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Pi상용시스템 개발 연기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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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상용시스템 개발 지연으로 시범서비스가 4개월 남짓 늦어짐에 따라 준비 사업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휴대인터넷으로 이동통신사업자의 3세대(G) 서비스와 경쟁하려는 유선사업자들은 “상용화가 늦어지면 HSDPA 등 발전된 3G서비스와 경쟁이 어려워진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이통사업자인 SK텔레콤은 “표준기술개발과 국제표준화를 완료한 뒤 상용화절차를 밟지 않으면 사실상 투자가 중단된 WCDMA와 같은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다른 입장을 보여 사업자간 갈등 가능성도 점쳐졌다.

2006년내 상용서비스로 유선사업자의 투자를 유도한다는 정통부도 정책적인 부담을 안게됐다.

◇왜 늦어지나= 삼성의 로드맵이 5개월 만에 변경된 것은 국내 시장보다 국제표준화를 통한 휴대인터넷 단말기 수출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3월 인텔과의 협력으로 국제 표준화 기구인 미 전기전자공학회(IEEE)802.16 표준에 HPi의 직교주파수분할다중(OFDMA) 방식을 채택한 대신 셀 분할 방식을 바꾸는 바람에 늦어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인텔과의 협력 뒤 10㎒대역폭내의 셀 구분 방식을 변경시켰으며 이에 따른 채널변경을 감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5월초 IEEE회의에서 이동성 부여 작업이 늦어지면 국내 상용화가 더욱 늦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별도로 시스템 개발을 추진중인 포스데이타도 기술표준이 확정되고 사업자 선정이 완료돼야 기술 개발을 본격화할 계획이어서 상용화를 앞당기긴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에선 정통부가 최근 휴대인터넷에 대해 “3G와 같은 주요 서비스의 세대교체를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에 그칠 것”이라며 의미 축소를 하는데 대해 “이러한 현실을 이미 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독자개발의 부작용 우려= 통신사업자들은 “개발일정 지연은 사실상 삼성이 국내 표준기술인 HPi를 독자개발하게 된 데 따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업자들은 서비스를 시작돼도 사업자별 차별화가 어렵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했다. 3월 이후에는 ETRI마저 HPi 개발에 소외돼 삼성이 사실상 단독 개발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HPi 기술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가운데 다른 제조사들이 기본규격을 바탕으로 개발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문제도 드러났다.

실제 국내 중계기용 칩셋 개발업체들은 “규격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구체적 스팩도 나오지 않았다”며 제품 개발을 검토조차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서비스 사업자나 정부가 삼성전자의 입만 쳐다보는 격”이라며 “누구를 위한 표준화인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전망= 사업자와 삼성전자는 3일 회의를 갖고 일정을 다시 논의키로 했다. 이 자리에서 사업자들은 2∼5개월 가량 상용시스템 개발을 앞당겨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개발시부터 사업자가 함께 참여해 개발일정을 앞당기는 방법도 제안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측도 “단계별로 구성한 개발과정을 병렬로 배치하고 연구개발 인력을 대거 투입하면 일정을 몇 달 앞당기는 게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해 조정 가능성은 열려있다.

<홍기범기자 kbhong·김용석기자 yskim @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