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강국을 건설하자]세계는 나노전쟁 중 일본(상) 정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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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과학기술체계 강화를 통해 세계 최강 미국에 도전한다. 그 중심에 나노기술이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개최된 세계 최대의 나노전시회인 ‘일본 나노텍2004’에서 개막연설을 한 고지 오미(尾身幸次) 일본 의원(과학기술정책담당대신)의 선언이다. 이 행사를 통해 일본 정부는 나노기술로 미국과 유럽을 능가하겠다는 의지를 전 세계에 천명한 셈이다.

일본이 세계 나노 전시회를 선도적으로 개최하는 이유는 나노테크놀러지(NT)가 아직 학계와 연구소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을 감안, ‘산업 육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

기술 기반의 산업을 창출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고 산학연이 한데 뭉쳐 추진하는 것은 그동안 자동차, 조선, 금속, 부품소재, 이동통신 등을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나노산업을 세계 최강으로 육성한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 10억달러에 이르는 투자

나노 강국을 향한 일본의 의지는 예산 규모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문부과학성과 경제산업성을 큰 축으로 NT정책을 실현하고 있으며 예산은 2001년 600억6000만엔, 2002년에는 750억엔, 2003년에는 1287억엔(보정예산 포함)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2004년 나노기술연구개발예산으로 의회에 요청한 예산(8억4700만 달러보)다 많다. 최근 발표된 문부과학성 자료에 의하면 나노기술·재료분야 개발예산은 올 해 1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 나노계획은 2000년 9월 세워진 ‘나노기술의 전략적 추진에 관한 간담회’가 효시다. 일본 정부는 이후 2001년 일본 과학기술개발계획의 근간이 되는 ‘제 2차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여기서 일본 정부는 획기적인 과학기술발전의 기반을 제공해 주는 것이 ‘나노기술-재료분야’라고 정의하며 생명과학, 정보통신, 환경과 함께 4대 중점 연구 분야로 선정하게 된다. 이어 2002년에는 10년 안에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일본기업을 나노기술재료 분야에서 최소 5개를 육성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갖고 ‘나노기술재료분야 산업발굴전략’을 수립했다.

산업계도 정부의 의지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경제단체연합은 △나노기술이 만드는 미래사회 n-Plan 21(2001.3) △나노기술이 만드는 신산업 n-Plan 2002 (2002.11)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바이오나노 시뮬레이션 기술 활용 (2003.2) 등을 수립해 정부의 나노기술정책에 적극적인 제언을 하고 있다.

◇ 나노 측정장비, 재료 기술에 선택과 집중= 일본이 택한 나노기술개발 선택과 집중 전략은 지난해 입안 된 ‘과학기술관계 예산 요청 우선순위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나노산업 육성 전략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나노 계측장비·재료 산업’에 집중 돼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최우선 개발해야 하는 연구로 △마이크로 분석 생산 시스템 △전기기기 시스템(MEMS) △차세대 반도체 나노재료 △나노를 활용한 새로운 원리의 디바이스 개발 △차세대 과학기술을 리드할 계측 분석 평가기기 개발 △나노기술종합지원 등을 꼽고 있다.

또 생명과학, 환경 분야에서도 △선진 나노바이오 디바이스 △나노미립자 이용 스크리닝 △단백질상호작용 해석 나노바이오칩 △나노 캡슐형 인공산소운반체 제조 △나노 입자의 생체영향에 관한 조사 △ 나노기술을 활용한 환경기술개발 등을 중점 추진 사업으로 선정했다.

또 여러 분야의 지식을 가진 나노 연구자를 육성하고 나노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위탁제조기관지원을 통한 시제품 제작 강화하고 지적재산권의 취득·활용에 대한 지원 등 지적재산권 전략을 세우며 성능평가법의 국제표준화지원 등 나노 고유의 표준화 전략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과는 이 것이 다르다 = 일본의 목표는 하나. 10년 후, 나노기술, 재료분야의 많은 영역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일본기업을 10개 이상 만들겠다는 것. 이를 위해 산학연이 한데 뭉쳐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만으론 부족하다고 판단, 아예 나노 산업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10월 300여 대기업, 중소벤처기업이 모여 ‘나노기술신산업창조추진협의회(NBCI, Nanotechnology Business Creation Initiative)’를 결성했다. NBCI를 통해 업체들은 상용화 가능한 나노 제품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중복 개발을 피하며 산업군을 만들겠다는 시도다. (소박스 참조)

일본은 융합을 촉진하는 연구개발 위해 정부 부처 간의 벽을 넘은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나노기술의 가능성을 실증하며 제안 공모 형 실용화 지원 펀드를 조성하는 등 범 정부차원에서 산업 발전을 지원하고 있는 것. 이는 나노 산업을 둘러싸고 산자부, 과기부, 정통부 등 정부 부처 간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한국의 나노 정책과 비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나노 산업 창출이다-NBCI 사례

일본이 수십 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요타, 소니, 스미토모 등으로 대변되는 리딩 컴퍼니를 보유하고 있는 힘으로 ‘연대를 통한 이익 창출’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나노 산업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히타치, NEC, 스미토모화학 등 대기업과 울박, 제올, 니콘 등 나노 산업 관련 크고 작은 300여개 기업들이 모여 협회를 결성했다. 나노기술신산업창조추진협의회(NBCI, Nanotechnology Business Creation Initiative)가 그 것.

NBCI 결성 사례는 신산업을 둘러싸고 정부와 업체가 치열하게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한국과 대비되는 사례로 국내 나노관련 단체, 업체들이 참고할 만 하다.

이 단체는 나노 기술이 아직 연구개발(R&D) 중심의 초기 산업화에 머물러 있고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최대 5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 감안, 138개 대기업과 107개의 중소, 벤처기업 그리고 대학벤처까지 나노와 관련된 업체가 모두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상품화와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실제로 NBCI에는 네도(NEDO, 신에너지 및 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 아이스트(AIST,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등 신기술 관련 독립행정법인과 게이단렌 등이 외부 지원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획운영위원회에는 △지적재산권, 인재정보를 공유하는 지원위원회 △회원사들이 공동으로 제기하는 제품에 대해 상용화를 추진하는 상품화 촉진위원회 △항공우주, 전자재료,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나노 관련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겠다는 신산업화촉진위원회 등 각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모임을 주도한 히타치의 가나이 회장은 나노텍2004를 통해 NBCI를 소개하며 “일본의 업체들은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위치에 있다”며 “하향식(Top-Down)으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산업화가 가능한 ‘상용제품’ 로드맵을 작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NBCI를 통해 만드는 나노 신시장은 지금까지 나온 제품이 아니며 현재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혀 새로운 방식의 제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NBCI의 실무를 담당하는 미츠요시 사토 상무국장은 “산업창조를 위해 모든 기업이 한데 모여 참여하는 단체는 일본에서도 처음”이라며 “현재 초기 산업화단계에 머물러 있는 나노 기술을 조기에 상용화의 단계로 끌어 올리고 나노와 관련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데 이 단체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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