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첫 허언이 IT수석신설공약이었다는 사실은 너무나 아이러니컬했다.그는 지난 대선과정내내 개혁을 위한 수단으로 IT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강조했다.또 실제로 ’인터넷의 힘’에 의해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그런 대통령이 당선후 정치논리에 밀려 IT를 홀대한 것은 많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안겨준 사건이었다.
불과 1년 남짓 지난 지금 이 악몽이 재현될 조짐이다.각당마다 내놓은 비례대표제 추천명단은 가히 충격적이다.당별로 나온 40∼50여명에 이르는 명단가운데 IT를 대표할 만한 인물은 많아야 2∼3명에 지나지 않는다.현재 상태라면 300명에 이르는 전체의원가운데 이공계 IT출신은 3%선에도 못미칠것 같다.
이는 지역이나 인기중심의 선거가 가져오는 폐해를 줄이고 다방면의 전문가집단의 건전한 목소리를 구하자는 비례대표제의 기본 취지와도 거리가 먼 결과다.
거창하게 비례대표제의 명분을 따지지 않더라도 정치에서의 ’IT 실종’은 정말 우려스런 수준이다.IT산업이 우리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하고 전체수출에선 무려 30%에 가까운 몫을 혼자 해내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생존과 발전의 핵심 엔진역할을 하는 IT에 대한 정치권의 홀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눈앞에 표심에만 급급하는 정치권에 많은 것을 기대하진 않는다.하지만 국가미래에 대한 무책임이 도를 넘었다는 생각은 지울수 없다.
선거때마다 홀대받는 이같은 분위기라면 얼마전 많은이들에게 희망을 줬던 과학기술부총리제의 신설여부도 안심할수 없다.국가대계를 책임질 과학기술이 한치앞의 정치논리를 이길수 없다는것을 우린 너무 많은 경험으로 알고 있기때문이다.
아예 IT업계에 몸담아 보지도 않았던 한나라당 대표인 박근혜씨가 전자공학과 출신이라는점에 그나마 위안을 얻어야 할것 같다.또 다른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총선이다.
<김경묵 IT산업부장 km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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