 국가 전략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국가핵심기술인력 10만명 양성’과 같은 국가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공계에 진학하면 손해본다는 관념, 기술 인력은 출세하기 어렵다는 사회적 관념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기술 인력 육성에 대한 계획, 기술 인력 중시 풍토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계획없이 신성장 산업동력과 국가경쟁력 향상을 아무리 말해본들 그것은 사상누각을 쌓는 것과 같을 뿐이다.
<손승철 엠게임 사장 son@mga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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