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기능을 갖춘 통신장비 이용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신종 전화방 서비스 시스템 구성도다양한 기능을 갖춘 통신장비를 이용해 단속을 피하는 음란 전화채팅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소비자에 직접 전화를 걸어 맛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미성년자에 노출되기 쉽다. 또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전화정보서비스용(060-XXX-XXXX)이 아닌 일반 시내전화번호나 평생번호 등을 사용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정부는 지금까지 주로 통신사업자의 자율규제에 의존해 불법 음란 서비스를 막아왔으나 오히려 서비스가 음지로 숨는 부작용이 나타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화 걸어와 신음소리’= 일산에 사는 김모(31·남)씨는 얼마 전 이상한 전화를 받았다. 발신번호가 ‘2686-XXXX’인 이 전화를 받자 음성채팅서비스라는 자동응답기(ARS) 안내가 나왔다. 주민등록번호를 누르자 3분간 무료서비스라며 한 여성에 연결됐고, 다짜고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까지의 전화정보서비스는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소비자가 걸어 이용하는 형태였지만 자동발신기능을 갖춘 ARS시스템이 나오면서 등장한 새로운 방식이 등장한 것. 맛보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자동발신기로 번호를 남긴 뒤 소비자가 발신번호표시(CID) 기능으로 전화를 되걸면 서비스하는 경우도 많다. 전화정보회사 관계자는 “하루 수천건의 전화를 무차별적으로 돌리고 있다”며 “자동발신기능 장비를 구하기가 쉽고, 단속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를 도입하는 회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 한달만에 3만여명의 가입자가 생겼다”며 “이같은 사업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050’ 평생번호나 일반 시내전화번호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통신사업자들이 ‘060’서비스를 모니터링해 단속하기 때문. S사는 일반 시내전화번호를 자사의 ARS시스템에 연결시켜 놓고, 착신전환기능을 활용해 이성과 통화연결을 해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림참조.
K사는 정보이용료 과금이 허용되지 않는 ‘050’ 평생번호를 활용하면서 인터넷으로 선불 요금을 받은 뒤 회원번호를 눌러 접속하면 시간만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단속망을 피한다. KT의 한 관계자는 “‘060’ 서비스를 모니터링해 대거 해지시키자 사업자들이 ‘030’으로 갔다가 이제는 ARS시스템을 도입, 아예 시내번호 등으로 숨고 있다”며 “정상적 절차로 번호를 받은 뒤 시스템을 구성하면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뒷짐=정부는 단속을 전적으로 사업자에 맡겨놓고 있다. 통신사업자가 내용을 모니터링한 뒤 불건전한 정보라고 판단되면 해지시키도록 한 것. 사업자들은 그러나 “민간사업자로서 단속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통신서비스의 내용규제와 형식규제를 각각 담당하는 정보통신윤리위와 통신위원회는 아직 전화채팅서비스에 대한 단속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통윤 장경식 심의조정단 팀장은 “전화내용을 모니터링해 불건전한 만남을 유도하거나 음란한 정보서비스일 경우 사업자에 경고를 주고 있지만 채팅과 같은 개인간 통화서비스는 규제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통신위 심진섭 조사3과장도 “전화방(채팅)서비스에 대해 음란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단속기준 마련을 위해 정통부 정보통신진흥국에 사업자 규정을 요청해 놓았으나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